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1회 한 번 방영되는 프로그램 가운데, <우리들의 일밤 -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처럼 일주일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선 프로그램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프로그램이라면 그 방영분의 화제성 여하에 따라 하루 혹은 이틀 동안 이슈몰이를 하더라도, 곧 다른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가십거리에 의해 논란이 수그러들기 마련일 텐데 말이죠.
예능이든, 드라마든, 뉴스든, 방송 한 회 분량의 후폭풍이 그리 오래 가지 않는 이유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매체들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과 가십을 제공했기 때문임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흔히 떠도는 '논란은 기자가 만든다'는 말처럼, (특히) 연예·스포츠 매체의 경우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억지논리를 붙여가며 논란을 만들어내고 대중들의 관심을 '강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자극적인 요소에 따라 대중들의 관심사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마련인데요.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나가수>만은 여기서 비켜선 듯 보입니다. 일주일 내내, 대중들의 관심이 <나가수>에 머물러 떠날 줄 모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대중은 <나가수>가 방영되지 않는 날까지 <나가수>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 글을 쓰고, 기사를 검색하는 것일까요?
사실 이 질문은 <나가수> 제작진을 향해 던져야 맞을 듯 싶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글 뒤로 미루고, 지금껏 <나가수>가 걸어온 길을 먼저 되짚어 보겠습니다.
김건모 재도전 논란, 제작진은 예측 못했을까?
<나가수>는 시작부터 시끄러웠습니다. 그러나 이 시끄러움은 지금처럼 결코 부정적인 의미의 논란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돌이 점령하다시피 한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줄 '진짜 가수'들의 불꽃튀는 경연. 대중은 <나가수> 출연진에 열광했고, 그들이 들려줄 '진짜 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를 비롯하여 레전드급 가수들의 서바이벌 경연 등 프로그램이 갖는 숱한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막상 '뚜껑'을 연 <나가수>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미 한 자릿수 시청률로 전락한 '일밤' 탓도 있겠지만, <남자의 자격>과 <1박 2일>이 버티고 있는 동시간대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의 경쟁력이 워낙 막강하다는 이유도 있었죠.
물론 눈에 보이는 성적은 그리 대단해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인터넷을 비롯한 대중들 사이에서는 <나가수>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지하철안에서 <나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아저씨들과 학생들을 보며, 개인적으로 <일밤>에서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 만들었구나 싶었습니다.
그 호평 중에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무언가 기폭제가 될 계기가 있다면, 일요일 밤의 난공불락 <1박2일>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이구나 싶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나가수>의 첫 번째 잘못된 판단이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바로 김건모의 재도전 카드를 꺼내든 것이지요.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정말 말이 많았습니다. 김건모 재도전 논란으로 며칠째 쏟아져 나오는 관련 기사와 댓글, 그리고 주위 반응을 접하며, 이유야 어찌 됐든 <나가수>를 다시금 대중들 관심의 중심, 인터넷으 화제 한 가운데로 밀어 넣는데 성공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김건모의 재도전 카드는 사실 긴급 제작진 회의를 통해 결정되었던 부분인데요. 저는 방송을 지켜보며, 그리고 방송 후의 반응을 분석하며, 혹시 제작진의 철저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담당 PD의 하차로 이어질 정도까지의 후폭풍은 예상하기 어려웠겠지만, 논란의 소지가 분명한 사안을 그 짧은 시간에 결정하고, 그 결정하는 과정까지 생생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약간의 의도성은 있지 않았나 싶었던 것이지요.
어쨌든 김건모 재도전 논란으로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선 <나가수>는 무려 한 달이라는 재정비 시간을 갖은 뒤, 임재범이란 카드를 들고 돌아옵니다. 제가 앞서 말씀 드렸던 '기폭제' 역할을 할 무언가를 제작진에서도 찾은 것이었지요. 그리고, <나가수>는 순항 하는 듯 보였습니다.
논란은 <나가수> 제작진이 만든다
하지만, 임재범을 비롯하여 7명의 가수가 '神들의 경합'을 펼치는 와중에도, <나가수> 제작진은 끊임없이 논란을 야기시켰습니다. 출연자 섭외 과정에서 몇몇 아이돌 가수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으며, 심지어 노래 잘하는 아이돌 가수를 대상으로 시즌2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정말인지 배가 산으로 가는 이야기를 마구 쏟아냈습니다.
