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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블랙(Dale Black)은 40년 전 천국을 보고 왔다는 사람이다. 천국이란 흔히 기독교인들이 말하는 죽음 이후에 가는 곳이다. 하지만 그는 죽음을 통과한 이후에 그곳에 간 게 아니었다. 병원에서 식물인간의 상태로 3일 동안 누워 지내는 동안 그곳을 보고 왔다고 한다.

 

당시 19살에 불과한 그는 27살의 기장 찰스 번즈와 38세의 부기장 유진 베인와 함께 경비행기에 탑승했다. 헌데 그들이 운행한 비행기가 대리석과 시멘트로 만들어진 묘지의 기념비에 부딪히고 말았다. 그 일로 비행기는 산산조각이 났고, 기장과 부기장 모두 죽고 말았다.

 

데일 블랙만이 그곳에서 살아남았다. 물론 그의 모습은 미치광이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그 괴물과 흡사했다. 그의 온몸에는 철사와 나사못, 바느질과 붕대, 막대기와 석고로 짜 맞춘, 그야말로 회복 불가능한 모습으로 남았다.

 

그는 추락사고 1주년을 앞두고 13번의 수술을 받았다. 놀라운 것은 1주년이 가까워질수록 모든 힘줄이 되살아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병원에 입원하고 통근 치료를 받은 것은 그의 수술만을 위한 게 아니었다. 함께 입원한 조엘 할아버지를 비롯한 병원관계자들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사실 비행기 추락사고 이전까지 그는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었다. 생활습관도 자만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하지만 천국을 보고 온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그야말로 천국을 증언하는 사랑의 화신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1년이 지난 뒤에는 이전의 아픈 기억들을 말끔히 씻어내는 비행운행도 극복해 낼 수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있었지만 나는 그들을 성별로 나누어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의 본 모습을 보았다. 마른 이도 뚱뚱한 이도 없었다. 굽거나 부러져서 불구가 된 이도 없었다. 늙은이도 젊은이도 없었다. 추측건대 모두 서른 정도로 보였다. 피부에 주름이 지거나 노화의 징후도 전혀 없었다. 천국에서 시간은 사람의 적이 아니었다. 시간은 분명히 존재했지만 아무도 늙지 않았다. 누구도 죽지 않았다. 어떤 이도 약해지지 않았다."(151쪽)

 

그가 쓴 <미리 가본 천국>을 읽자니, 예전에 읽은 펄시 콜레의 〈내가 본 천국〉이 떠올랐다. 또 한국의 어떤 목회자가 본 천국 이야기와 어떤 장로의 천국 간증도 오버랩되었다. 글쎄다. 천국을 본 주관적인 체험을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만한 것은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게 있다. 누구든지 자신의 주관적인 체험을 객관화시키려고 강조하면 강조할수록 그것은 자기 강화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데일 블랙이 40년 동안 침묵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본 천국을 그 즉시 자랑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입을 다문 이유가 뭐였을까? 언행일치의 삶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는 이유도 있고, 자칫 돈과 명예를 밝히는 사람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걸 경계하도록 그의 외할아버지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던 것이다.

 

"데일, 나는 평생 초자연적인 체험을 미끼로 인기를 끄는 사람을 숱하게 보았다. 그런 책들도 많고. 그들은 방방곡곡을 다니며 그런 이야기로 자기를 과시하지. 내 생각에 그들은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는 것보다 돈이나 명예를 더 밝히는 사람들이야. 데일, 네가 이야기하는 천국과 영원은 하나님의 세계야. 그 세계는 영적인 곳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해. 네가 정말로 그런 체험을 했다면, 그 체험은 거룩한 거야. 이제 너는 체험한 것을 지금 당장 입으로 말할 수도 있지만 그것을 거룩한 것으로 여기고 네 삶으로 말할 수도 있다. 네가 정말로 천국을 봤다면 네가 본 대로 사는 거야. 네가 들은 대로 사는 거야. 행동은 말보다 더 중요한 법이거든."(165쪽)

 

사실 천국과 지옥을 보고 온 사람들은 많을 수 있다. 그런데도 보통 사람들이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가 전하는 말의 태도와 삶의 태도가 보여주는 이중성 때문이지 않을까? 성경에 나오는 바리새인들처럼 말이다. 그들의 삶은 회칠한 무덤처럼 속은 썩어 들어가고 있는데 겉은 화려한 모습으로 치장하고 살았다.

 

오늘 한국교회도 천국과 지옥을 많이 이야기한다. 때로는 그곳을 직접 보고 온 이들의 간증도 많다. 그런데도 한국교회가 욕을 먹고 있는 이유가 뭘까? 한국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천국의 삶을 입증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는 삶의 좌표를 저 천국에 두었다면, 지금은 오직 이 땅의 욕망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천국과 지옥도 자기 강화의 수단으로 삼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데일 블랙의 천국 간증은 한국교회와 크리스천들이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 많다.


미리 가본 천국 - 40년 동안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

데일 블랙 & 켄 가이어 지음, 최요한 옮김, 터치북스(2011)


태그:#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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