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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여배우 특집을 선보인 <해피선데이> '1박2일'
 최근 여배우 특집을 선보인 <해피선데이> '1박2일'
ⓒ KBS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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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해피선데이>는 일요일 저녁 예능 시청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다.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가 '1박2일'과 비슷한 콘셉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을 때도, <일요일 일요일 밤에> '뜨거운 형제들'이 '아바타 소개팅'이란 색다른 소재로 화제가 됐을 때도 <해피선데이>는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을 앞세워 철옹성처럼 단단하게 주말 예능 1위를 고수했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1박2일'은 강호동과 더불어 팀의 기둥이 되어 왔던 김C가 하차했고, 설상가상 재미와 의외성을 만들어 '1박2일'을 '리얼 버라이어티'하게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MC몽도 병역기피 의혹에 휘말려 낙마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5인 체제로 방송을 꾸려나가야 하는 순간 이승기의 하차설까지 돌았다. '1박2일' 최대의 위기였다.

'남자의 자격'에도 철렁하는 순간은 찾아왔다. 주축이었던 김성민이 마약 투약과 관련한 혐의로 방송에서 하차하게 된 것. 합창단 미션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던 '남자의 자격'에겐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남자의 자격'에서 김성민은 단순한 일곱 명의 멤버 중 하나가 아니었다. 그는 팀에서 누구보다 활기찼고, 리액션이 좋았으며, 많은 멤버들과 다각도의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경규는 그의 지나친 활기참을 부담스러워 했고, 이경규에게 눌려 지내던 이윤석은 이경규의 천적에 가까웠던 그에게 많은 의지를 하고 있었다. 이정진과는 같은 배우라인으로, 윤형빈과는 까불까불한 형, 동생으로 지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재미와 버라이어티한 상황들이 그를 통해 만들어졌다. 이경규가 그의 언행 하나하나에 일일이 짜증내는 모습, 이윤석과 윤형빈이 그것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 그가 미션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 등은 '남자의 자격'의 주된 재미거리였다. 그런 그가 방송에서 하차하고 난 뒤 느껴진 그의 빈자리의 크기는 역시나 기존 멤버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큰 것이었다.

'나는 가수다'와 김연아의 추격...안팎으로 찾아온 위기

 <해피선데이>를 맹추격하고 있는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해피선데이>를 맹추격하고 있는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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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해피선데이> 내부에만 찾아오지 않았다. 바깥 사정도 무섭게 돌아가고 있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프로그램명을 <우리들의 일밤>으로 교체하면서 기존의 '뜨거운 형제들'과 '오늘을 즐겨라' 코너를 폐지하고, '나는 가수다'와 '신입사원'을 신설했다. 1988년 이후 23년 동안 이어져온, 그래서 주말예능의 상징처럼 인식되던 간판프로의 이름까지 바꿀 정도로 MBC의 추격 의지는 거셌고, 이후 '나는 가수다'의 엄청난 흥행으로 <우리들의 일밤>의 시청률은 놀라울 정도의 상승세를 보이게 된다.

SBS 역시 8개월 동안 방송됐던 <일요일이 좋다> '영웅호걸'을 폐지하고 대신 김연아를 전면에 내세웠다. 연예인과 스케이팅 전문가가 짝을 이뤄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콘셉트의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는 국민요정 김연아의 최초 예능 고정출연 소식으로 방영 전부터 엄청난 화제가 됐다.

프로그램의 안팎에서 몰아치는 강풍을 <해피선데이>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비교적 훌륭하게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들은 서두르지 않고 기존의 남은 멤버들과 제작진이 합심하여 결원의 빈자리를 최대한 보충하면서 새 멤버를 찾았다. '1박2일'에는 엄태웅이, '남자의 자격'에는 양준혁이 투입됐다. 그리고 이정진이 하차하면서 최근 예능 대세로 통하는 전현무가 '남자의 자격'에 합류했다.

엄태웅의 합류로 '1박2일'은 수적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80분의 방송 분량을 다섯 명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 거기에 숫자가 맞지 않아 3:3 팀 단위 미션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은 멤버들에게 개인플레이를 강제했고, 이는 멤버 개개인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전면에 나서서 일정부분 부담을 덜어주긴 했지만 멤버로서 감당해야 할 몫은 여전했었다.

또 엄태웅은 '1박2일'의 캐릭터 부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74년생인 그의 투입으로 멤버들은 다시 올드보이(OB)와 영보이(YB)로 나뉠 수 있었고, '섭섭당'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무섭당'과 '바보당'이 결성될 수 있었다. MC몽의 존재로 섭섭당에 들어갈 수 없었던 김종민이나, 5인 체제로 인해 OB와 YB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했던 은지원 모두 엄태웅의 합류로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양준혁과 전현무가 합류한 '남자의 자격'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 스포츠 스타로서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소탈한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을 주는 인간 양준혁은 따로 꾸미거나 만들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남자의 자격'에 어울리는 캐릭터로 작용할 수 있었고, 그의 합류에 김태원이 견제하고 이윤석이 반색하는 모습을 통해 멤버들 간의 화학작용도 기대하게 됐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전현무의 가세였다. 남의 말을 끊어먹고 자기 할 말을 하는 스타일이 김성민과 흡사해 보였던 전현무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애초에 개그맨도 연기자도 아닌 아나운서인 전현무는 그래서 다른 멤버들이 갖고 있는 위계질서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힘을 가졌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덕분에 이경규는 물론이고 김국진, 김태원도 그의 거침없는 언행에 당혹해했고, 이는 얼마동안 처져 있었던 '남자의 자격'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배우 특집으로 분위기 반전시킨 '1박2일'

