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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사랑의 묘약" 둘카마라 박사가 네모리노에게 '사랑의 묘약'을 건네는 장면
오페라 "사랑의 묘약"둘카마라 박사가 네모리노에게 '사랑의 묘약'을 건네는 장면 ⓒ 문성식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제목부터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끌기에 충분하다. 때문에 오페라 문외한이더라도 <사랑의 묘약>이라면 '아~그 오페라!!' 하며 알고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여자주인공 아디나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남자주인공 네모리노가 마시면 사랑에 빠진다는 '사랑의 묘약'을 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사랑에 관한 여러 이야기와 노래, 뮤지컬, 오페라가 있지만, 이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은 그 어느 이야기들 보다도 사랑하는 이들의 '감정'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는 오페라이다. 아름답고 익살스럽고 교훈적이게 말이다. 전체 2막의 오페라로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그 장면의 연결과 가사, 노래가 무척 아름답다.

 

1막에서는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한 남자주인공 네모리노의 이야기로 마치 극 전체가 남자의 사랑이야기같이 보인다. 하지만, 2막으로 넘어갈수록 여자주인공 아디나의 마음과 사랑에의 확신, 마을 여인들의 노래 등이 보여지며 이 이야기가 남녀 모두의 사랑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이번 국립오페라단 <사랑의 묘약>에서 한가지 특이한 점은  무대배경이 외계행성이라는 점이다.  왜 우주를 배경으로 하였는가. 지구를 넘어선 우주전체의 중심주제가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맨 마지막 장면 무대쪽의 이쪽 달에서 지구 저편이 보이는 장면이나 네모리노의 독창 무대배경의 큰 달, 공연 팜플렛에 적혀 있는 2년전 조경철 박사가 국립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 공연에 보내온 편지에서는 전 우주적인 사랑이 느껴진다.

 

▲ 오페라 "사랑의 묘약" 주요장면
ⓒ 문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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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많은 <사랑의 묘약> 공연이 있었지만, 익숙한 스토리와 아름다움이 넘치는 이 정통 벨칸토 오페라에게도 새로운 도약이 필요했을 것이다. 무대는 이소영 단장이 직접 디자인함으로써, 우주 행성 표면의 분화구를 표현하면서 조명 변화만으로도 가능한 다채로운 무대를 연출하였다. 무대 전체적으로 사이버적이고 SF적이지만,그렇게 낯설지는 않다. 

 

둘카마라 박사가 야광 전동자전거를 타고 무대에 등장하는 장면이나, 서커스를 보는 것같이 무대 전체가 시끌벅쩍 반짝이며 무대 뒤편에선 덤블링 기구를 타는 장면 등은 정통 오페라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어색할지 모르지만, 흥미요소로서 관객을 오페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하고 적절했다.

 

하지만, 오페라는 역시나 노래가 주인공이고 그 다음이 연기와 무대이다. 특이하고 볼거리 많은 무대에 익숙해질 즈음, 관객은 이야기에 다시 집중하게 되고 결국 그것은 가수들의 목소리로 전달받는다. 감미롭고도 정확한 노래가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박수에 야박한 한국 관객들이지만 그래도, 정말로 딱 한 부분에서 만큼은 모두 박수와 브라보로 화답한다. 주인공 네모리노(나승서, 조정기 역)가 2막에서 부르는 '남 몰래 흘리는 눈물' 은 모든 이들이 숨죽이며 그 사랑의 느낌을 절절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특히 네모리노 뒤의 커다란 달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상투적 표현이 딱 어울리는 촉촉히 가슴을 적시는 그 선율은 벨 칸토 오페라의 선봉에 있는 도니제티 아니면 그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선율이다.

 

네모리노(나승서, 조정기 역)의 순박하고 익살스러움, 아디나(박미자, 이현 역)의 우아함, 둘카마라 박사(사무엘 윤)의 표정연기, 벨코레 장군(우주호, 김주택)의 몸짓, 잔네타(박혜상 역)의 소녀스런 호기심 모두가 훌륭하였지만, 이 오페라에 집중할 수 있게 하였던 것은 당연히 무엇보다도 노래였던 것이다. 가수들 모두가 노래에 탁월하니 연기와 몸짓도 자연스러웠지 않았겠는가. 오페라 보기가 점점 재미있어진다. 6월말부터 시작하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이 기다려진다. 무대 구성이나 아이디어에서 다양한 접근이 좋았던 국립 오페라단 전석 매진의 <사랑의 묘약> 이었다.


#사랑의 묘약#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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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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