결정적인 한방은, 최근에 이르러 이른바 '옥주현 사태'를 통해 나타났습니다('옥주현 사태'는 편의상 제가 붙인 이름입니다).
아마 <나가수> 제작진 측에서도 옥주현 섭외가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미처 몰랐다고 대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옥주현 역시 충분한 자격이 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제작진의 입장이었겠죠. 하지만 그간 신정수 PD를 비롯하여 방송밥 꽤나 먹은 작가들 및 이하 제작진이 여론을 읽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옥주현 섭외를 통해 제작진이 노린 것은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었나 하는 점입니다.
옥주현의 출현이 결정되었다는 보도 이후, 다시금 <나가수>는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바다위에 홀로 몰아치는 폭풍이 되었습니다.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이지요. 임재범을 잃어버린 <나가수> 팬들의 상실감은 옥주현을 만나면서 거대한 분노로 바뀌었습니다(이곳에서 저는 옥주현의 출연 자격여부 혹은 옥주현이 1위를 한 것을 두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방송이 방영되기 전, '그래,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TV를 지켜본 이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 어메이징한 <나가수>는 '옥주현 1위'라는 드라마를 만들어 냅니다.
변명보다 못한 해명, <나가수> 또 다시 논란야기
물론, 옥주현 1위를 결정지은 것은 전적으로 청중 평가단의 투표입니다. 때문에 그 결과를 두고 '옳네, 그르네'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방송이 나간 뒤 편집논란과 특정 가수 특혜의혹 등이 불거졌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옥주현에게 불만을 가진 팬들이 제기한 논란과 문제제기였고, 그 화살은 정확히 제작진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가수> 제작진이 공식해명을 하기에 이릅니다. 많은 회의를 거치고 해명 이후 돌아올 파장까지 거듭 생각하며 발표한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런데 이 해명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는 대부분 '변명보다 못한 해명'으로 귀결됩니다.
'<전파견문록>과 <놀러와>를 연출한 신정수 PD의 역량이 이거밖에 안되었나'하는 의문이 들었고, <나가수>를 만드는 제작진의 한계가 여기까지인가 하는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4대 의혹에 대한 제작진의 해명은 마치 대중들의 이야기에 눈을 막고 귀를 막은 채로, "우리가 옳아"라고 주장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정채진 룰이 없으니, 대중들이 당황하는 것은 별로 중요치 않고, 새로운 가수는 배려해도 시청자는 배려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어쩌면, <나가수> 제작진은 아직도 대중들이 왜 <나가수>를 좋아하고, <나가수>를 기다리며, <나가수>를 비판하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정말 그럴 일은 없겠지만, 계속 되는 논란 속에 <나가수>가 화제의 중심에 서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인가요? 혹여 그렇다면, 제작진이 만들어내는 계속되는 논란 속에 시청자와 대중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나가수>에 대한 기대와 환의가 어느새 불신과 실망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똑똑히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중이 <나가수>를 좋아하는 이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왜 대중은 <나가수>가 방영되지 않는 날까지 <나가수> 이야기를 나누고, 나가수 관련 글을 쓰고, <나가수> 기사를 검색하는 것일까요?
너무나 오랜만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프로를 만난 것도 오랜만이고, 열과 성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무대를 꾸미는 가수를 만난 것도 오랜만이어서 그렇습니다. 방송을 통해 느낀 감동 혹은 기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의 여운을 하루 혹은 이틀 만에 소진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보고, 다시 듣고, 다시 읽으며, 우리는 추억 속에 일주일을 살아갑니다. <나가수>를 통해 힘을 얻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청자와 대중이 사랑하고 기다리는 것은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이고, 가수들의 노래이며, 무대를 준비하는 가수들의 땀과 노력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들과 대중이 만나는 길은 굳이 <나가수>가 아니어도 된다는 점을 제작진은 상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논란 중독, 이쯤이면 정말 병입니다. 이제 그만 하시고, 다시금 훌륭한 가수들이 땀과 정성으로 만든 무대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해주시길 부탁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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