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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프레스센터에서 '이명박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에 대한 증언과 대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30일 프레스센터에서 '이명박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에 대한 증언과 대안'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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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살까지 정말 평범하고 평온했던 인생이, 2008년부터 딱, 어느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그 후로 3년 동안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됐지' 자괴감이 들고, 많이 괴롭다면 이것이 단지 운이 나빠서겠나. 뭔가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어서겠나." - 임장혁 전 YTN <돌발영상> 팀장

30일 프레스센터 외신기자 클럽, 최승호 전 MBC 'PD수첩' CP, 김용진 전 KBS 탐사보도팀장, 임장혁 전 YTN <돌발영상> 팀장, 김진혁 전 EBS <지식채널e> PD. "우리나라 저널리즘역사에서 '누구'하면 '아, 그 프로그램' 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지만, 지금은 유배조치를 당한" PD들이 '이명박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에 대한 증언과 대안'을 토론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사회를 맡은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체제의 근본적인 속성이 언론에 대한 탄압이다, 이는 이 정권이 기만과 허위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정권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이제, 규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반격할 수 있는 실천들을 모색할 때"라고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언론인 개개인에 대한 통제와 조치 이루어져"

임장혁 전 YTN <돌발영상> 팀장.
 임장혁 전 YTN <돌발영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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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장혁 기자는 이명박 정부 이후 언론탄압의 특징과 관련, "이전에는 저항의 주체나 대표성을 가진 사람, 이를 테면 노조위원장이나 집단 자체에 대한 제재가 가해졌는데 지금은 기자 개개인의 구체적인 행위나 신변에 대한 통제와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기자는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에 동참하다 2008년 10월 정직 6개월을 징계를 받았다. 이듬해 경찰의 쌍용차 노조 강경진압을 다뤘다는 이유로 경영기획실로 대기발령을 받기도 했던 그는 2009년 10월 또 다시 정직 2개월 조치를 당한다. 현재 임 기자는 YTN 공정언론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인사조치를 통한 탄압이 이루어진 것은 KBS, MBC도 마찬가지였다. 김용진 KBS 기자는 "탐사보도팀에 함께 있었던 최경영 기자의 경우, 2008년 8월 사장이 바뀌고 엉뚱하게 스포츠 중계팀으로 발령이 났고, 특별한 임무도 부여받지 못하고 지내다 '도저히 못하겠다'며 자비로 유학을 갔다"며 "당시 저희 탐사보도팀의 절반이 비제작부서 혹은 탐사보도 취재를 전혀 할 수 없게 흩어놨고, 이후 KBS 내 탐사보도의 맥락이 끊겼다"고 증언했다.

KBS 탐사보도의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김 기자 역시 부산으로, 울산으로 '유배'를 떠나야 했다. 김 기자는 지난해 KBS의 과도한 G20 정상회의 홍보방송을 비판하는 글을 <미디어오늘>에 기고했다 정직 4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멀쩡한 PD들 용인으로, 수원으로... 부동산 개발까지"

최승호 전 MBC <PD수첩> CP.
 최승호 전 MBC <PD수첩>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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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PD가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면서 KBS에서 실험을 다 한 기법들을 MBC에 적용하기 시작했다"며 말을 받았다.

"PD수첩과 MBC 시사교양국에 벌어진 일련의 일들은 김용진 탐사보도팀장과 팀원들이 겪은 일과 비슷한 일이다. 물론 울산으로는 못 보냈지만 '말 안 듣는다'고 해서 멀쩡한 PD들을 용인으로 보내고 수원으로 보냈다. 스포츠 중계팀은 그래도 영상도 만지고 프로그램도 만들지, '드라미아'라는 곳은 일종의 부동산 개발하는 곳이다. MBC 세트를 용인에 잔뜩 세워놓고 좀 더 많은 손님들이 올 수 있도록 개발 프로젝트를 하는 곳이다."

최 PD는 "프로그램들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많이 흔들리는 상황인데 그러면서도 사측이 겉으로 내세우는 건 시청률"이라며 "저도 이해가 안 가는 게, 저도 시청률 무지 올렸거든요, 오늘 기사도 났던데"라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최 PD는 "나름대로 많이 무너지고, 많이 깨졌지만 아직도 저항할 수 있는 역량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매일 MBC 본관 1층에서 농성을 하고 있고, 국장실 앞에 가서 팻말 같은 것을 들고 서있기도 하다"며 "아직 싸울 수 있는 배 열 두 척은 있다, 그걸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또 제가 이런 이야기 하면 '외부개입' 어쩌고 하면서 징계 당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지만, 시민사회에서 성원해 주시고 도와주시는 게 크게 도움이 된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정권 바꾸고 한 방에 조진다' 아니라 시스템 고민해야

김진혁 EBS PD는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다룬 <지식채널e>가 불방되었던 상황을 전하면서 "<지식채널e> 같은 프로그램은 엄밀하게 따지면 시사프로그램이 아니다, 사회비판적인 부분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시의성 있는 아이템을 다뤘다는 것조차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언론과 권력의 관계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PD는 "현 정권이 언론에 대해 가지는 태도는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라고 보고 있다"며 "정말 더 큰 문제는 정권의 이러한 태도가 아니라, 언론인들 사이에서 공포심이 가중되고 이것이 자기검열을 낳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김 PD는 '연대의식의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저를 포함한 언론인들은 무기력과 자괴감에 빠져 있다"며 "파편화된 언론인들의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막걸리파티'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임장혁 기자가 "연대가 이뤄졌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하겠다"며 '일상적인 보도투쟁'을 강조했다. 임 기자는 "어제 반값 등록금 시위하는 대학생들이 연행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등록금 시위하던 대학생 연행'이라는 제목이 '미신고 불법집회 대학생 연행'이라는 본질을 흐리는 제목으로 바뀌었다"며 "정권 말기로 가면서 홍보성 보도는 차마 할 수 없고, 자신들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가리고자 하는 '본질 가리기' 보도가 나올 것이다,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기자 개개인이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각사 감시기구 활성화를 통해 서로 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승호 PD는 "공영방송을 대통령 선거의 부속물처럼 만드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 PD는 "정권이 또 다시 바뀌어서 민주당에서 싹쓸이를 한다고 했을 때, 그런 상황에서 또 다시 언론의 자유보다는 정권에 충성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사장이 안 되라는 법이 어디있나, 그렇게 됐을 때 언론 자유는 또 뭔가 되나"라며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도 '정권 바꾸고 한 방에 조진다'는 생각보다는 항구적으로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시사보도탄압, #최승호 PD, #김용진 기자, #임장혁 기자, #김진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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