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으로서 우리 정부에게 독성 물질을 복구하게 해야 한다.""한국전 참전은 정당화할 수 있지만 고엽제 사용은 정당화할 수 없다."세계적 여성 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였던 래리 킹이 최근 드러난 주한미군 고엽제 매립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25년간 CNN 시사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를 진행했던 래리 킹이 25일 오전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BS 주최 서울디지털포럼 첫날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역시 셋째 날 기조연설 때문에 한국에 온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질문 시간을 이용해 거꾸로 래리 킹을 '인터뷰'했다.
스타이넘은 "대규모 고엽제가 이 지역에 매립됐다는 말이 있다"면서 "우린 그 위험성을 잘 알고 있고 미국 시민으로서 우리 정부에게 독성 물질 매립 이전으로 되돌리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으로 돌아가 이 이슈를 함께 제기할 생각 있나"라고 킹의 동의를 구했다. 이에 킹은 "물론이다"라며 "베트남 전쟁과 분리해 한국전쟁 참전은 좀 더 정당한 이유가 있었지만 고엽제 사용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동의를 나타냈다.
앞서 스타이넘이 그동안 인터뷰한 5만 여 명의 인물 가운데 가치관에 동의했던 인물을 꼽아달라고 요청하자 킹은 인터뷰에 많은 영감을 준 사람으로 마틴 루터 킹과 넬슨 만델라를 꼽았다.
킹은 "만델라는 25년간 감옥생활이라는 고난을 겪었고 감옥에서 나온 뒤 폭력적 전쟁을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평화를 선택했다"면서 "남아공 집을 방문해 인터뷰했는데 부드럽고 따뜻한 인간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질문에 앞서 래리 킹은 스타이넘을 "미국 최고의 여성이자 여성 지도자로 많은 족적을 남겼다"며 잔뜩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정일 위원장과 인터뷰 원해... 빈 라덴 죽음 때 토크쇼 그리워"
바로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킹은 기회가 된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인터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남북한 통틀어 인터뷰하고 싶은 한국인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킹은 "아무래도 북한 지도자일 것"이라면서 "북한 지도자가 뭐가 걱정돼서 군사력을 강화하는지 질문하고 싶고 한국에서 민주주의 번영을 보면서도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앞서 기조연설 질의응답에서도 이질적인 사람들의 '연결'이란 관점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킹은 "한국은 1인 독재이며 군사력이 강한 나라와 직면해 있는데 나는 무기·전쟁·싸움을 믿지 않는다"면서 "나라면 '연결'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한국이 먼저 나서 연결을 시도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에 대북 관계 개선 노력을 당부했다.
지난해 12월 CNN에서 25년간 진행해온 <래리 킹 라이브>를 그만둔 래리 킹은 70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CNN에서 1년에 4차례 특별 방송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이미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프로그램을 마쳤고 영화배우 조니 뎁과의 대담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후임자인 피어스 모건에 대해 "인터뷰하면서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는 스타일이지만 나쁘게 평가할 생각은 없고 후임이 잘 되길 바란다"면서 "오사마 빈 라덴이 피살됐을 때 래리 킹 라이브가 그리웠다"며 사회 현안에 끊임없는 관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