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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 한반도재단이사장(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움직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는 오는 6일 선진화와 통일운동의 범국민적 추진을 내건 '선진통일연합'이라는 보수 성향의 대규모 조직을 공식 발족시킨다. 선진화와 통일을 내건 단체가 한 둘이 아니지만 그가 뉴라이트 운동과 이명박 정부 집권의 이론적 토대라는 '선진화' 담론을 제시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가 17대 때 1년간 국회의원으로 몸담았던 한나라당에서는 "보수의 외연 확대다, 한나라당과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진홍 목사, 남시욱 전 문화일보 사장, 박효종 서울대 교수, 김희상 전 청와대 국방보좌관 등 1만여 명의 회원을 모집한 데 이어 10만 회원 확보, 전국단위 지역조직과 해외 지부까지 만들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가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한 발판을 만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1일 서울 반포의 공동체자유주의 연구실에서 만난 박 이사장은 "국회의원도 능력이 안 돼서 그만 둔 사람이 뭘 또 하겠나"라며 "여의도 정치는 안 한다"고 반박했다. '보수 확대'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생각은 자유"라고 일축했다. "대한민국 역사를 선진과 통일로 바꾸기 위해서는 뉴레프트와 뉴라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뉴라이트는 실패했고, 뉴레프트는 아직 안 나왔다"고 진단했다.

 

박 이사장은 이처럼 진보-보수를 넘어선 국민운동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가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설 마땅한 후보가 없는 한나라당내 친이계의 대안 중 하나로 계속 거론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다음은 문답전문.

 

- 북한이 "이명박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애걸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남한에 대한 교란 작전일 수 있다. 정확한 내용을 알려면 사실이 더 드러나야 한다. 그런데 북한은 돈만 주면 지금 당장이라도 정상회담을 할 것이다. 중요한 건 정상회담 그 자체가 아니다. 확실한 통일정책을 세워놓은 뒤에 그 수단의 하나로 정상회담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분단의 관리, 즉 현상유지에 안주할 수 없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적극적인 통일 정책을 세우는 게 더 급한 일이다."

 

- 한반도선진화재단은 싱크 탱크고 선진통일연합(선통련)은 이를 바탕으로 한 실행단체인가.

"그렇다. 선통련은 액션 탱크다. 현재는 '새로운 분단'의 가능성과 통일의 기회가 동시에 오고 있다. 새로운 분단이란 북한의 중국화 즉, '친중국 변방정권'의 등장을 의미한다. 그러면 한반도 분단은 반영구화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통일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통일을 위험이나 부담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통일을 통해 동북아 시대의 1등 국가를 만들겠다는 국민의 의지를 키워야 한다."

 

- 선진통일의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한반도를 선진화 시키는 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화는 산업화, 민주화 다음의 국가 목표로서 세계 1등 국가, 세계중심국가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 선진화를 남북한에 만들겠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통일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따라서 선진화의 큰 과제가 통일이다."

 

- 2009년 9월 화해상생마당 심포지엄에서 "북한사회에 '올바른 통일세력', 즉 '선진화 통일세력'을 만들고 그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대결적 공작차원의 대북정책은 남북 간의 대립과 반목을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을 받았는데.

"노, 그렇지 않다. 북한은 자신의 통일 전략이 있기 때문에 남한에 종북 세력을 만들었다. 남한이 자유민주주의의 신념이 있다면 북한에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을 만드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결국 우리의 통일 의지가 북한보다 약했던 것이다. 지금은 북한 사회 밑바닥이 많이 해체되어 있으니 좀 더 노력하면 북한 주민들의 대남 인식도 바꿀 수 있다.

 

햇볕정책도 북한을 올바르게 끌고 가겠다는 목표를 확실히 가지고 진정성을 갖고 동포의 생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바꾸고 있는가를 검토하며 진행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니 퍼주기라는 욕을 먹은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빼고 다른 간부들은 사면한다고 선언이라도 해보라. 삐라라도 뿌릴 수 있는 것이다. 통일 전략이 있으면 그런 생각까지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외교와 국방은 모든 차원이 다 있다. 외교에는 공식, 비공식 회담이 있고, 대결도 있고 설득도 있다.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목표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북한을 중국쪽으로 밀어낸 측면 있다"

 

- 이 정부 들어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북한을 중국쪽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 아닌가.

"북한이 경제 문제에 대해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런데 북한이 죽지도 살지도 못할 정도로 지원하는 게 중국의 전략이다. 북한이 완전히 중국 쪽으로 간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 이후 선통련의 활동계획은.

"통일 이슈·국내외 정세·국가적 과제를 토론하는 통일학습 공동체 운동을 해야 한다. 미국식으로는 타운홀미팅이 되는 21세기 만민공동회의를 지역별로 조직해 보려 한다. 그렇게 해서 많은 국민들이 참여 하는 통일헌장을 만들어 보려 한다. 우리가 철학과 원칙과 가치를 가진 통일을 원하고 있음을 세계에 알리자는 것이다.

 

2008년에 안식년을 맞아 워싱턴에 있었는데 한 싱크 탱크에서 북한을 중국에 넘기자는 보고서가 나왔다. 내가 강력하게 비판했더니  미국 전문가들이 한국이 통일을 원하냐고 묻더라. 중국에 갔을 때는 일본 학자가 와서 북한이 위기상황으로 가고 있어 핵과 대량살상무기 관리를 어떻게 할지 불안하니 중국이 접수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내년에 대선이 있기 때문에 정치 활동한다고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 알지만, 그에 개의하지 않고 선통련 활동을 서두르기로 했다."

