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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구매에 있어, 가격이라는 요소는 가장 중요한 결정에 관여하는 절대 권력자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협조를 구해야 하는 권력자, 가격과의 타협하에 노트북을 고르다 보면 구매자의 눈에 광채를 빛나게 하는 흥미로운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노트북은 같은 제품인데 가격은 저렴해지는 흥미로운 마술, 바로 '운영체제 미포함'이라는 마술이다.

노트북을 구매하려던 이들이라면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듯한 운영체제 미포함이라는 문구. 이 말은 즉, 노트북의 주된 운영체제인 '윈도' 운영체제가 노트북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제품이란 소리다. 운영체제란 PC를 사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소프트웨어이므로, 노트북과 데스크탑 PC를 구매하면 설치가 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즘은 조립 PC도 운영체제가 기본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데, 노트북에서는 흔히 보기 힘들었던 일이다.

구형, 최신, 브랜드 가릴 것 없이 운영체제 미포함 노트북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형, 최신, 브랜드 가릴 것 없이 운영체제 미포함 노트북들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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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조립 PC도 운영체제 탑재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인데, 이런 트렌드와는 반대로 운영체제 미포함 노트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일부 중소기업에서 시작했던 일에 이제는 유명 브랜드들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는 노트북 시장에서의 경쟁이 계속해서 치열해지고 있고, 사용자 저변이 확대되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왜 운영체제가 없을까?

운영체제를 제외하고 노트북을 판매하는 배경에는 두 가지 이유가 꼽히는데, 첫째는 운영체제 선택의 자유다. 노트북에 운영체제를 기본 포함 시켜 소비자에게 해당 운영체제의 사용이 강제되는 것을 막고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둘째는 노트북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운영체제도 엄밀히 말해 프로세서와 메모리와 같이 '별도의 제품'이므로, 노트북 제조사는 운영체제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고 이를 구매하여 노트북에 포함해 판매한다. 운영체제 탑재를 위해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이를 제외함으로써 노트북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윈도 이외의 운영체제를 생각하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윈도 이외의 운영체제를 생각하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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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체제 선택의 자유라는 부분은 말은 자유지만 상당히 제한적이다. 거의 모든 소비자들은 윈도 운영체제를 사용하기 때문으로, 현실적으로는 윈도XP냐, 윈도7이냐 하는 선택만 있을 뿐이다. 일부 제품의 경우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제를 탑재하기도 하지만, 실제 소비자 활용 여부와는 동 떨어진 면이 크다. 현실이 이러니 운영체제 미포함의 진정한 목적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노트북에 들어가는 운영체제의 가격은 제조사마다, 제품마다 다르긴 하지만, 운영체제 포함 여부에 따라 많게는 10만 원 이상 차이 나는 일도 있다. 같은 사양의 노트북에서 10만 원의 가격 차이는 적지 않은 차이다. 특히 절대가격이 낮은 보급형 제품일수록 이 차이가 주는 느낌은 더욱 커지므로 구매자들은 운영체제 포함 여부에 따라 가격이 확 저렴해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운영체제 미포함 제품이 내세우는 가격 메리트다.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의 덫

운영체제 선택의 자유와 저렴한 가격 뒤에는 다른 문제가 있다. 운영체제 미포함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소비자 인식 개선으로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많은 소비자가 운영체제를 별도로 구매하지 않고 불법 다운로드를 통해 설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현실이 이렇기에 운영체제 미포함 노트북은 곧 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의 타겟이 되는 것이다.

잘 나가는 운영체제의 가격. 물론 소비자에 따라 체감 수준은 다르다.
 잘 나가는 운영체제의 가격. 물론 소비자에 따라 체감 수준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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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운영체제를 구매하기 위한 금액은 기능과 종류에 따라 적게는 10만 원에서 많게는 60만 원 가량이 필요하다. 적지 않은 금액인 만큼 소비자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물론 제품이 가격에 합당한 가치를 제공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일이지만, 노트북에서 반드시 필요한 소프트웨어임에도 실체가 없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별도의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차라리 운영체제에 투자할 돈으로 다른 부품을 높이는 것이 더 낫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다.

마음만 먹으면 운영체제 불법 복제 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운영체제 불법 복제 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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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마음만 먹으면 불법 복제된 운영체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현실도 문제다. PC에 대한 지식이 조금만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저런 방법을 통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소비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제조사들도 책임이 있다. 이렇게 뻔히 보이는 부작용을 알면서도 단지 판매에 급급해 이런 상품을 출시하는 제조사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들에게 있어 소비자 운영체제 선택의 자유는 구실 좋은 핑계 뿐일 수도 있다. 결국 이런 상황들이 운영체제 미포함의 장점과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소비자를 불법 복제라는 덫에 걸리게 만들고 있다.

칼은 소비자의 손에 있다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지만, 잘 얘기하지 않는 주제. 불법 복제라는 민감한 문제를 피해갈 수 없기에 이 주제는 꺼내기 쉽지 않다. 오히려 이 글이 운영체제 미포함 노트북의 불법 복제에 쓸데 없이 유용한(?) 정보만 제공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판매를 위해 진열된 노트북들
 판매를 위해 진열된 노트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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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하나의 잘못은 아니지만 결국 핵심은 소비자의 손에 있다. 운영체제 미포함 노트북은 결국 소비자의 수요가 만들어낸 상품이다.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지는 소비자의 인식에 달려 있다. 부작용이 있다고 무조건 운영체제 미포함 노트북을 사라, 사지 말라가 아니다.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장점을 살릴 수도 있다. 최소한의 인식은 갖자는 소리다.

우리나라는 이웃나라처럼 시장이 큰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이웃나라처럼 부자도 아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시장의 매력이 떨어진다면, 좋은 제품을 열심히 내놓을 이유도 없다. 시장의 선진화는 제품이 어떻게 소비되느냐에 달렸고, 그 이득은 소비자에게로 간다. 운영체제 미포함 노트북을 보면서 소비자 인식 제고가 떠오르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케이벤치>에서 제공합니다.



태그:#노트북 운영체제, #운영체제 미포함, #운영체제 미포함 노트북, #저가 노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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