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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가 써래질을 합니다. 흙덩어리가 뒤집히니 그 안에 머물던 생명체들이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칩니다. 이때를 놓칠 세라 황로가 나타나 먹이 사냥에 분주합니다. 이름 모를 새까지 등장하여 먹잇감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황로에게 육중한 트랙터는 더 이상 무서운 존재가 아닙니다. 먹을거리 앞에서 뵈는 게 없으니까요.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를 졸졸 따라다니며 음식 축제를 즐기고 있는 황로. 현대기계 문명과 자연이 만나 묘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소가 풀을 뜯을 때 주변을 맴돌며 먹이 사냥을 하는 황로를 본 적이 있습니다. 풀 속에 은신했던 곤충들이 종종걸음으로 내뺄 때 황로는 손쉽게 배를 채웠겠지요. 이런 풍경이야 동물과 동물의 교감이니 그야말로 자연스럽고 정겨운 풍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제 황로가 굉음을 내는 트랙터도 무서워하지 않고 먹이사냥을 즐기고 있으니 이를 어찌 보아야 할까요? 인간에게 한 발 다가선 황로의 친밀감이라고 할까요? 아니라면 겁을 상실한 황로의 모험 정신이라고 할까요? 먹을거리 앞에서 황로의 두려움은 사치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거나 황로! 잘 먹고 잘 살아가길 바랄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위 사진은 지난 5월 29일, 전북 고창의 한 농촌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태그:#노랑부리백로, #써래질, #먹이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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