 

- 박 이사장의 대선 출마를 위해 만든 조직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의도 정치는 꿈, 이상, 가치가 없고 이익추구와 권력 투쟁만 있다. 지금 정치로는 국가의 비전과 가치를 세우는 선진통일운동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정치운동이 아니라 국민운동으로 풀어야 한다. 보통 시민, 국민운동에는 정치성을 띨까봐 기업인들은 참여를 안하는데, 우리 선통련 운동에는 서울지역에서만 오륙백 명의 중소기업인들이 참여했다.

 

발족 이후 통일기금모금 운동도 벌일 텐데 그 소식을 듣고 전남의 한 농민단체가 몇 년 전부터 통일기금을 모아왔다고 알려왔다. 국민은 앞서가는데 정치는 뒤쳐져 있는 것이다. 선진통일운동을 보수와 진보의 패 가르기로 보지 말라. 통일 강국은 국가의 과제 시대의 과제다. 이는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야 가능하다."

 

"새로운 뉴라이트? 생각은 자유지만...

 

-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선통련에 대해 "보수진영의 새로운 뉴라이트 운동이 될 수 있다", "보수의 외연 확대다. 한나라당과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는데.

"생각은 자유다. 그런데 뉴라이트와 선진통일운동은 다르다. 뉴라이트는 우파의 자기 혁신 운동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운동은 대한민국 역사를 선진과 통일로 바꾸자는 것으로서 이를 위해서는 뉴레프트와 뉴라이트가 필요하다. 이 둘이 손을 잡고 하나의 세력으로 등장해야 한다. 우파의 가치는 자유와 공동체고, 좌파는 평등과 약자보호인데 자유는 평등이 있어야 하고 공동체는 약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될 수가 없다. 뉴라이트는 실패했고, 뉴레프트는 아직 안 나왔다. 뉴레프트가 나와야 대한민국 진보가 살고 가치가 정착한다."

 

- 직접적인 정치는 안 하나. 한나라당내 친이계가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서는 대안의 하나로 생각한다는 얘기도 있다.

"여의도 정치는 안 한다. 국회의원도 능력이 안 돼서 그만 둔 사람이 뭘 또 하겠나. 청와대 정치도 같은 얘기다. 정책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데 정치에는 능력 부족이다. 아무나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 아무나 대통령 한다고 나서는 건 국민에 대한 실례다."

 

-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통일세를 제안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이 통일의 중요성을 제기한 건 잘했지만 통일의 당위성과 가치를 먼저 얘기해야 했다. 통일세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얘기해야지 대통령이 말하니 국민이 통일을 기회와 축복으로 보지 않고 부담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 내년 대선의 화두, 시대정신은 무엇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선진화다. 그 속에 성장동력의 추락과 일자리 문제 그리고 교육과 복지문제 등이 다 들어있다. 그 다음이 통일의 문제다. 차기 정권에서 통일의 기회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국민통합형 정치개혁이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등장해 정책연합을 하거나 하나의 당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선진 통일을 추진하는 강력하고 안정적인 정치세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일본의 자민당 같은 당을 만들자는 것인가.

"그게 왜 문제인가. 동양 역사를 보면 지배적 1당이 있을 때 성공했다. 박정희 대통령 때도 그렇고, 일본 자민당, 중국 공산당이 왜 성공했나. 지금처럼 민생에 도움 안 되는 갈등만 빚지 말고 합쳐줬으면 좋겠다."

 

"보수 자기 역할 못하고 있어... 종북세력이 한국 진보 망칠 것"

 

- 대학교수로서 현재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한 논란 어떻게 보나.

"대학등록금, 무상복지 등의 문제를 보면서 보수가 정말로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경제 성장동력 하락의 문제뿐 아니라 경제성장의 과실이 서민으로까지 내려가지 않는 문제에 대한 대책은 보수가 만들어야 한다. 그게 개혁적 보수다. 성장과 복지를 조화시키는 게 권력을 지닌 여당의 역할이다. 현재 한국의 모든 위기의 본질적인 1차적 책임은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보수가 제 역할을 못한 데서 비롯됐다."

 

- 한나라당에 조언을 한다면.

"혁명적 자기 개혁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의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나라당이 꿈·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주인이 없다는 것이다. 주인은 자기반성을 하는데 객은 남탓만 한다. 현재 쇄신한다고 하지만 말로만 위기를 느끼는 것 같지 행동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도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되려면 민노당과의 관계뿐 아니라 내부의 종북적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을 정리해야 한다. 그들이 숫자는 적지만 헤게모니를 잡고 있다. 그게 한국 진보를 망칠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표에게 조언한다면.

"내가 조언할 입장이 아니다."

 

- 현재까지의 이명박 정부를 평가해달라.

"선진화 구호를 내세운 건 바람직하지만 성공 반 실패 반이다. 정책을 보면 산업화와 선진화의 중간에 있다. 공기업 개혁하다가 주저앉고, 저축은행사태도 산업화 시대의 제도와 정책과 관행을 개혁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 아닌가. 지금은 정서적으로 (이명박 정부에) 비판이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 긍정적 평가도 나타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의 국정운영능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경향이 있어 와서 비판은 아끼겠다."


태그:#박세일, #선진통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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