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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 롬니의 미국 공화당 후보 경선 도전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미트 롬니의 미국 공화당 후보 경선 도전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 Newyork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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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내년 미국 대선 출마를 위해 공화당 경선 도전을 선언했다. 롬니는 3일(한국시간) 미국 뉴 햄프셔에서 출마 연설을 통해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탈락의 쓴잔을 마셨던 지난 2008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이로써 공화당 경선은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론 폴 하원의원, 게리 존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에 이어 롬니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롬니는 당선 여부를 떠나 공화당의 '경선 흥행'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다.

롬니의 출마 선언이 더욱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공화당의 여러 후보들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권에 오르며 내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맞대결을 펼칠 가장 유력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롬니와 선두를 다투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가 최근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깅리치는 섹스 스캔들을 일으켰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할 당시 자신도 역시 부하 여직원과 혼외정사를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어 롬니의 지지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롬니의 대권 도전은 오바마에 대한 공격으로 시작됐다. 롬니는 이날 연설에서 "오바마의 미국은 실패했다(failed)"며 "그가 취임했을 당시 불황이었던 미국 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불황도) 길어졌다"고 비판했다.

외교에 있어서 미국 정부의 아랍 민주화 시위에 대한 지원과 리비아 군사개입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한 롬니는 "미국이라는 위대한 나라가 현재 겪고 있는 상황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오바마의 4년 임기가 막판으로 접어들었고 이제는 그의 공약들을 심판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화려한 경력의 '엄친아', 대(代)를 이은 도전

미트 롬니의 공식 선거 홈페이지
 미트 롬니의 공식 선거 홈페이지
ⓒ Mitt Rom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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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미국 디트로이트의 명문가에서 태어난 롬니의 인생 경력은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다. 부친 조지 롬니 역시 아메리칸모터스 회장, 미시간 주지사를 역임했고 1968년 공화당 후보 경선에 도전했던 인물이다. 만약 롬니가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아버지가 이루지 못했던 꿈을 대신 해내는 셈이다.

브리검영대학을 거쳐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과 법학을 전공한 롬니는 투자회사 베인 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면서 막대한 부를 쌓았다. 투자회사에서 오래 일했던 경험은 롬니가 자신이 국가적 불황을 이겨낼 '경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는데 좋은 무기가 되고 있다.

1994년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에 도전했다가 고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에게 석패했던 롬니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되어 당시 올림픽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매사추세츠 주지사에도 당선되면서 정치력 영향력을 넓혀나갔다. 이런 화려한 이력에다 그는 수려한 외모까지 갖췄다.

그러나 롬니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종교다. 롬니의 가문은 '모르몬교'를 믿고 있다. 전체 미국인 중 2%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소수파 종교지만 롬니는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들 모두 모르몬교 재단의 브리검영대학에 진학시켰을 정도로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다.

미국 기독교인들은 모르몬교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3년 전 롬니가 공화당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절반이 모르몬교 신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이는 흑인 대통령이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보다도 높은 수치다.

하지만 공화당에서 대권에 도전할 마땅한 인물이 없자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롬니에 대한 지지를 밝히기도 했다. 비록 종교 갈등은 있지만 모르몬교 역시 민주당과 달리 낙태와 동성결혼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또 다른 '잠룡'으로 평가받으며 출마 선언을 준비하는 존 헌츠먼 주니어 전 주중대사 역시 모르몬교 신자로 눈길을 끌고 있다.

해외에서 2년간 선교사업을 하는 모르몬교 규칙에 따라 롬니는 프랑스에서 선교사로 봉사했고, 헌츠먼은 대만에서 선교사업을 하며 배운 중국어를 기반으로 주중대사로 일했다. 만약 둘 중 하나가 대권을 잡게 된다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에 이어 모르몬교 대통령이 나오게 된다.

한편 롬니는 오바마의 건강보험 개혁을 반대하지만 정작 자신은 매사추세츠 주지사로 일할 당시 오바마와 비슷한 건강보험법을 채택한 경험이 있어 공화당 내 경쟁 후보들로부터 '정체성이 의심스럽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롬니는 "당시 건강보험법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지만 매사추세츠를 위한 가장 적절한 대안이었다"고 항변했다.

롬니는 공화당의 다른 후보들보다 비교적 중도적이고 온건한 인물로 오바마에 실망한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우선 공화당 후보로 당선되기 위해 경선 기간 동안에는 당분간 뚜렷한 보수 색채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태그:#미트 롬니, #미국 대선, #미국 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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