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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지도부 구성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11일 오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당 관계자로부터 보고받고 있다.
 임시지도부 구성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11일 오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가 당 관계자로부터 보고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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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신주류의 쇄신 진정성을 가늠할 감세 철회를 놓고 원내 사령탑과 소장파 사이에 미묘한 간극이 드러나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추가 감세 철회를 약속한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 의장이 법인세 감세 철회에 대해서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소득세는 물론 법인세에 대한 추가 감세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소장파 의원들과 새 지도부 사이에 불협화음이 계속되면 비주류 원내대표 당선이라는 이변을 낳았던 이들의 협력관계가 조기에 금이 갈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표도 법인세 추가 감세에는 찬성하고 있어 쇄신 깃발 아래 모인 소장파의 행보가 계파의 울타리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감세철회 속도 조절 언급한 황우여·이주영

황우여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추가 감세는 법인세와 소득세가 시각이 다르다"며 "법인세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기준에 맞춰 가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정부와 논의를 많이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인세 감세 철회는) 서민예산 재원 마련의 예로 든 것으로, 강하게 말했지만 조정과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당내 이견들을 수렴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설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황 원내대표와 러닝메이트인 이주영 정책위 의장도 법인세 감세는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정책위 의장 당선 후 여러차례 "소득세 감세는 철회해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가 있지만 법인세에 대해서는 국가경쟁력 등을 고려해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며 "당내와 당·정간 협의를 거쳐 의견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새 원내 사령탑이 내놓은 메시지의 방점은 '선 당내 의견 수렴'에 있지만 법인세와 소득세 추가감세 철회를 공약한 경선 때와는 확연한 온도차가 감지된다. 황 원내대표는 정두언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했고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당이 더는 청와대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겠다"며 당 주도의 추가 감세 철회를 주장했었다.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친박계 유승민 의원이 여권 주류의 '2선 퇴진'을 주장한 김성식 의원과 귓속말을 하고 있다.
 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친박계 유승민 의원이 여권 주류의 '2선 퇴진'을 주장한 김성식 의원과 귓속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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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원내 지도부가 소장파들의 추가감세 철회 주장에 대해 당내 친이계와 감세론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말 바꾸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도 불거지고 있다.

새 원내사령탑의 말바꾸기? 논란 예고한 법인세 감세

논란이 되는 추가감세 정책이란 2012년에 시행될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말한다. 소득세의 경우 과표 8800만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이 현행 35%에서 32%로, 법인세는 과표 2억 원 초과 구간의 세율이 22%에서 20%로 인하될 예정이다. 추가 감세가 철회되면 현재 세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추가 감세 철회를 주장하는 이들은 법인세의 경우 100억 원 이상 초과구간을 신설해 22% 세율을 유지하는 안(정두언 의원 발의)이나 소득세의 경우도 1억 원이나 1억2000만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현행 최고 세율을 적용하는 안(박근혜 전 대표 발의) 등을 구체적인 방법으로 거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해에도 감세 철회 여부를 놓고 의원총회를 열어 난상토론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MB노믹스의 설계자'로 불리며 고소득층과 대기업 감세가 필요하다고 버틴 강만수 당시 대통령 경제특보에 대해 "감세 귀신이 씌였다"(정두언 의원)는 비난이 오가는 등 가시 돋친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장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며 감세 철회를 자신하고 있다. 비주류에 머물던 당내 소장파들이 원내부대표단과 정책위부의장단에 포진하면서 실제 정책 기조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섰고 당내 분위기도 추가 감세 반대로 기울었다는 것이다.

경제재정 정책 분야를 총괄할 정책위 부의장에 발탁된 김성식 의원은 "원내 지도부의 (소득세법인세) 감세 철회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당내 이견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듣고 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세법이 워낙 복잡한 법이라 세부 사항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법인세 감세 철회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소장파 "부자감세 철회 없으면 총선 내년 암울"

하지만 '부자감세'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정책이 철회되기까지는 현실적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다. '감세'가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는 점에서 당론 변경이 필수다. 한나라당의 당론 변경은 재적 의원 3분의 2(114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최종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올 가을 정기국회까지 숱한 당내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기업 집단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감세 철회 방해 로비도 뚫어야 한다.

소장파들은 감세 철회가 단순히 경제 정책 문제가 아니라 내년 '총선 생환'이 걸린 문제라는 위기의식에 싸여 있어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다. 또 이들의 집단행동에는 감세를 통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성화를 추구하는 'MB노믹스'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도 깔려 있다.

수도권의 한 소장파 의원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감세 혜택을 몰아줬지만 소비나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다는 시그널(신호)이 없지 않느냐"며 "한나라당이 야당의 '부자감세'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 내년 총선 전망은 암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예고없이 방문해서 금융감독 기관의 사명과 분발을 지시한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예고없이 금감원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을 예고없이 방문해서 금융감독 기관의 사명과 분발을 지시한 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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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파의 리더격인 정두언 의원도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감세를 해줬지만 대기업들이 투자나 고용은 늘리지도 않고 중소기업만 쥐어짜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데 추가 감세를 해준다면 국민 정서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추가 감세를 주장해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대세는 추가 감세 철회로 돌아섰다"며 "반드시 철회된다, 내기를 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쇄신 대상으로 몰린 친이계도 쉽게 물러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감세는 규제완화와 함께 MB노믹스의 핵심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임기 후반 새 경제정책 사령탑으로 기용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도 감세론자로서 MB노믹스 지키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정·청 주도권 다툼 뇌관될 '법인세 감세'

이에 따라 법인세 추가 감세를 둘러싼 감세 '논쟁 2라운드'는 "당이 청와대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한 새 지도부의 정책 변화 의지를 가늠할 첫 평가 무대가 된다는 점에서 당내는 물론 당·정·청까지 확대된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와 정부가 고개를 숙이게 된다면 임기 후반 MB노믹스가 사실상 폐기 처분 되면서 본격적인 레임덕은 불가피하다. 반대로 당이 고개를 숙이면 '위장 쇄신'이라는 오명을 둘러쓸 수밖에 없다.

특히 법인세의 경우에는 박근혜 전 대표도 추가 감세를 해야한다는 견해라 비주류 원내대표를 낳는데 힘을 합친 소장파와 친박(친박근혜)계 연대의 지속 가능성도 '법인세 문제'에 달려 있다.

올 7월 새 지도부 선출에 이어 당내 감세 논쟁까지, 한나라당이 뜨거운 여름을 예고하고 있다.


태그:#감세, #한나라당 쇄신, #소장파, #법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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