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덕산은 보령시 주산면 심곡리 작은 샘실골에 위치해 있는 산이다. 고산이라고 하기에는 체형이 작고 야산이라고 하기에는 체형이 큰 산이다. 명덕산에서 바라보는 배창산, 주령산, 양강산은 희뿌연 운무에 싸인 채 병풍처럼 둘러서 있어 샘실골은 아늑한 풍경을 연출한다. 사람이 찾지 않는 명덕산에는 아침부터 산새소리만 나그네를 반긴다.
충주 보령댐을 지나 벚꽃나무 길을 따라 가노라면 작은 샘실골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그 길 앞에 시와 숲길 공원의 커다란 표지석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내기가 시작되지 않은 논에는 풋풋한 흙내가 도시인의 찌들은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한다. 그 길을 따라 오백미터쯤 가면 명덕산으로 오르는 길목이 나타난다.
명덕산 밑으로 몇 채의 농촌 가옥이 보이지만 아직은 농사철이 아니어서 그런지 조용하다. 천하대장군의 키가 큰 몸집을 자랑하는 장승을 뒤로하고 오월의 싱그러운 숲길을 따라 계속 산쪽으로 걸어간다. 산 밑에 당도하니 본격적으로 산행을 알려주는 시와 숲길의 안내 석이 눈에 들어온다. 세심대를 비롯해 분향단, 제위보, 보령민요바위 애국동산이 차례로 자리 잡고 있다.
이윽고 산길을 따라 오르니 싱그러운 오월의 숲 속에서 풋풋한 냄새가 난다. 꾀꼬리의 낭랑한 음성이 이채롭다. 이름 모를 산세들이 나그네를 제일 먼저 반가워한다. 산은 적적할 만큼 조용하다. 아직 사람들이 이곳을 모르는 탓일까. 호젓한 산길을 혼자 오르려니 한결 마음이 여유롭다. 싱그러운 공기에 취한다. 안개가 걷히자 녹색의 짙은 숲이 나타난다.
제일 먼저 당도한 곳은 민요바위다. 민요바위는 이 고장의 민요를 발굴 채집하여 영원히 보존하기 위해 바위에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새겨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의 숨결이 쉼을 쉬고 있는 것 같다.
모심기 얼럴럴 상사디아 여기도 꼽고 자기도 꼽고 방안 빠지게 고루고루 잘 심어주소 이 논배미 서마지기 오루조물 다 심어 놓고 반달같이 남았네.
(생력)
민요바위를 지나 산 정상을 향해 오르려니 소나무 향기가 마음을 한결 맑게 씻어준다, 5부 능선쯤 오르자 본격적으로 시(詩)비 밭이 나타난다. 길 양쪽을 따라 나란히 서 있는 시비가 마치 친구하자는 것 같아 정겹게 보인다. 시비와 함께 소나무 숲길이 정상을 향해 이어진다. 문득 이해인님의 시비 앞에 발걸음을 멈춘다.
다른 옷을 입을 수 없네. 하늘에도 연못이 있네 소리치다 깨어난 아침 창문을 열고 다시 올려다 본 하늘 꿈에 본 하늘이 하도 반가워 나는 그만 그 하늘에 빠지고 말았네. 내 몸에 내 영혼에 푸른 물이 깊이 들어 이제 다른 옷은 입을 수 없네. 정상에 오르는 동안 황금찬님의 시를 비롯해 이지하님, 안혜초님, 도종환님의 시와 애국동산에는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을 비롯해 이상화, 이육사, 오일도. 심연수, 윤동주님의 주옥같은 시들이 산행하는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같이 명덕산에는 육필문학의 숨결이 숨 쉬고 있다. 또한 찌든 도시인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쉼터가 되고 있다. 시 공원을 조성한 이양우 시인님은 앞으로 보령시와 함께 명덕산에서 동달봉, 곰재, 보령댐을 잇는 둘레길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둘레길이 만들어지면 더욱더 많은 산행객들이 이곳을 찾을 거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