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사람들이 '논개 순국 체험' 행사를 열었다가 논란이 된 후 내년에도 열 것인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바꾸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논개순국체험 행사는 지난 28~29일 사이 제10회 '논개제(論介祭)'의 하나로 진주성 촉석루 앞에서 열렸다. 어린이들이 '왜장(倭將) 인형'을 안고 1m 높이 인공 의암바위에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도록 한 것이다. 이는 1593년 임진왜란 진주대첩 때 기생 '주논개'(?~1593)가 촉석루 아래 의암에서 일본 왜장(게야무라 로쿠스케)을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해 순국한 것을 재현한 것이다.
행사 사진이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알려진 뒤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은 "자살 체험"이라거나 "문익점 스파이 체험도 할거냐", "삼천궁녀 체험은 안하나"는 반응을 보였다.
진주사람들도 논란이다. 진주에서 발행되는 <경남일보>(5월 31일자)는 "진주 정서 모르면 말을 하지마"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에 대해, 이 신문은 시민들이 "자살체험으로 몰고 간다면 논개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거나 "지역 정서를 모르는 네티즌들이 단순히 사진과 이야기로 전해 듣고 비난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반응을 보인 시민들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했다.
진주시장 "신문 보고 알았다... 계속 해야 하는지는 논의 해봐야"
이창희 진주시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논개제 프로그램은 제전위원회에서 결정하고 진주시는 관여하지 않으며 재정 지원만 한다. 행사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 논개순국체험 행사와 관련한 논란은 신문을 보고 알았다"면서 "5~6년 전부터 해왔다고 하는데,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민섭 진주시 문화관광과장은 "논개순국체험 행사를 자살체험이라고 운운하는 것을 보고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개의 순국을 되새겨보자는 의미다"며 "조만간 논개제 평가보고회를 할 것인데, 그 때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현재는 그 행사를 계속 한다 안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진주시의원들도 관심이 많다. 진주시의회 복지문화위 조규석 위원장은 "논개제는 지난해보다 올해 예산이 줄어들었는데, 여러 가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논개순국체험 행사 하나만 놓고 생각하기보다 논개제 자체를 바꾸어야 할 것 같다. 김시민 장군 등 '진주대첩제'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강민아 진주시의원은 "혼란스럽다. 지금은 국민헌장을 무조건 외우도록 하던 시대는 아니다. 개인의 행복이나 가치가 더 존중받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면서 "아이들은 재미있어 했다고 하는데, 논개 정신을 계승하려면 조금 더 세련된 모습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배화옥 경상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자살 체험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행사장에 에어매트를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안전 문제는 남는다. 만약에 큰 사고라도 났다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왜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해 야단을 듣겠다는 생각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논개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 과도한 이벤트는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면서 "아이들은 성격이 다르기에, 그런 행사를 통해 받아들이는 것도 다양하다. 그러한 이벤트에는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