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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9월 14일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당직자들이 서울 중구 을지로 SK본사 앞에서 '통신요금인하와 무상인터넷, 통신공개념을 위한 전면전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이동통신시장의 독과점 체제 규탄과 부당이익 환원 등을 요구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09년 9월 14일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와 당직자들이 서울 중구 을지로 SK본사 앞에서 '통신요금인하와 무상인터넷, 통신공개념을 위한 전면전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이동통신시장의 독과점 체제 규탄과 부당이익 환원 등을 요구하며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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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비용 원가를 제대로 따져가며 통신 요금을 내려 본 적이 없다."

옛 체신부 출신 고위 공무원이 최근 사석에서 요금 관련 업무가 가장 힘들다며 던진 쓴소리다. 정권이 바뀌거나 큰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요구' 때문에 통신사를 압박하다 보니 정작 비용 구조를 정확히 따져볼 겨를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 사이 통신 환경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뀌었지만 통신비 인하를 둘러싼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물가 인하 여론에 직면한 정부·여당에선 무작정 통신사를 압박하고 통신사는 요금 인하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 사이에 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쪽저쪽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통신요금 인하 방안 발표가 두 번이나 미뤄진 까닭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놓고 막판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팀 결과 발표가 유력시된 23일 광화문 방통위 기자실은 아침부터 취재진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4시쯤 방통위 대변인이 "오늘 발표는 어렵다"고 밝히자 하나둘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이날 "사업자와 논의할 문제도 있고 국민들이 더 체감할 방안을 내놓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한나라당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금 인하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이통사와 '실적'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사이에서 아직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마저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8일 신용섭 방통위 상임위원을 불러 당정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호통'을 친 탓에 발표가 나흘이나 미뤄진 것이다. 절차 문제로 야당 상임위원들과 불협화음이 벌어지긴 했지만 본질은 한나라당에서 요구해온 기본료 인하나 가입비 폐지, 문자 메시지 무료화 등 실질적인 요금 인하 방안이 TF 안에서 빠진 탓이다.   

현재 도입이 확실시되는 건 선택형 요금제와 블랙리스트 제도 정도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23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 스마트폰 정액제의 음성-문자-데이터 기본 사용량을 이용자가 직접 조절하는 선택형(모듈형) 요금제 ▲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단말기를 개통하는 블랙리스트 제도 등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는 방통위와 통신사에 넘겼다.   

6일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통신비 인하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이 발제하고 있다.
 6일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통신비 인하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이 발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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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가입비-기본료 인하 없이 체감 어려워"

이밖에 언론에 오르는 것이라야 올해 초 방통위에서 물가안정대책으로 발표했던 스마트폰 정액제 가입자 대상 음성 통화 20분 추가 외에 문자메시지 50건 추가 방안, 청소년, 노인 요금 할인 방안 정도가 고작이다. 

소비자들이 이 정도에 만족할 리 없다. 당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지난 18일 "이동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우리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서 "▲ 가입비 폐지 또는 최소화 ▲ 기본요금 대폭 인하 ▲ 문자메시지 요금 무료화 또는 대폭 인하 ▲ 과다 계상된 스마트폰 요금제 일괄 하향 조정 등"을 거듭 요구했다.

여기에 요금 인가 권한을 가진 방통위의 오락가락 행보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최시중 위원장은 지난 3월 말 방통위 2기 취임식에서 "가입비와 기본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다가도 이후 기자들 앞에선 "우리나라 통신비가 싸다"거나 "통신요금을 많이 내리면 이통사는 어떻게 사느냐"며 통신사 입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최 위원장은 한때 '문자메시지 무료화'를 밝혔다 통신사들 반발에 어느 순간 꼬리를 내리기도 했다.

통신요금 내리든지 원가 공개하든지

시민단체에선 한 발 더 나아가 통신요금 원가 공개를 압박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5일 방통위를 상대로 이동통신요금 원가 관련 자료를 밝히라며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참여연대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이동통신요금이 계속 인하되는 것이 정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요금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늘어나고 있다"면서 "방통위와 이동통신사는 기본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대한 초과 수익을 거두어들일 수 있는 요금 수준을 유지해왔고 그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이 떠안아 왔다"고 지적했다.

KT 사장 출신인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 역시 23일 논평에서 "합리적인 원가 구조 분석과 사업자간 경쟁에 따른 자연스런 요금 인하가 아닌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으로 기획된 정부의 강압적인 요금 인하라면 문제"라고 따졌다.

앞서 체신부 출신 공무원의 쓴소리처럼 지금 통신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정치권에 휘둘리는 '생색내기식' 요금 인하가 아니다. 사업자들 역시 그때그때 정치권만 탓할 게 아니라 통신비 원가를 먼저 투명하게 공개해 합리적인 요금을 책정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그도 어렵다면 결국 이렇게 매번 '정치적 비용'을 치르는 편이 아직은 더 싸게 먹힌다는 방증이 될 것이다. 


태그:#통신비 인하, #방통위, #최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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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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