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앓기에는 너무 큰 마음의 짐이 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하며 그 짐을 내려놓고 싶어한다. 대구 범어동에 사는 신수정씨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타로 점술가다. 십 수년 전, 한참 내적인 갈등에 빠져 있던 그녀는 우연히 타로를 접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자신처럼 고통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해 주는 타로사가 되었다. 지금은 자택 1층을 타로 용품 전시와 상담소로 운영하며, 이것저것 고민이 많지만 호소할 데가 없는 이웃들과 울고 웃으며 삶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 안녕하세요? 가게가 참 아담하네요.
감사합니다. 이웃들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어서 집을 개방했어요. 한마디로 여긴 동네 사랑방이라 할 수 있지요. 애들 학교 보내고 집안 일 마친 주부들이 오전 부터 많이들 찾아와서 수다를 떨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타로 점도 보고 이런저런 고민도 이야기 하다보면 정이 더 깊어진답니다.
- 지금은 타로가 아주 대중적으로 다가와 있지만 수년 전에 처음 접하셨을 땐 낯설지 않으셨나요?
제가 타로를 알게 된 건 대학시절 부터 였어요. 그당시엔 물론 타로란 게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죠. 종교학 과목에서 프랑스의 신비주의 학자들을 공부 하면서 타로를 알게 됐는데, 이집트신화와 인도신화에도 언급될 만큼 타로카드는 신화의 영향을 받은 명상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제가 다시 타로를 만났을 땐 현실적인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 있었어요.
이를테면 남편이 하는 일이 잘 안되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것, 부유했던 친정도 아버지의 사업위기로 많이 힘들 무렵이었어요. 그 힘든 과정이 저를 타로로 자연스레 이끌어주었고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에 다른 이들의 어려움을 들어주면서 제 고민도 함께 해결해 나가는 타로가 참 묘한 관계를 이루었죠. 초반에는 거리의 타로 천막에서 일을 하다가 타로학 석사과정을 이수했습니다. 그리고 타로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 타로 점이 왜 인기일까요?
제가 상담을 해보면 대다수의 분들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열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입니다. 특히 한창 고민 많을 청소년들에게 타로는 굉장히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도구이면서 신비롭기도 하구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담 센터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 심리 문제로 고민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엄마처럼 들어주니까 편안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타로가 주는 매력 중에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쉬운 언어와 감각적인 영상을 들 수가 있겠죠. 어려운 한문으로 풀어내는 사주와는 달리 풍부한 상징성이 담긴 영상으로 자신의 고민에 대한 답을 바로 그 자리에서 눈으로 확인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이나 어려운 상황을 궁금해 할때 그 눈높이에 맞춰 조언을 해주는 타로 마스터들의 설명 또한 그 이유에 들 것입니다.
타로카드 속에서 울고 웃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는 것 역시 장점이겠지요. 저렴한 상담료나 티비나 영화속에 등장하는 타로카드의 색다른 매력도 대중이 타로에 열광하는 이유에 들겠고요.
- 이 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그간 여러 상담자들을 만나왔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분은 고3 아들과의 대화가 원활하지 않아 타로를 배우게 된 한 어머니를 들 수 있겠군요. 아들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돌이켜보고 진심어린 사과 후에 사이좋은 어머니와 아들의 모습으로 되돌아갔고, 그 아들 또한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습니다.
또 기억 남는 분은 아이를 무척 갖고 싶어하던 경기도에 계시는 분이신데요, 상담 내내 자신의 모습을 닮은 타로카드를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리셨어요. 아이를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념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곤 마음을 모아줄 분홍빛 장미수정구를 구입해가시면서 집에서도 마인드콘트롤을 하셨어요. 그리고 얼마 후 아이를 갖게 되셨고, 고마움의 표시로 저를 집으로 초대해주셨어요.
또 한번은 힘든 시기를 숨 가쁘게 넘어가던 젊은 사장님이 타로를 통해 고통의 세월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던 일입니다. 그분은 곧 재기해서 지금은 전국적으로 여러 개의 지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회사를 경영하고 계십니다.
한편, 갑자기 사랑하는 동생을 잃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던 고등학교 선생님이 타로상담을 통해 동생에 대한 마음을 놓아버릴 수 있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하기도 하였고, 무속인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던 분이 타로공부를 하면서 결국 모든 문제는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이란 것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하고 또 봉사하면서 의연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례도 있답니다.
흔히들 타로가 인생의 모든 답을 알려주리라 생각들 하시지만 타로의 답은 '자신감을 가지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거든요. 다들 스스로 자신의 답을 찾아가신 경우지요.
- 조금은 이색적인 직업을 가지셨는데요, 이 일에 대한 자부심도 듣고 싶습니다.
미래에 살아남을 직업 중에 타로 마스터도 있더군요 . 타로사라는 직업은 사람의 직관과 영감을 모두 살려야 하는 직업이기에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타로카드라고 하면 점치는 도구로만 알던 시절은 이미 지난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타로를 접목하여 활용하기 시작 했구요, 특히 정신과나 심리 상담센터, 학교 선생님들의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침마다 문자로 그날의 운세를 알려주는 모바일 서비스에서부터 미용실과 찻집 등 앞으로는 우리의 일상에서 타로를 자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7000여점의 타로카드들이 또한 타로의 미래를 말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신수정씨는 대구 범어동에서 이십 년을 넘게 살면서 이곳의 이웃들과도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타로 수업 중에 불쑥 들어와 물을 드시고 가거나 음식을 나눠주고 가시며 시골처럼 정을 나누는 이웃들에게 더 많은 긍정성의 안내자가 되는 것이 그녀의 꿈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