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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하에서 남북대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완전히 물건너간 것인가.

 

북한은 1일 남북한이 베이징에서 가졌던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했다. 일반적으로 비밀접촉은 말 그대로 내용을 비밀로 하는 것인데, 그 참석자 및 오간 내용을 그대로 공개했다는 것은 더이상 상대를 하지 않겠다는 표시이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이미 지난달 30일 "이명박 정부와는 더이상 상종하지 않겠다"며 동해 군 통신선을 차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한, 비밀접촉에서 세 차례 정상회담 제의"

 

북한은 이날 국방위원회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의 글에서 "지난 5월 9일 베이징에서 남북간 비밀접촉을 가졌다"며 이 자리에서 남측은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에 따르면, 남측은 "이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일정을 모두 잡아놓고 있다면서, 두 사건(천안함-연평도)이 타결되면 5월 하순경 장관급회의에 이어 6월 하순 이후 판문점, 평양, 핵안보정상회의 등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는 것이다.

 

북이 '선 핵포기'와 '두 사건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자, 남측은 "최소한 '유감'이라도 표시해달라"면서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하고 돈봉투까지 건넸다는 게 북의 주장이다.

 

앞 다르고 뒤 다른 남측 당국 태도 구설수 오를 듯

 

북한의 주장을 모두 그대로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대북 정책을 수행하는 남한 정부의 이중성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간 이명박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북의 진정성'과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이게 충족되지 않으면 설사 남북대화가 열리더라도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국방위 대변인의 답변을 보면, 남측이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달라"고 했다. 더구나, "(남측이) 올 4월 들어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으니 제발 정상회담 비밀접촉을 갖자"고 했다는 것이다.

 

평소 겉으로는 "두 사건에 대한 사과 표시가 없으면 절대로 타협은 없다"며 그렇게 강경하게 얘기하면서, 뒤로는 고개를 숙여 정상회담을 구걸하는 모습이 됐다. 

 

시간은 북한 편이 아니라더니... 조급한 이명박 정부

 

남측이 이 같이 애타게 정상회담을 갈구하게 된 것은 임기가 이제 1년 반 정도 밖에 남지않은 시점에서 남북관계에서 무언가 업적을 남기고 싶어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조급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이명박 정부는 '북한붕괴론'에 입각, 압박을 가하면 언젠가 북한이 무릎 꿇을 것이란 시각에서 강경자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무작정 기다림의 전략은 경제적 고난에 대한 북한의 면역력과 중국이라는 지원세력 때문에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시간이 흐르면서 북한의 핵 능력이 더 강해져 다음 정권이 부담해야 할 협상 대가만 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까지도 정부는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초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5·24 조치(대북지원 전면 중단)로 북한은 연소득 3억 달러를 차단 당하고 있으며 우리로부터 매년 3억 달러 정도의 벌금이 매겨지는 셈"이라며 "시간은 결코 북한편이 아니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러나 북한 편이 아니라던 시간은 적어도 남한 편도 아니었던 것이다.

 

"더이상 남북대화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게 됐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더이상 남북대화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게 됐다"며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남은 임기 1년반을 대화 없이 보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절대 타협이 없을 것처럼 해놓고 뒤로는 비밀협상을 해보려다 대망신을 당했다"며 "이 같은 정부의 이중성은 진보세력은 물론 보수세력까지도 속인 셈이므로 양측으로부터 모두 욕을 먹을 수밖에 없을 것"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비밀접촉을 하면서도 대북 강경정책은 오히려 강화하는 등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 "북한은 정상회담을 해봐야 남측의 강경정책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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