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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어머니' 표지 역사의 굴곡을 걸친 어머니의 힘을 느낄 수 있다
▲ 강상중 '어머니' 표지 역사의 굴곡을 걸친 어머니의 힘을 느낄 수 있다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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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라는 말이 주는 무게는 어디서라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상중의 어머니에게 가면 그 무게는 더욱 커지는 것 같다. 그건 그의 어머니가 겪었던 시대의 중량감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16살 봄에 혼처로 정해진 남자를 찾아 주소만 가지고 일본에 온다. 그리고 찾아온 해방, 하지만 조국의 혼란 등으로 귀국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남편과 더불어 벌인 고물상이 자리를 잡아서 결국 구마모토에 정착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한국 여인이 평생 지고 가는 한을 그대로 체득한 분이다. 거기에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혼란 중에 숨진 아들 하루오를 몸주신으로 모신 듯 무녀와 같은 특징을 가진 어머니는 그 특유의 느낌과 판단으로 이 시대를 헤쳐간다. 그리고 강상중은 그녀가 낳은 세 번째 아들이면서 가장 빼어난 디아스포라의 정신을 이어받은 지식인이 된다.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는 들추어보다가 말았기에 이 책은 내가 읽은 그의 첫 책에 가깝다. 우선 놀라운 것은 그가 글을 다루는 능력에 있어서 흠잡을 데 없이 완결한 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민족정체성 등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그는 대학 2학년때 한국을 방문해 보고 그의 피 속에 있는 한국이라는 정체성을 인정하기 이른다.

책을 이루는 어머니는 물론이고 아버지, 이와모토 아저씨, 숙부인 강대중의 삶은 당대를 넘어오던 이들의 거친 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때 어머니가 의지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은 앞서 말한 첫 아들 하루오의 영혼과 그녀가 중시했던 제사, 저자가 생경스러워했던 무속의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식은 쇠퇴하고 대신에 남편과 자식의 변화가 어머니의 인생에 더 깊게 각인되어 더 완벽한 이성을 이루게 된다. 어머니는 고향인 진해를 두 번 다녀간다.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와 만년이 되어서다. 그리고 그 길과 마음은 다시 아들들에게 전해져서 언제나 고국이라는 정서를 뼈 속에 안고 살아간다.

책 표지의 언급처럼 역도산, 정대세, 추성훈, 이충성 등의 민족 정체성은 혼란을 넘어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묘한 정서가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혼돈이 덜한 중국 동포들에게서도 나타나는 복잡한 정서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연원을 의미있게 보여주는 정겨운 책이다. 그 혼돈의 시대를 현명하게 건넌 아름다운 현자의 삶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어머니

강상중 지음, 오근영 옮김, 사계절(2011)


#강상중#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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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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