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016년 4월 19일 오전 9시 50분]"왜 하필 후보자가 가는 단체마다 정부지원금이 나오나." 한나라당이 이명박 정부와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의 연장일까? 23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적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를 몰아붙였다.
성윤환 의원은 서 후보자가 2002년 농림부 차관에서 물러난 후 고문과 대표를 맡았던 한국김치협회, 대한잠사협회, 로컬푸드운동본부, 충북농업연구원에 대한 국고지원에 대해 물었다.
성 의원은 우선 이 단체들이 국회의원과 군수 도전에 실패한 뒤 지역 활동과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가입했거나 만든 단체가 아니냐고 물었다. 성 의원은 서 후보자가 "그런 걸 미끼로 만든 단체들이 아니"라고 답하자 "충북농업연구원(민간단체)에 국고지원 8억원(전체 9억6천만원)이 나왔고 도비 7억원이 나왔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냐"고 추궁했다.
서 후보자가 "단순지원이 아니라 정부 위탁사업을 대행한 것"이라고 답하자 성 의원은 다시 "로컬푸드운동본부는 (후보자가) 2009년에 만들었는데 정부예산 7천만원을 지원받았다"며 "하필 후보자가 가는 단체마다 정부지원금이 나오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서 후보자는 "국가가 알아서 하는 것이지, 지금 편법으로 그게 가능하냐"면서 "하는 일이 옳고 국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윤영 의원도 "충북농업연구원에 9억 6천만원, 김치협회 잠사협회 등에 12억 9천만원이 지원돼 20억원이 넘게 지원됐는데, 후보자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청문회의 최대쟁점인 쌀직불금 수령문제와 관련해서도 윤 의원은, 서 후보자가 자신이 직접 쌀직불금을 신청했다고 밝히자 "(서 후보자의 형 등) 다른 사람이 신청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농어민신문사 사장) 연봉이 8천만원이고 신문사 사장에 충북농업연구원 원장까지 했는데, 하는 일이 많아서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건 뭔가 이상하다.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봉화 전 차관 전례 상기..."2008년 10월 같았으면 청문회 됐을까" 서 후보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못자리 설치 등 부차적인 작업은 형이 주로 했고 이앙기, 트랙터 등 기계를 이용한 작업은 제가 직접 했다"고 해명했으나 정해걸 의원에게 "석연치 않다"는 평을 들어야 했다.
황 의원은 또 "후보자가 2008년 10월에 후보가 됐다면 청문회가 제대로 됐겠느냐"면서 "당시 차관이 쌀직불금문제로 차관에서 물러났다"고 말했다. 쌀직불금 부당수령 논란으로 물러난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는 이어 "여당의원으로서 후보자가 명쾌하게 답변해주길 바랐는데 미흡하다, 찜찜하다"며 "장관에 임명되면 부재지주가 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고, 서 후보자는 "형에게 다시 임대를 줘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계속해서 "쌀직불금을 문제삼는 근본이유는 양도소득세 탈루때문이므로 이에 대한 감면포기를 하라"고 요구했고, 서 후보자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강석호 의원도 "처신을 잘못한 것은 바로 인정하고, 법적으로 안 된 것은 양해를 구해야지 왜 말싸움을 걸어서 국민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 후보자의 중학 동창이 부회장으로 있는 기업 S가 서 후보자의 농촌진흥청장과 차관 재직 시절에 5억8000여만 원의 정부 지원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되자 "이렇게 물고 물리고 하니까 이런 치사한 모양을 보이는 것"이라고도 했다.
서 후보자가 차관시절 '마늘파동'으로 사퇴했던 문제도 한나라당 의원이 처음 꺼냈다.
(2002년 여름 중국산 마늘 수입이 크게 늘어 국내 마늘 값이 폭락하자 농민들은 정부에 긴급특별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발동을 요청했으나, 2000년 7월 한-중 마늘 협상 합의 때 세이프가드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조항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협상은 당시 농식품부 차관이던 서 후보자가 차관보시절에 한 협상으로 그는 이 문제로 물러났다.)
조진래 한나라당 의원이 이에 대해 묻자 서 후보자는 "협상 당시에는 농림부(현 농식품부) 누구도 그에 대해 몰랐다"면서 "그런데 2002년 (마늘파동 때) 농림부와 외교통상부 사이에 싸움이 났는데 내가 알고 있었다고 해서 총대를 메고 사표를 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감사원 특감에서도 아랫사람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고 했었다"면서 "나보다는 조직, 조직보다는 국가를 위해 일해왔다"고 덧붙였다. 자신은 책임이 없었지만, 조직을 위해 물러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 의원은 "(마늘파동) 이전에 알았으면 국민에게 알리고 농민단체에도 이해를 구했어야 하는데 가만히 있다가 (사퇴해 버리는) 기만에 가까운 행동을 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EU FTA 후속조치를 해야 하고, 한미 FTA도 있고, 또 미국이 쇠고기 추가 협상을 주장할 텐데 그런 임무를 신뢰감 있게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