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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민간인들과 육박전에 가까운 거친 실랑이를 벌였다. 30일 해군기지 건설 논란이 한창인 제주도 강정마을에서다. 이 와중에 여성 활동가 한 명이 한 해군 영관급 장교가 휘두른 팔에 맞아 병원에 가 치료를 받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해군 장교 20여 명은 30일 오전 11시 50분께부터 약 30분 동안, 또 오후 3시 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등 모두 두 차례에 걸쳐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활동가들을 상대로 거친 실랑이를 벌였다. 이들은 모두 영관급과 위관급 장교였다.

 

오전에는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측량을 하겠다며 주민들과 거친 몸싸움과 말싸움을 벌였다.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방아무개 소령은 "링 만들어 한 판 뜨자"며 비아냥거렸다. 주민들이 "너희가 조폭이냐"며 항의하자 30분 만에 돌아갔다.

 

해군 소령, 여성활동가 구타 논란... "때린 게 아니라 밀친 것"

 

오후에는 강정천 주변에서 주민들의 천막설치를 막겠다며 다시 장교 20여 명이 출동해 주민들과 거친 몸싸움과 말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 양아무개 소령이 제주지역 시민단체 여성활동가를 향해 "경력 쌓으러 왔냐"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이 여성활동가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두 사람을 비롯한 주변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여성활동가가 양아무개 소령이 휘두른 팔에 맞았다. 오후 6시 현재 이 여성활동가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천안함 침몰도 막지 못한 해군이 민간인을 때려잡으려 한다"며 사과를 요구했지만 양아무개 소령 등은 "때린 적 없다"며 거부했다.

 

그러나 여성활동가는 "양 소령이 구타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 항의하자 '내가 너를 여기서는 때릴 수 없지' 하고 비꼬다가 천막 안쪽으로 옮겨 실랑이를 하는 와중에 주먹으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근처에 있던 주민 한 명도 "그 모습을 보고 '왜 여자를 때리냐'고 항의하자, '때린 게 아니고 밀친 것'이라고 말했다"며 "아무리 못난 해군이라도 민간인을, 그것도 여성을 때리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영관급 장교가 흥분한 상태로 주민들과 싸우려 하자 동료 장교가 말리는 모습과 이를 뿌리치려고 하는 와중에도 그의 주먹 부위가 다시 여성활동가 팔 부위를 가격하는 모습이 <오마이뉴스> 카메라에 잡혔다.

 

해군 측은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더라도 행정청의 취소 처분이 없는 상태에서 해군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주민들이 설치한 구조물을 철거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해군이 용역 깡패냐"며 "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이고, 국회에서는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고 무엇보다도 한 사람(양윤모 감독)이 목숨이 위태롭게 단식을 하고 있는 중인데 공사강행을 하겠다는 발상을 어떻게 할 수 있나"고 따졌다.

 

주민들은 "어떻게 군인들이 그것도 졸병도 아닌 영관급과 위관급 장교들이 용역회사 직원들처럼 육박전에 가까운 몸싸움을 민간인을 상대로 할 수 있냐"며 "이런 사례는 처음인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오후 5시 30분 무렵 해군 장교들이 일단 돌아갔지만 주민들은 천막을 떠나지 않고 농성 중이다. 범도민대책위도 31일 해군과 거친 실랑이가 벌어졌던 강정천에서 이를 규탄하는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민족미술인협회 "양윤모-최성희 즉각 석방하라"

 

한편 오후 2시에는 민족미술인협회(이하 민미협)가 강정마을 중덕해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원 약 900여 명이 서명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미협은 성명에서 "국책사업이란 미명 아래 제주 강정마을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반민주적 국가권력의 횡포에 이 땅의 대다수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우리 민족미술인들은 평화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투쟁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애정 어린 연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민미협은 "명분 없고, 실익 없으며 주민 의사에 반하여 추진되는 해군기지 건설을 당장 중단하라"며 아울러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을 하다 구속된 양윤모·최성희씨를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민미협 기자회견에는 박흥순 민미협 대표, 성완경 전 광주비엔날레 감독,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 홍성담 판화작가 등 20여 명이 함께했다.


태그:#해군기지, #강정마을, #해군,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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