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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역시나 인터넷이 시끄럽다. 일요일 오후에 방영되는 MBC 일밤 <나는 가수다> 때문이다. 포털 검색어는 <나가수> 출연가수와 노래로 도배되었고, 음원차트 역시 이날 부른 노래들이 상위권에 진입되어 있다. 나 역시도 출근하자마자 <나가수>와 <1박2일>의 시청률을 비교하느라 바빴다.      

 

재개된 지 근 한 달이 되어감에 따라 이제는 꽤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여전히 그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나가수> 열풍.      

 

더 신기한 것은 대중의 관심이 주마다 그 내용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비록 프로그램의 형식은 공식적으로 다를 바 없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은 거의 매주 바뀌고 있다. 단순히 탈락자가 누구냐를 떠나 회마다 논쟁거리가 <나가수>를 통해 생겨나고 대중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임재범 등장과 하차      

 

김건모의 재도전 사태로 인해 김영희 PD가 하차하고 신정수 PD가 맡아 다시 새롭게 시작한 <나가수>. 이 새로운 <나가수>의 특징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경연을 두 번으로 늘리고, 청중 평가단이 3명에게 투표하는 등.      

 

그러나 5월에 새로 시작한 <나가수>를 이야기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열거한 새로운 규칙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임재범이라는 걸출한 가수가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오디오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었던 그 전설적인 가수가 <나가수>를 통해 노래가 무엇인지를 보여줬고, 이를 통해 <나가수>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예능 프로그램이란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단 3곡 밖에 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임재범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했다. '임재범 앓이'라는 말이 탄생할 정도로 전국 방방곡곡이 그의 노래로 도배되었고, 많은 이들이 임재범의 목소리에, 그리고 그의 사연에 눈시울을 붉혔다. 상처 입은 한 마리의 야수와도 비견되던 그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아버지가 되었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보컬로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그런데 그런 임재범이 건강상의 문제로 <나가수>를 하차한다고 밝혔다. 물론 자신은 끝까지 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고, 결론적으로 그는 대중들에게 아주 큰 공명과 아쉬움을 남긴 채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임재범이 하차한 이후의 <나가수>였다. 임재범이라는, 프로그램 자체를 뒤흔들었던 가수가 떠나고 난 뒤 그 공백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물론 박정현과 윤도현, 이소라 등과 같은 훌륭한 가수가 남아 있었지만 그들이 임재범의 빈자리를 채우긴 어려워 보였다. 임재범은 그 소름끼치는 가창력 말고도 대중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드라마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나가수>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옥주현과 JK김동욱, <나가수>의 선택      

 

어떤 가수가 투입되더라도 채우기 어려웠던 임재범의 빈자리. 이에 신정수 PD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카드를 내밀었다. 바로 옥주현과 JK김동욱을 그 다음 가수로 초대한 것이다.

 

JK김동욱이야 그렇다고 치자. 옥주현이 새로운 가수라고 밝혀지자 그야말로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옥주현이 누구던가. 아이돌 출신의 가수로서 엄청난 안티를 보유하고 있는 그녀 아니던가. 그런데 <나가수>에서, 대한민국 최고 가수만이 노래 할 수 있다는 <나가수>에서 옥주현이 노래를 부르다니.      

 

이후 1주일간 인터넷 게시판은 <나가수>와 옥주현으로 도배되었다. 대부분의 내용이 옥주현에 대한 맹목적인 성토였으며, 신정수 PD에 대한 날 선 비판이었다. 게다가 신PD는 어느 라디오 프로에 나가 결정적으로 기름을 끼얹었는데, <나가수>를 나중에 아이돌 가수로만 채울 수도 있다는 식의 아이디어를 언급한 것이다.      

 

 

도대체 왜 <나가수>는 옥주현이라는 무리수를 둔 것일까?      

 

이유는 지난 방송분에서 드러났다. 옥주현이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경연 1등을 한 것이다. 물론 많은 가수들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옥주현은 1등을 했다. 혹자들은 옥주현의 1등을 지적하며 <나가수>가 가창력 중심으로 흘러간다고 폄훼하지만, 옥주현의 1등은 그보다 더 중요한 측면을 지닌다.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이 가수들의 '인생 드라마'를 정면에 배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나가수>를 통해 노래가 아닌 공연을 본다. 임재범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으로 다가간 것은 그가 단순히 가창력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우리는 그의 노래에서 그의 인생을 읽었고, 또 절절히 공감했다. 그가 열창한 '여러분'을 들으면서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던 건 결국 노래 안에 녹아 있는 그의 이야기 때문인 것이다.      

 

'인생 드라마'로서의 <나가수>. 그렇다면 신PD가 왜 옥주현을 택했는지, JK김동욱을 택했는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두 가수 모두 자신만의 드라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근 10년이 넘었건만 아직까지도 도가 지나친 안티에 괴로워하는 옥주현과, 아직까지도 임재범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그 아류로 평가받는 JK김동욱. (정말이지 그가 굳이 임재범의 '비상'을 노래하는 모습은 안습 그 자체였다)      

 

이는 금요일마다 방영되었던 <위대한 탄생>이나 <슈퍼스타 K>에 등장하는 인생역정과는 그 결을 달리한다. <나가수>에 등장하는 드라마는 '어려운 가정사와 시련을 겪고 가수의 꿈을 키워온' 가수 지망생들의 그것과 달리 더 다양하고 친숙하며 의외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공연에서 신PD의 이런 예측은 잘 맞아 떨어진 듯하다. 두 가수 모두 처음 등장한 것치고 훌륭한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옥주현 출현에 대해선 반대 의견이 많고, 편집이나 공연 순위 등에서 공평하지 못했기에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번 방송분으로 <나가수>는 1주일간의 부담을 어느 정도 내려놓은 듯하다.      

 

게다가 이번 방송으로 <나가수>는 굉장한 소득을 하나 얻었는데, 그것은 바로 항상 문제가 되었던 스포일러에 관해서다. 이번 스포일러는 옥주현의 1위를 맞추지 못 했을 뿐더러, 사소했던 것 같은 가수들의 갈등을 부풀려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시청자들이 스포일러가 더 이상 의미 없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다.      

 

<나가수>가 나아갈 방향은?      

 

현재의 <나가수>는 분명 진화 중이다. 처음에는 서바이벌이란 무한 경쟁 시스템을 최고의 가수들에게 적용하면서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지만, 이제 시청자들은 누가 꼴찌냐는 것보다는 어떤 가수가 어떤 노래를 어떻게 불렀느냐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임으로써 프로그램의 진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번 방송에서는 가수들의 드라마를 정면 배치함으로써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냈지만 이와 같은 신파가 계속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계속해서 얻어내기 위해서는 드라마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나가수>에서 항상 눈길이 가는 가수는 이소라다. 물론 그녀의 노래가 내 취향도 아니며, 이번 그녀가 부른 '주먹이 운다'는 임재범의 피쳐링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현재 <나가수>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대중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한껏 힘을 빼고 부르기도 하고, 열정적으로 랩을 구사하기도 하는 이소라. 다행히 청중평가단은 그녀의 노력을 높이 사는 듯하다. 그리고 그런 팬심은 <나가수>를 무한 경쟁이라는 덫에서 구해 줄 것이다. 다양성의 확보만이 획일적인 기준으로 모든 걸 평가하는 경쟁체제를 그 밑에서부터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도현이 말하지 않았던가. "괜찮아, 꼴지 해도 돼. 그냥 즐겨!" 


태그:#나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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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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