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신 : 31일 오후 4시 40분] 대학 당국 "법인화는 더 높은 수준 교육기회 제공위한 것"
'법인화 폐지'를 요구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요구에 대학본부측이 정면 거부 의사를 밝혀 본관 점거사태가 장기화 될 전망이다.
학교측은 31일 오후 2시 자연대 교수회의실에서 오연천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시학장회의 후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학생들이 대학본부 전체를 불법적으로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학교 운영이 마비되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점거농성을 조속히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는 이어 "법인화는 학생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오히려 "(학생들이 우려하는) 대학자치의 강화, 등록금의 부담 완화, 기초학문의 기반 강화 등은 법인화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되받아쳤다.
남익현 서울대 기획처장은 이어진 일문일답에서 학생들의 총장면담 요구에 대해 "불법점거 상황에서 협의의 여지는 없다"며 "(학생들이) 점거를 풀고 사과해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처장은 학생들이 점거를 풀지 않으면 공권력을 투입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오늘 오후 6시 촛불집회를 여는 등 투쟁의 강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어서 법인화를 둘러싼 대학과 학생간의 대립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4신 : 31일 오후 2시 20분] "내일 오후 6시까지 성의있는 약속을 하라"
대학본부 점거농성을 이끌고 있는 서울대 총학생회는 31일 오후 1시 대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학본부는 내일(1일) 오후 6시까지 성의있는 약속과 이행을 확약하라"고 촉구했다. 총학생회는 "만약 성의있는 약속을 보이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압박했다.
지윤 총학생회장은 '성의있는 약속'이란 구체적으로 "서울대법인화설립위의 해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점거농성에 따른 학교업무 차질에 대한 시선을 의식한 듯 "점거농성은 학생이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하는 것이지 빨리 처리해야 할 일까지 못하게 막지는 않는다"며 언론의 왜곡 보도를 경고했다.
총학생회는 이날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수많은 의견제시와 항의 등을 무시하는 본부에게 시민 직접 행동을 통해서 법인화의 일방적 추진에 대해 제동거는 것은 정당한 일"이라고 점거농성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3신 : 31일 오후 1시] 점거농성 하면서도 시험공부는 한다
대학본부를 점거하고 있는 서울대 학생들은 끼리끼리 모여 앉아 토론을 벌이거나 책을 읽고, 기타 반주에 노래를 부르며 농성의지를 키워가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난밤 밤을 새우다시피 한 탓인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발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문에서 학교 직원들의 출입을 막고 있지만, 학생들의 출입은 자유롭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되자 밖에서 주문하거나 직접 사온 도시락이나 컵라면, 과자 등을 먹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고 있다.
대학원생들이나 다른 대학에서 보내온 피자, 음료 등의 지원물품이 전달되기도 했다.
친구 4명과 함께 3층 옆문을 지키고 있는 문아무개(사회학과 4)씨는 "어젯밤에 제대로 잠을 잘 못자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견딜 만하다"며 "친구들과 얘기도 하고 시험공부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대는 다음주부터 기말고사에 들어간다. 건물 복도와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띈다. 문군은 "시험도 시험이지만 수업시간이 되면 다른 친구와 교대하고 수업에 들어간다"며 "농성한다고 학생이 아닌 건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가장 힘든 점이 뭐냐는 질문에 문씨는 "우리 농성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면서도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며 "그들에게 약간의 무관심과 귀찮음만 이겨내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4층 총장 부속실에서 만난 김아무개(불문 2)씨는 "우리의 농성은 대학구성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인 결정을 한 대학 당국에 대한 정당한 행위이지, 폭력을 사용하거나 학교의 내부기밀을 누출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사회와 언론이 자신들의 모습을 바로 보아주길 촉구했다.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은 없느냐고 묻자, 김씨은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의아할 정도도 객관적으로 보도했더라며 "내일 신문을 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농성에 대해 모두 찬성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본부 건물에 붙은 대자보를 한참 유심히 읽고 있던 이아무개(사회교육과 4)씨는 "어제 비상총회에 참석했다가 분위기가 점거농성으로 몰고가는 듯해서 돌아갔었다"며 "대자보를 아무리 읽어도 '불법적인' 점거농성까지 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2신 : 31일 낮 12시 50분] 서울대 교수-교직원들 지지성명
법인화 철회를 요구하는 서울대 학생들의 대학본부 점거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교수와 교직원들이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서울대 공무원노동조합,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등은 31일 오전 11시 30분 대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총장은 학생들이 총학생회의 민주적 절차에 따라 내놓은 요구사항에 응해야 한다"며 "총장은 법인화 추진을 즉시 중단하겠다고 직접 공개적으로 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어제 총학생회가 24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모여 비상총회를 성립시켰고 장장 5시간이 넘는 진지한 토론과 민주적 절차를 통해 법인설립준비위의 즉시 해체를 요구하는 안이 94%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다"며 "학생들은 서울대의 미래라는 중대한 문제가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없이 국회의 날치기 통과로 좌우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날치기 통과의 주역인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국회는 현재 상임위에 상정되어 있는 법인화 폐기법안 논의를 즉시 개시하여 6월 중에 날치기 통과된 법인화 법을 당연히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전국민적 관심사인 대학 등록금 문제 해결을 포함한 고등교육의 개혁과 발전은 서울대 법인화가 아니라 공공성과 민주성에 기반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며 "정부 여당은 서울대를 포함한 한국 고등교육의 장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 학생들의 점거농성 이후 현재까지 학교는 무대응인데. "본부는 대화로써 소통하려 하기 보다는 일방적인 홍보만 하려는 듯하다. 이런 식이면 학생들도 점거를 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사회 각계각층의 지지와 연대가 있을 것이다."
