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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박지원 체제'를 잇는 여·야 교섭단체 신임 원내사령탑은 18대 하반기 국회를 어떻게 운영할까. 이들이 16일 오후 민주노동당을 예방한 모습에서 일부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4·27 재보선 패배에 따른 후폭풍 속에서 기적적으로 당선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가축전염병예방법 및 통상절차법 제정에 대한 이정희 민노당 대표의 발언을 '메모'했다. 옛 모습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한 만큼, 소통하는 여당이 되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황 원내대표는 "당론으로 찬성하기로 했던 어떤 법안을 (이정희) 대표가 반대토론을 해 제가 앞장서서 반대해 부결된 예가 한두 번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늘 맑게 사물을 보시고 주장을 세우시고 하는데 늘 감명을 받고 있다"며 "이정희 대표가 충분히 활동하시고 뜻을 펼치실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 국회가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이 대표를 추켜올리기도 했다.

 

또 6월 국회의 쟁점으로 예상되는 한미FTA에 대해서도 "민주당뿐만 아니라 민노당도 같이 의논을 드리겠다"며 "교섭단체 범위를 벗어나서 폭넓게 논의할 수 있도록 저희부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여러 의견들이 함께 녹아들어가는 국회가 됐으면 한다"며 "이정희 대표도 재야에서 들은 얘기가 많으니 말해주시면 많이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권영길 "김진표와 나, 지난 2년간 야권연대가 아니라 혼연일체가 됐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상임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한 권영길 민노당 원내대표와 스스럼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친분을 자랑했다. 그는 민노당 대표실에 걸려 있는 슬로건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악수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자신의 개혁 성향을 강조하기도 했다. 가장 강조된 점은 물론, 야권연대 강화였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들이 야권통합과 연대에 굉장히 높은 가치를 두고 원하고 있다"며 "원내활동을 통해서도 정책마다 잘 연대가 될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 자주 찾아뵙고 자주 전화 드려 설명해서 정책연대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삐끗한 정책연대를 다시 추슬러보잔 얘기였다.

 

권 원내대표도 "외람된 지적 같지만 김 원내대표가 얼마만큼 야성과 투쟁력이 강하고, 실전에 능하신지 언론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화답했다. 특히 "저와 (김 원내대표는) 2년간 교과위를 하면서 우리는 야권연대가 아니라 혼연일체가 돼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들 특히 교육정책들을 완전히 막아냈다"며 "앞으로 야권연대 잘해서 한번 멋있게 국회 후반기를 장식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우리 (민주당) 의원님들이 한 표 차이로 주신 이 표심이 제가 더 낮은 자세로 우리 당 의원님들의 뜻을 받들라는 것"이라며 "우리 당 의원 대부분은 민노당의 뜻도 잘 받들라고 하는 것이니깐 잘 하겠다"고 화답했다.

 

"오성과 한음처럼 조정을 지켜야"... "민주당 의견도 받아들여야 좋은 정치"

 

한편, 두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첫 만남에서 가벼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로 "18대 국회 마지막 1년간 통 큰 정치를 하자"며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그 속엔 날카로운 가시가 하나씩 숨겨져 있었다.

 

황 원내대표는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 두 정승은 친구이면서도 (당파가 달라) 국가의 일에는 무섭게 대립하기도 했지만 좋은 안을 만들어 조정을 지켰다"며 "어려운 민생과 국제경쟁에서 힘들게 헤쳐 나가야 할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가자"고 말했다. 경쟁 속 협력을 강조한 것이긴 했지만 통 큰 정치를 위해 야당이 정부·여당에 반대만 해선 안 된다는 뜻도 넌지시 전달한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황 원내대표나 한나라당 몇몇 의원들이 '민심이 반영됐다면 민주당의 의견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하셨는데 좋은 정치를 위해 꼭 필요한 자세"라고 받아쳤다. 또 자신이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치렀음을 상기시키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잘못한 점에 대해 좀 더 강력하고 날카롭게 비판해 달라는 우리 의원들의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이에 황 원내대표는 "여당은 아무래도 그늘진 곳, 소수자의 목소리를 깜박하면 놓치기 쉽다"며 "앞으로 18대 국회가 1년도 안 남은 시기에 우리가 어떻게 했는지를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황우여#김진표#민주노동당#이정희#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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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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