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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5월 1일, 오는 7월 31일부터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강북권 24개 상가에 대하여 상가 또는 점포 단위로 일반입찰을 통해 대부계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후 관련 계획을 순차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는 "새로 대부계약을 추진할 강북권 24개 상가는 그동안 상인들에게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입찰을 보류하고 있었으나 지하도상가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대부를 위해 일반입찰을 추진하게 되었다"면서 "5월 초순에 입찰공고 예정인 5개 지하도상가는 시청광장, 명동역, 을지로입구, 종각, 을지로이며, 사업설명회 및 심사 등을 거쳐 7월 중 심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또 같은 달 9일에는 시청광장, 명동역, 을지로입구, 종각, 을지로 등 5개 지하도상가에 대하여 일반입찰 공고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 서울시 홈페이지 및 서울시설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서울시의 강행 방침에 맞서 상인들은 6월 1일 오전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 앞에서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집회를 갖고 서울시와 한나라당을 격하게 비난하면서 서울시의 입찰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상인들은 이에 앞서 지난 3월 29일과 4월 13일에도 서울시의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5월 17일에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가진 바 있다.

 1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선 지하도상가 상인들
 1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에 나선 지하도상가 상인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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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하도상가 '일반 입찰' 강행 배경은?

서울시는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지난 5월 17일 서울시는 "사유화됐던 29개 지하도상가 2738개 점포 입찰기회 모든 시민에게 주어진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해, "그동안 기득권 임차인에게 사실상 독점, 사유화돼온 서울시내 29개 지하도상가 2738개 점포에 대한 입찰기회를 앞으로는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주기 위해 일반입찰을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나셨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인 상인대표, 시민단체, 전문가 등 10명의 지하도상가발전협의회를 구성해 지난 2010년 11월부터 11회에 걸친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했다"면서 "그동안 충분한 사전 예고기간을 거쳤고, 공공재산에 대한 사유화 피해를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고 판단, 정해진 법과 원칙에 따른 절차를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강행 방침과 관련, 관련법규와 조례를 들기도 했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현행 서울특별시지하도상가관리조례에도 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공익목적 및 천재지변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시행령 제29조에 24가지 사유에 한해서만 수의계약으로 임대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서울시는 2008년도 경쟁 입찰을 유보할 당시에도 임차상인들의 양도·양수 허가 시에 양수인에게 경쟁 입찰을 예고했고, 어떠한 권리금도 주장하지 않겠다는 공증각서도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지하도상가 상인들을 배려한 점을 들기도 했다. "기존 상인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재산상 손실을 보호하기 위해 1998년 지하상가 관리운영권 인수 후, 1998년에 5년, 2003년에 5년, 2008년에 3년(강북권) 등 3회에 걸쳐 13년 이상 기존 상인과 수의계약을 통해 영업권을 보장해왔다"며, "지난 2008년 서울시내 지하상가를 동시에 일괄 입찰하는 안을 추진했으나, 2008년 당시 경제위기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해 강남 5개 상가를 우선 추진하고, 나머지 24개 상가는 3년 조건부 입찰 연장조치를 통해 배려한 바 있다"고 밝히면서 이번에는 더 이상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인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공공재는 시민세금으로 유지 관리되는 만큼 공공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서울시가 지난 2003년 '지하도상가관리조례'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했지만 상인들의 반발로 몇 번에 걸쳐 미뤄진 공개입찰이 현실화되면 지하도상가의 공공성과 거래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지하도상가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서울시내 해당 지하도상가는 1960~1980년대 서울시내 인구 과밀지역인 도심지 또는 인구 밀집이 예상되는 지역의 교통난 해소와 도시기능의 원활화를 기하고 유사시 유동 인원의 방공 대피소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건설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시내 주요지역의 도로 지하에 지하도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으나 빈약한 서울시 재정 형편상 직접 시공하지 못하고 민자를 유치해 건설했었다. 서울시와 계약을 맺은 건설 회사들은 상가를 설치하겠다는 광고를 냈다. 이 광고를 보고 찾아온 상인들은 건설회사의 요구대로 임대 보증금을 지불했다. 이 돈으로 지하도 상가는 건설되었으며 이후 완공된 지하도 상가의 시설물 일체를 서울시에 기부채납 했다.

