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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행이사님이 수학여행단 차량운행에 합류한 관계로 운행이사 부친께서 차량운행을 하시겠습니다."

산악회 총무의 안내 방송이다. 관광버스 화물칸 옆에 70세 정도 연세가 되어 보인 할아버지가 서 계셨는데, 그 분이 우리 차를 운전하실 기사님이란다. 나는 놀랐지만 다른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다. 거의 왕복 9시간 정도 걸리는 장거리 운행인데다가 복잡한 서울 거리를 지나 북한산 입구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서다.

아침 7시 30분. 광주문예예술회관 후문에서 서울 북한산 산행을 위해 버스는 출발했다. 서울 진입까지는 별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어 차내 분위기를 뒤늦게 알았다.

기사님이 아카데미하우스를 찾지 못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묻고, 옆 차선에 서있는 다른 차 운전자에게도 길을 물어보며 찾아가고 있었다. 약 30분을 헤매고 있을 즈음에야 내가 뒤늦게 알았던 것이다.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목적지를 찾았다. 그리고 앞자리에 타고 있는 산악회 회원에게 스마트폰을 주었다. 그 회원은 안내지도와 음성안내를 보고 들으면서 기사님께 설명을 해 목적지를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스마트폰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다.

허리춤에 삐삐를 차기 시작했던 세대, 50대들. 그들에게 스마트폰은 공포의 물건이다. 삐삐 이후 휴대폰까지는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나 휴대폰에 저장해둔 전화번호를 통화하면서 찾지 못하여 전화를 끊고 찾아서 다시 전화를 해주는 등 기능을 어렵게 습득할 즈음 스마트폰이 나왔다.

내가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꾼 지 6개월이 되었다. 아직도 모든 기능을 숙지하진 못했지만 80퍼센트 정도는 활용할 줄 아니, 스마트폰 사용이 어렵지 않고 오히려 재밌다. 친구들이 부러워하기도 한다.

컴퓨터에서 채팅을 하는 것처럼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고 길 찾기, 날씨, 음악 듣기, 인터넷, 방송을 보거나 듣기, 바코드를 촬영해 많은 정보를 얻기도 하고 배달음식 전문 어플을 받아 편리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그림엽서를 보낸 것 같다.
 그림엽서를 보낸 것 같다.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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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제주도 한라산 정상에서 백록담을 촬영한 후에 생일인 아들 녀석에게 사진 밑에 '아들, 생일 진심으로 축하한다. 백록담의 기운을 아들과 함께 하고 싶다. 늘 건강하고 재밌고 신나게 살자'라는 축하메시지를 보냈더니 감동 먹었다는 답장도 받았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참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현실, 스마트폰 시대가 턱 밑에까지 와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스마트폰으로 바꿔서 기능을 배우라고 말한다. 가능하면 친구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폰을 구입해서 자꾸 물어보면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네비게이션이 있는데 왜 그 것을 사용하지 않으세요?"라며 무심코 기사님께 묻는 회원에게 노기사님은 묵묵부답이다. 관광버스에는 최신형 네비게이션이 부착되었지만 사용방법을 모르니 무용지물이었다.

40여명이 버스에 타고 있었지만 아무도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몇 명이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북한산 백운대
 북한산 백운대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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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손처럼 보드라운 연두색 이파리가 점점 짙어지는 북한산. 헉헉거리며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백운대 정상에 서는 순간 짜릿하고 황홀한 순간을 맛보았다. 우리네 삶처럼 어려운 고통이 있으면 행복한 순간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 하나도 가슴에 담고 왔다.

자연은 그대로 나둬도 순행을 한다. 그렇지만 인간들이 숨 쉬고 사는 사회는 어디서 어디까지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은 가만히 있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늦은 오후 11시. 처음 출발했던 그 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캄캄한 밤. 시간을 보려고 스마트폰을 켰다. 문자메시지가 도착해 있다는 표시가 떠있다. 대리운전 회사에서 보낸 문자다.

따뜻한 봄날 사랑하는 사람이 보낸 사랑의 메시지였으면 반가웠을 텐데 말이다. 똑똑하고 영리한 스마트폰에.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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