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과 관련해 진상규명 대책위가 27일 저녁에 기지 앞에서 촛ㄱ불문화개를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과 관련해 진상규명 대책위가 27일 저녁에 기지 앞에서 촛ㄱ불문화개를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경북 칠곡 왜관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캐롤에 고엽제를 묻었다는 증언과 관련해 한미합동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시민단체가 1인시위 및 촛불문화제 등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미군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이하 대책위)'는 27일 저녁 캠프 캐롤(CAMP CARROLL) 정문 앞에서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대구경북진보연대 김선우 정책실장은 "대한민국 국민이 가지는 불안감은 매우 큰데도 불구하고 진상조사에 대해서는 매우 미온적"이라며 "고엽제 뿐만 아니라 화학물질을 불법으로 매립한 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고엽제 진상규명 대책위가 촛불문화제를 개최한 27일 저녁에 미군기지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고엽제 진상규명 대책위가 촛불문화제를 개최한 27일 저녁에 미군기지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백창욱 대구평통사 대표는 "SOFA 규정을 보면 미군부대에 오염원이 발생하면 한국은 기지 외부에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현재 미군기지내에 있는 오염물질을 발본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정부에 대해 "멀쩡한 4대강은 굴착기로 금방 준설해 내는 실력을 뽐내면서도 미군기지내 헬기장에 고엽제가 묻혀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파보면 금방 알텐데 전혀 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우리 땅인데도 미군의 눈치를 보며 시간끌기만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국장은 "왜관에서 태어나고 왜관에 아직까지 친척들도 살고 있어 미군의 고엽제 독극물 매립은 곧 나와 우리 가족의 문제"라며 "바로 몇 백미터 안에 낙동강이 흐르고 독극물이 흘러들어 지금 낙동강은 공사에 신음하고 독극물에 죽어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대책위 관계자 등 40여 명이 참석했으며 미군측은 불상사를 우려해 출입문을 잠그고 3시간동안 출입을 통제했다.

"땅값이 내려가고 농산물도 팔리지 않아 죽을 판"

지난 25일 왜관 미군기지인 캠프캐롤에서 대구환경운동연대 정수근 국장이 고엽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25일 왜관 미군기지인 캠프캐롤에서 대구환경운동연대 정수근 국장이 고엽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한편, 대책위는 지난 25일 대구와 경북의 30여개 시민단체와 정당이 모여 꾸렸으며 이들은 매일 1인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

대책위는 한미공동조사단이 꾸려져도 주한미군이 조사를 주도하게 되면 한국민들의 불안감만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며 민간조사단이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측 민관조사단의 활동도 결국은 주한미군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인 조사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부와 미국정부, 주한미군이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조사만을 진행할 것이 아니라 환경단체, 시민사회단체, 시민사회와 야당이 추천하는 전문가, 피해지역 주민 등의 직접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정부가 직접 나서서 맹독성 고엽제 매립 문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실시해 ▲ 오염원 제거 ▲ 주변지역 환경에 미친 영향 ▲ 주민들의 건강역학조사 등을 통해 피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피해보상까지 미국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캠프캐롤 앞에는 진상규명과 미군의 사과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수십 개나 걸려 있지만 정작 미군기지의 영향을 받고 있는 왜관읍에서는 고엽제 관련 현수막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왜관 사람들 중 미군부대 내에서 일을 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고, 지역의 좋지 않은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지역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군기지와 맞닿아 있는 주민들은 "이제까지 아무 탈 없이 잘 살아왔는데 갑자기 고엽제 문제가 터져 불안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말하기를  주저한다"고 전했다.

미군기지 후문쪽에 자리한 석전2리 주민들은 "상수도와 지하수를 같이 쓰는 집들이 많은데 우리 동네에는 지하수를 검사하겠다고 물을 채취해 간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며 이들은 고엽제 때문에 가장 큰 걱정은 먹는 물이라고 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이 마을 한 주민은 "얼마 전 서울에 참외를 내다 팔았는데 너무 맛있다며 추가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좋아했다"며 "그러나 고엽제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주문이 취소되어 올해 농사를 망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지금 땅값이 내려가고 농산물도 팔리지 않아 죽을 판"이라며 "동네 사람들도 고엽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싫어하고 또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안한다, 더이상 뉴스화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불안감 때문에 잠도 안 온다며 진상조사가 빨리 이뤄져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적극 나서라고 요구하고 주민들에 대한 대책도 세워줄 것을 요청했다.


태그:#고엽제 매립, #캠프 캐롤, #진상조사, #1인시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