강남역 지하도상가의 경우 1982년 대우건설이 건설했다. 대우건설은 지하도상가를 건설한 후 상인들에게 20년간 임대료를 받고 분양했다. 대우건설은 이 시설물을 지난 2002년 서울시에 기부채납 했다. 이에 따라 시설관리권을 넘겨받은 서울시가 시설관리공단에 운영을 넘겼고, 실질적인 의사결정 주체는 서울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이는 지하철공사가 100% 서울시 예산으로 공사를 하여 만든 지하철 상가와 태생적으로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 지하도상가는 서울시와 임대차 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지만, 상인들의 재산권은 실질적으로 개인재산으로서 가치를 법으로 보호받아왔다.

1998년 서울특별시 지하도상가 관리조례를 제정한 이후 조례 제11(임차권의 양도 등)에 의해 지하도 상가의 점포 양도·양수를 허가사항으로 지금까지 실시해왔기 때문. 법적으로 이들 상인들이 자유롭게 양도·양수 하는 등 재산권을 행사해 왔다는 것이다.

2002년에 이어 2008년 그리고 2011년
 
서울시와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갈등은 올해가 벌써 세 번째다. 서울시와 지하도 상가 상인들 간의 계약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되었던 것. 서울시는 2002년 11월 4일 업무연락을 통해 서울시 지하도 상가의 점포 갱신계약 및 양도·양수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고 이번과 같이 공개경쟁 입찰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적 있다.

당시 이 조치에 대해 지하도 상가 상인들은 크게 반발했다. "서울시 지하도상가 30개소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3000여 점포의 업주 및 종사원 그리고 그에 딸린 가족 등 수만 명의 생계와 직결되는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이유였다.

서울시는 지하도 상가 갱신계약 및 양도·양수의 전면금지 조치를 11월 4일 실시한 이후 연합회 비대위와 11월 8일 1차 면담을 시작으로 수십 차례의 협의를 진행했지만 여의치는 않았다.

상인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002년 12월 7일, 당시 이명박 시장과 면담을 하게 되었다. 상인들과의 면담에서 이명박 시장은 "상인들의 상권보호와 조례의 제정 이후 지하도 상가를 구입한 선의의 피해자를 이해하고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에 지하도 상가에서의 수익성 확보를 위한 서울시 방침에 대해 상인측이 수용을 하면 서울시는 공개경쟁 입찰을 철회하겠다"는 것.

당시 이 시장은 계속해서 "자신이 수의 계약한 5년 이후의 문제는 차기 서울시장과 협의하면 될 것"이라고 상인들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임으로써 갈등은 봉합될 수 있었다.

서울시가 당시 상인들의 입장을 수용할 수 있었던 법적 근거는 "서울시장이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 한하여 수의계약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서울시 지하도 상가 조례 제5조에 근거해 이루어졌었다. 이를 통해 갈등 봉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이후에도 여진은 계속된 바 있다. 서울시는 입찰방식 고수방침에서 한발 물러선 대신 임대료와 보증금을 300~900% 인상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과도한 임대료와 보증금 인상에 대해 상인들은 연합회를 중심으로 1년이 넘게 반발을 계속했다. 결국 분쟁 발생 1년여 만인 2003년 임대료를 100~200% 인상된 금액으로 조정하고 5년을 기한으로 하는 임대차 계약이 성립 되므로서 그 갈등이 마무리된 바 있다.

지난 2005년 봉합되었던 갈등은 또 다시 지난 2008년 서울시가 서울시내 지하도상가에 대해 5년 마다 갱신하게 되어 있는 임대차 계약과 관련 기존의 '수의계약' 체결방식을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전환하겠다면서 3000개 전체 점포를 상대로 일방적인 명도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바 있다.

이후 28차례의 집회를 통해 강한 반발을 한 지하도상가 상인들과 서울시는 지난 2009년 9월 '강북권 24개 지하도상가는 공개경쟁입찰 방식 도입은 3년 유보', '리모델링이 시급한 강남권 5개 지하도상가는 상인들이 리모델링 비용(점포당 1억 원)을 부담하는 조건에서 지하도상가 상인들에게 관리 운영권을 주는 조건'으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서울시 지하도 상가 일반입찰 서울시 정책의 희생양

상인들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결국은 생존권과 재산권에 얽힌 부분이다. 상가 초창기부터 상권 형성을 위해 자신들이 들인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삶의 터전인 점포까지 날아간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

실제 목 좋은 지하도 상가의 경우 권리금만 몇 억 원에 이르는 경우들도 있다. 상인들 주장의 요체 중 한 가지는 권리금은 지난 수십 년간 자신들이 들인 노력의 대가로 생긴 자신들의 재산권이라는 것이다. 권리금은 물론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지만, 그동안 지하도 상가는 양도·양수라는 형식을 빌려 오랜 기간 법적으로 보호를 받아왔었다는 것.