 '1박2일'에 참여한 여배우들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1박2일'에 참여한 여배우들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 KBS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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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보강 후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은 각각 대규모 특집을 진행해 '나는 가수다'와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의 추격을 따돌리려 했다. 시청자투어를 제외하면 한 번도 여성 멤버와 여행을 떠나본 적 없는 '1박2일'에서 그것도 여배우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소식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었고, 작년부터 꾸준히 거론되었던 '남자의 자격' 배낭여행 미션도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기대 속에 뚜껑을 열어본 결과, 내용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최지우, 김하늘, 염정아 등의 톱 여배우들은 기존의 이미지를 깨면서, 그렇지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1박2일'에 녹아들어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방송 시작 전부터 입수와 야외취침, 그리고 끼니 해결에 대한 '1박2일' 고유의 방식을 여배우들에게 충분히 숙지시키고 사정 봐주지 않고 과감히 몰아친 제작진과, 다소 무리인줄 알면서도 흔쾌히 미션에 응하고 적극적으로 방송에 임한 여배우들, 그리고 그 옆에서 프로그램의 흐름을 조율하면서 여배우들이 방송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준 멤버들이 합심하여 이뤄낸 결과였다.

오프닝 브런치 미션을 통해 게임에서 지면 밥을 못 먹고, 미션에 실패하면 입수해야 하는 '1박2일'의 가장 기본적인 룰이 자신들에게도 여지없이 적용된다는 것을 인지한 여배우들은 눈썹 휘날리며 멤버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방송에 임했다. 염정아는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음에도 달리고 점프했고, 친구들과 매니저의 만류에도 김하늘은 '방방 뛰는' 본모습을 본능적으로 카메라에 노출시켜야 했다.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먹기 위한 치열한 싸움은 '1박2일'에서 늘 봐왔던 익숙한 장면이다. 그러나 밥 한 숟가락을 먹기 위해 김하늘이 목숨 걸고 가위 바위 보를 하고, 서우가 손가락으로 김치를 찢으며 엄마 보고 싶다고 징징거리며, 염정아가 이수근에게 왜 잡채만 먹느냐며 핀잔 들을 때, 시청자들은 이 익숙한 풍광 속에 자리한 낯선 이들이 만든 새로움에 흥미를 느끼게 된다.

멤버들의 관계망 재구성으로 여행의 묘미 살린 '남자의 자격'

 여권과 지갑을 잃어 당황해하는 김국진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이경규.
 여권과 지갑을 잃어 당황해하는 김국진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이경규.
ⓒ KBS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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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의 배낭여행은 어떻게 보면 그닥 새로울 것도, 대단할 것도 없는 미션이다. 배낭여행이라 명명하고 제작진은 멤버들에게 끊임없이 최소한의 지원만을 강조해 최대한 야생의 느낌이 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멤버들의 뒤에는 제작진이 몇 대의 차량으로 나눠 타 그들의 뒤를 따르고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먹고 자는 것이 이전보다 불편하기는 하나 못 견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배낭여행 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멤버들의 관계망 재구성에 있다. 이경규는 그가 여행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같이 가고 싶지 않다고 누차 말해왔던 김국진과 한 팀, 그것도 바로 옆자리에 앉아 여행을 가게 됐다. 거기에 그가 열 마디를 말하면 열 마디 모두 잘라먹는 전현무도 같은 팀이 됐다. 예상대로 그는 김국진과 사소한 문제로도 늘 부딪혔고, 스트레스 받았다.

20년을 앙숙으로 지내온 그들의 관계는, 그러나 김국진이 여권과 돈이 든 가방을 분실하면서 미세한 균열을 일으킨다. 사사건건 국진와 대립하던 이경규는 "첫 날 이런 일이 일어나서 오히려 다행"이라며 멤버들에게 미안해하는 국진을 다독였고, 국진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그에게 미안하단 말을 건넸다.

이경규의 말마따나 여행은 어디로 떠나는가 만큼이나 누구와 함께 하느냐도 중요하다. '남자의 자격'의 카메라는 커다란 바오밥나무와 바위처럼 단단한 흰개미집을 보여주면서도 이경규와 김국진의 다툼과 화해의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모습들로 시청자는 이들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남자의 자격'이 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된다.

'1박2일'의 저력과 '남자의 자격'의 선전에 <해피선데이>는 다소 주춤했던 기세를 반등시키는 데 성공했다. '나는 가수다'의 맹추격도 뿌리쳤고, 김연아에게 시청률로 굴욕(?)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특집은 자주 반복되지 않게 때문에 특집이다. 여배우 특집이 끝났고, 명품조연배우 특집이 시작하지만 언제나 끝은 존재하고, 제작진은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김하늘과 러브라인을 그렸던 엄태웅에게 강호동은 아직은 예능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엄태웅은 아직 '1박2일'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그가 적어도 한 사람의 몫을 다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남자의 자격' 역시 예능초보인 양준혁과 리얼 버라이어티에 첫걸음을 내딛은 전현무의 활약여부에 따라 배낭여행 그 다음이 흥할 수도, 내리막길을 걸을 수도 있다.

지난 5일 <해피선데이>는 18.1%의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을 기록하며 주말예능 왕좌를 굳건히 지켜냈다. 과연 <해피선데이>는 '나는 가수다'와 '김연아의 키스 & 크라이'의 추격을 뿌리치고 주말예능 최강자의 자리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나영석, 신원호 두 PD의 어깨가 무겁다.


#해피선데이#1박2일#남자의 자격#나는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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