- 교수와 교직원들은 학생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이미 150명 이상의 교수들이 법인화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당장 오늘 저녁 촛불집회에도 동참할 것이며, 학생들의 점거가 끝날 때까지 지지를 거두지 않을 것이다."
- 법인화를 왜 반대하나. "'법인화'라는 단어가 생경해서 중요한 문제인데도 사회의제화 돼지 않고 있다. 법인화는 사실상 기업화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국가가 해선 안될 짓이다. 등록금 문제 보다도 더 근본적인 문제이다."
- 법인화의 폐해를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얼마전 이미 법인화한 국립대인 울산과기대의 법인 이사직을 보면, 당연직에 속하는 관료 3-5명 외 일부 학계 인사가 있고, 그 외에는 모두 재계 인사이다. 시민단체, 학부모 등은 한 명도 없다. 재계가 대학을 장악하는 것이다. 최근 재계가 인수한 중앙대를 보라. 회계학이 교양필수 과목이다. 이게 대학인가. 사립대는 그렇다 치고 왜 국립대까지 그래야 하나. 국립대는 국민이 주인이고 국민의 권익을 대변해야 한다. 이것을 망각하는 것이다."
[1신 보강 : 31일 오전 9시 30분]
조국 교수 "대학본부, 경찰 부르는 우를 범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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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생들이 '법인화준비위 해체'를 요구하며 대학본부 건물을 점거한 가운데, 서울대 조국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31일 오전 트위터에서 이번 사태의 해법을 제시했다.
조국 교수는 "국립대 법인화는 정부와 국회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지난번 통과된 서울대법인화법은 내용과 절차 모두에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현행 서울대법인화법은 날치기 통과라는 절차적 문제점 외에 '대학의 자치'라는 헌법적 원칙이 훼손될 위험, 수익 중심의 대학운영으로 기초학문이 홀대받을 위험 등을 안고 있다"며 "내년 4월 총선 이전이라도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어 대학본부 측에 대해서 "본부로서는 법이 통과된 이상 이 법을 시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상의 우려사항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 뒤 "이번 농성 해산을 위해 경찰을 부르는 우는 범하지 않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농성중인 학생들에 대해서도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고 있음을 명심해서 농성기간 중 절제된 태도를 견지하길 바란다"며 "본부가 해결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본부와 대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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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법인화에 반대하는 서울대 학생들이 대학본부 건물을 점거했다.
서울대 학생 500여 명은 30일 오후 비상 총학생회를 마치고 오후 11시 45분경부터 대학본부 건물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31일 오전 8시 30분 현재 학생들은 본부 건물 곳곳에 모여 토론을 벌이거나 노래를 부르며 아침을 맞고 있다.
두헌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응용생물화학부 4년)은 "학교측에 성실한 대화를 요청하고 있으나 성의없는 답변 뿐"이라며 "법인설립준비위가 해체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대학본부 정문 등 모든 출입구를 통제하고 있으며, 오후 1시 총학생회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30일 오후 7시20분경 서울대 아크로 광장에 모여든 인원이 비상총학생회 정족수를 넘어서자, 법인화 설립준비위 해체를 위한 행동 여부를 놓고 표결했다. 이 중 1715명인 절대다수가 준비위 해체를 요구했고, 2차 투표에 참여한 학생 1327명 중에서 1210명이 총장실 점거를 선택했다.
오전 8시 40분경 대학본관에 지지방문 온 최갑수 법인화반대공동대책위 상임대표(서양사학과 교수)는 "어제 여러분들이 비상총회를 열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결론을 내리는 모습을 보며 교수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우리 사회가 많이 민주화 된 것 같지만 법인화와 같이 중요한 결정을 대학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대학본부가 독단적으로 내리고 국회에서는 날치기로 처리하는 등 아직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이번 사태가 당장은 법인화 싸움 같지만 결국은 사회 민주화를 위한 싸움"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법인화반대공동대책위는 오전 10시부터 비상회의를 열고 학생들의 점거농성에 대한 지지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오연천 서울대 총장은 이날 오전 출근해 학내 모처에서 대책을 숙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