 지하도 상가 상인들과 서울시와의 갈등은 지난 2002년에 이어 2008년 그리고 올해가 세번째다.
 지하도 상가 상인들과 서울시와의 갈등은 지난 2002년에 이어 2008년 그리고 올해가 세번째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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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개경쟁 입찰방식을 도입하게 된다면 한 순간에 이 같은 자신들의 재산이 날아가게 됨은 물론, 지난 수십 년 동안 터를 잡고 쌓아온 자신들의 모든 기반과 상권이 일거에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이들을 그 토록이나 절박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특히 올해 들어 시작된 서울시의 일반입찰 강행방침의 배경에는 서울시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상인들에게 전가하는것 아니냐며 반발의 강도가 더 높다.

즉 "지하도 상가에 대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울시 조례 개정안은 대폭적인 임대료 인상을 획책하여 시 재정을 충당하고자 함이며 이를 위해 정경유착의 대가로 상가 단위 입찰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서울시의 이 같은 계획은 앞날이 밝지는 않다. 먼저 안건을 심의해 통과 시켜줘야만 하는 서울시 의회의 여야의원들이 서울시의 방침에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

실제 1일 서울시의회 건설위원회 정용림 소위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집행부가 무리하게 밀어 붙이고 있다. 여야 의원들 모두 서울시의 조례 상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부결될 것이다. 집행부도 그 같은 사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반해 조례 개정을 밀어 붙이고 있는 서울시 도로행정과 서상만 과장은 의회의 부정적 입장 피력에도 불구하고 밀어 붙이는 이유를 묻는 1일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의회의 입장은 알고 있다"면서도 "의회와 계속 협의할 것이다"며 강행 입장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해갔다.

당사자들의 반발 또한 심각하다. 지하도 상가 상인들은 1일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의 집회를 통해 "서울시는 30년간 유지했던 점포의 양도양수를 중지시키는 내용도 조례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점포 양도양수 금지 조치는 상인들로 하여금 과도한 임대료 인상에 견디지 못하고 점포를 반납하게 만들어 대기업으로 하여금 직영매장으로 활용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상인들은 계속해서 "또한 서울시는 지하도 상가의 공공시설로 마땅히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엘리베이터및 에스컬레이터 등 편의시설을 궁극적으로는 상인들에게 부담시키고자 상가단위 입찰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야 말로 대기업의 사업성 확대와 서울시의 재정확충이 서로 맞아 떨어지는 공통의 편의적 제도로서 정경유착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조례 개정안은 시 재정의 수익성 확대를 위한 내용으로서 상인들로 하여금 제2의 용산 참사를 야기 시키는 정책이므로 상인들은 단연코 반대"한다고 못 박았다.

서울시의 입찰 강행 방침에 반발하며 상인들을 이끌고 있는 '사단법인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정인대 이사장은 "서울시가 기존의 수의계약방식을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나선 것은 수익성 개선을 명목으로 내세워 겉으로 보기에는 합리적인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대기업에게 지하도상가를 넘기려는 목적이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현지하도상가'의 경우 240개 점포가 있는데 이를 개별 점포를 상대로 경쟁 입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가 전체를 하나로 묶어서 많은 액수를 적어 넣는 법인이나 지상의 대형 백화점에게 상가 임차권을 넘겨주겠다는 발상 자체가 대기업을 위한 제도적 함정이다", "서울시가 상가단위 입찰 방침에 상인들이 공정하게 참여 한다고 선전하는 것은 고무 새총을 들고 있는 상인들에게 기관총을 든 대기업과 싸움을 하라고 하면서도 이를 공정한 싸움이라고 말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서울시가 보도자료등을 통해 '상인대표'들과 협의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말하는 상가 대표라고 말하는 곳은 전체 29개 상가 가운데 5곳의 상가 대표들이기에 전체 지하도 상가 상인들의 뜻을 반영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세훈#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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