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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이석채 KT 회장이 30일 오후 일본 도쿄 시오도메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합작 설립 계획을 밝힌 뒤 악수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왼쪽)과 이석채 KT 회장이 30일 오후 일본 도쿄 시오도메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합작 설립 계획을 밝힌 뒤 악수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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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2'를 든 이석채 KT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일본 동북부 대지진을 계기로 손잡았다. 두 사람은 한일 양국에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도입했지만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도코모 때문에 지금껏 '어색한 관계'였다. 결국 대재난 앞에 영원한 적도, 국경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전력난 대비해 일본기업 데이터 한국에 옮겨

KT와 소프트뱅크는 30일 오후 일본 도쿄 시오도메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기업들을 위해 한국에 대규모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만든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심각한 전력난과 또 다른 지진 피해에 대비해 일본 기업들의 데이터 서버를 안전하게 보관할 피난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양사는 오는 9월 KT-SB데이터서비시즈(가칭)란 합작사를 설립한 뒤 한일 해저 광케이블 출발점인 경남 김해 KT 연수원 부지에 서버 1만 대 정도를 보관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750억 원 정도로 알려졌으며 KT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1%, 49% 지분을 갖는다. 이에 앞서 오는 7월부터 서울 목동에 있는 KT 데이터센터에 우선 이전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에서 전력 사용량을 15% 감축하는 '전력 사용 제한령'을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정보 보안과 외교 관계 등 민감한 문제 때문에 데이터 백업 서버의 외국 이전을 꺼리는 관례를 깬 것이다. 손정의 회장은 "지진 전에는 이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 못 했다"면서 "전력이 계속 모자라고 또다시 대재해가 일어나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원격지를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석채 회장 역시 "재해 전에는 데이터센터가 외국에 간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면서 "클라우딩 컴퓨팅, 모바일 시대 되면 데이터센터를 한 나라에 두는 것보다 국제적 허브처럼 가장 안전한 곳에 두는 게 흐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30일 오후 일본 도쿄 시오도메에서 KT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에 대규모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30일 오후 일본 도쿄 시오도메에서 KT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에 대규모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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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NTT도코모가 2대 주주인 KT와 협력 선택  

이번 합작 사업은 한일 통신업계의 전통적인 협력 관계도 깼다. 일본 최대 통신사로 소프트뱅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NTT도코모는 KT 2대 주주이면서 모바일 사업 등에서 KT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석채 회장은 "이번 협력은 모바일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여서 도코모와 협력 관계를 해치지 않지만 예의 차원에서 도코모에 미리 얘기해 충분히 이해한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도코모와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소프트뱅크와 관계는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 역시 "도코모가 KT 주주지만 데이터센터 사업을 별로 취급하지 않고 있고 소프트뱅크 모바일이 아닌 소프트뱅크 텔레콤과 사업 제휴여서 우린 문제가 없다"면서 "BCP(재난시 사업 지속성)는 국외로 가는 게 중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해 단기적 문제를 뛰어 넘는 의사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인터넷데이터센터'란 기업에서 각자 관리하던 인터넷 서버를 맡아 대신 관리해주는 곳으로 소프트뱅크와 KT는 각각 일본과 한국 데이터센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의존도는 5% 수준인데 비해 일본은 20%에 달해 올해 일본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약 7조 5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지진에서 안전하고 원가 절반"... 대지진 계기로 급물살

KT는 애초 지난해 9월부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일본 진출을 시도해 왔지만 지난 3월 11일 발생한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지진 이후 손정의 회장이 KT 제안에 갑자기 관심을 표하면서 지난 4월 14일 이석채 회장과 소프트뱅크 본사에서 직접 만났고 이후 한 달여만에 합작사 설립에 이른 것이다.

서정식 KT 클라우드사업본부장은 "한국이 지진에서 안전하고 전력 수급이 원활한 지역이어서 손정의 회장이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KT 데이터센터 관리 능력이 세계 수준이고 전기요금 등 원가가 일본 절반 수준이어서 일본 전력난이 해소되더라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일본 기업인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일즈 컨퍼런스를 열어 본격적인 고객사 유치에 나섰다. 소프트뱅크는 대지진 이후 신규 수요가 월 50랙(1개 랙당 서버 10대 규모)에서 150랙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일본 기업 80% 정도가 도쿄 이외 원격지를 원하고 있어 한국 데이터센터가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T로선 내수 사업이란 꼬리표를 떼고 '외화 벌이'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KT는 이번 데이터센터 합작을 발판으로 일본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소프트뱅크모바일, 야후재팬 등 116개 IT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로 시가총액은 3조 6000억 엔(약 46조 5천억 원, 4월 12일 기준)에 달한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2540만 명으로 일본 통신사 가운데 NTT도코모, KDDI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지만 2008년 6월 애플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일본 모바일 혁명의 주역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한편 이석채 회장은 이날 행사를 마친 뒤 한국 기자들을 따로 만나 "오늘 저녁엔 NTT도코모 관계자들을 만나기로 했다"면서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친구 관계도 풀어야 하지 않겠나"고 밝혔다.

아울러 소프트뱅크의 협력 지속 여부에 대해 "기업은 서로 경쟁 관계도, 도움 관계도 될 수 있다"면서 "한마디로 동지다, 경쟁자다, 하는 건 위험하고 항상 양면성이 있다"고 밝혔다


태그:#손정의, #KT, #이석채, #소프트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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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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