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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은 문화재의 도시다. 이곳은 한국 불교의 3성현인 원효, 설총, 일연의 출생지로 이름난 곳이며, 갓바위와 팔공산 등의 불교 관련 문화재가 많고 산세도 수려하다. 반면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드라이브하기 좋은 관광지도 많다. 경산 용성면 곡란리의 영천최씨 한옥도 그 중 하나다.


난포고택(蘭圃古宅)이라 불리는 이곳은 임진왜란 때 전라도사로 재임하며 전주를 방어했던 난포 최철견이 지은 집이다. 17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서 조선시대 상류층 주거의 전형을 보여준다. 원래는 정침, 아랫사랑, 중사랑, 방아실, 행랑채, 마루, 사당 등이 고루 갖춰진 집이었지만 지금은 정침과 행랑채, 사당만 남아 있다.

 

청동기시대 고인돌이 뒷뜰에 들어와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1975년에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80호로 지정됐고, 최근에는 일반에 집을 개방하기 위해 시의 지원 아래 보수 및 개조 공사를 마쳤다. 난포고택 주인 최원규씨를 때마침 그의 집 툇마루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안녕하세요? 최근에 고택을 일반에 공개하셨다고 들었어요.

"예. 경산시가 난포고택을 일반에게 공개하자는 제안에 걱정이 많았습니다. 섣부른 개방으로 조상님께 누가 되진 않을까 염려도 됐고요. 하지만 경산에 잘 다듬어진 한옥이 드문 반면에 난포고택은 가치가 높다는 행정 일선의 간곡한 요청으로 마음을 돌리게 됐지요. 한옥의 장점과 과학성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도 싶었고요. 영천최씨 집안의 산 역사를 전할 의지도 더불어서 생겼다고 해야겠죠."

 

- 한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어요.

"한옥에 장점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아늑하고 과학적인 집이란 건 누구나 익숙하게 들어왔을 것이고요. 하지만 불편한 점도 분명 있습니다. 그 불편한 것은 개선하고 원래의 우수성은 더 발전시키야 전통을 더 가까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 고택의 화장실과 샤워 시설을 수세식으로 고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방문객들이 불편하지 않게 배려한 것이죠.

 

물론 이런 노력에도 이 집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찾는 사람이 드뭅니다. 그 이유가 뭘까 하고 생각해 보니, 마을 단위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향력도 커서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 대단위 집성촌 한옥에 비해 저희 집은 단독으로 떨어져 있단 걸 알게 됐어요. 그러니 관람객 유치에 약간의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더구나 인근에는 마을 회관이 유일한 상점일 뿐이죠. 차를 타고 15분쯤 나가야 음식점이 간혹 있는 상황이고, 주위에 볼거리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이것 역시 난항으로 작용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떻게 대중적 호기심을 끌어낼 것인가?'가 요즘 고민거리입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으신지요?

"최근 관광 분야의 화두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인데요, 실제 사실을 맛깔나게 다듬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관광지 방문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섣불리 옮기는 말들이 본 가치를 왜곡하고 조상님들의 역사를 편향적으로 흐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보다 체험적인 방향에서 접근하며 이 집을 알리려고 합니다. 인근 대안학교와 연관해서 체험 학습장에 목표를 두고 관련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고요, 주변에 복숭아와 도토리 재배 농가가 많은 것에 착안해서 잼과 묵을 만드는 체험 활동도 구상 중입니다. 뜻이 맞는 한옥 농가와 연계해서 된장, 막장, 고추장 같은 한국형 슬로푸드를 관광객이 사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그 골자구요."


최근 한국의 화두는 관광이다. 이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크게 바꾸어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에 대한 인식의 틀을 새로이 정립시키기에 이르렀다. 보다 의미 있는 것을 찾아서 보게 하고, 보다 건강에 유익하며 맛있는 것을 먹으려는 욕구를 키웠고, 단순히 유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삶의 방점을 찍는 휴식을 찾는 관광을 향해 가게 했다. 이런 욕구는 '관광 한국'이란 화두와 함께 온 국민을 휘어잡고 있다.

 

한국사회가 관광으로 들끓고 있는 지금, 언론에 널리 알려진 곳은 급작스런 관광객으로 자연훼손이 심각해지고 부근 음식점이나 주민들의 인심이 각박해지는 등 폐해가 늘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입소문을 덜 탔지만 유명 관광지 못지 않은 경관과 역사를 가진 곳도 주위에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장소 혹은 음식을 무조건 답습하는 것보다,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태그:#난포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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