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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5월도 절정. 시나브로 산책길을 나선다. 대문 밖을 나서면 아카시아꽃 찔레꽃 향기에 취해 멈추어 선다. 아침저녁으로 표정을 달리하는 오봉산을 올려다보는 즐거움도 즐거움이고, 숲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나날이 짙어가는 녹음을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후미진 골목길을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다가 꽃향기에 멈춰서고 풀냄새에 또 서면서 흠뻑 취한다. 이른 아침, 남편 출근 배웅하고 들어오는 길에 고요한 산책길을 걷기도 하고, 자전거 타고 골목길을 돌면서 길가에 피어난 민들레, 엉겅퀴꽃, 아카시아꽃, 찔레꽃, 나팔꽃을 만난다. 이토록  5월은 꽃향기가 나를 불러낸다.

 

가끔은 좀 먼 데까지 자전거 두 바퀴 저어 간다. 강 건너편에 있을 땐 양산천변 둑길을 걷기도 하고 자전거산책도 종종했다. 내가 자전거를 배운 것은 2년 전. 남편의 자전거 뒤에 올라타고 둑길 산책을 하다가 나도 당장 자전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였고, 며칠 뒤 곧바로 자전거 타기를 습득했다. 그 해부터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둑길산책을 자주 했던 기억이 새롭다. 겨울이 지나 강이 풀리고 봄이 오는 소리 들리면서부터 늦은 가을까지 강둑길을 달리곤 했다.

 

자전거 인구 500만 시대. 현재 양산시에서는 저탄소 녹색도시조성을 위한 녹색교통수단으로 자전거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엔 자전거 이용에 대한 시민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양산종합운동장에서 부모와 어린이들이 어우러진 '가족과 함께 하는 두 바퀴 행복행진' 행사를 개최했고, 오는 6월부터는 부산교통공사와 협약해 지하철 남양산 역과 부산대캠퍼스 역에 시민 자전거 10대씩을 배치해 무료 이용하도록 '시민 자전거 무상대여 서비스'를 시범 실시하도록 했다고 한다.

 

아쉬움이 있다면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길이 양산천 등 하천변 산책로 주변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시민들 모두가 자전거타기의 편리함을 누리기는 아직 요원한 일이다.

 

어쨌든 녹색교통수단으로서 관심 받고 있는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고 또 자전거 인구가 많다는 것이 내심 반갑다. 자전거 타고 달리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주말이면 부모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산책길을 달리는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도 이젠 익숙하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산이 품고 있는 자연친화적인 도시에서 자연과 함께 숨쉬는 사람들과 자연을 닮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나브로 둑길 산책을 나섰던 강 건너편에서 이곳으로 이사 온 뒤로는 둑길을 산책한 지 오래다. 언제 다시 만나야지~미뤄오다가 며칠 전엔 남편과 함께 둑길까지 자전거산책에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큰 길을 건너고 넓은 공터 자전거도로를 따라 쌩쌩 달렸다. 꽤 먼 거리다. 오랜만에 길게 뚫린 천변둑길을 달려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사 중이라 다리 밑에서 길은 뚝 끊겨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모래흙길 따라 호포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모처럼 자전거 타고 둑길을 달려보는 즐거움에 한껏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를 저어가다가 자주 브레이크를 잡았다. 길가에 낮게 핀 야생화들. 그것들이 자꾸만 내 마음을 붙잡아 자전거에서 내려서 몸을 낮췄다. 낮은 곳에 핀 꽃들은 나직이 다가가서 숨을 고르고 들여다봐야 한다. 엉겅퀴꽃, 민들레꽃, 이름모를 보라색 꽃…. 그 작은 것들이 내 마음을 순하게 했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은 그렇게 크고 거창한 것들이 아니다. 아주 작은 것들,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다. 그것들이 마음을 순하게 하고 기쁘게 한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 두 바퀴저어 가는 길. 어느새 해가 설핏 기울고 서쪽 하늘 붉게 물들이며 저녁 어스름이 찾아왔다. 둑길 끝까지 달려 정자 아래서 다리를 잠시 쉬었다. 스멀스멀 어둠이 찾아드는 저녁, 강 건너편에도 하나둘 씩 불이 켜지고 이쪽 오봉산 자락에 잇대어 사는 사람 사는 지붕 아래에도 불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저녁에 올려다보는 오봉산은 고즈넉하고 아련했다.

 

향기로운 5월에 나는 오늘도 자전거산책을 나선다. 산들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에 취해 자전거 두 바퀴 저어 5월의 향기 속을 달린다. 맑은 날은 맑은 날대로, 궂은 날은 궂은 날대로 향기로운 이 계절에.


태그:#자전거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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