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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에서 나오던 날 부두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을 만났다. 배 시간이 아직 여유가 있어 가거항 일대를 산책하고 있을 때였다. 부두 옆 경사진 길에서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씽씽이를 타고 있었다. 노는 모습이 하도 귀여워 같이 놀아도 되겠냐고 하자 '저 사람 왜 저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아무렴 어떤가. 염치 불구하고 그들 무리에 섞였다. 씽씽이를 밀어주기도 하고 몇 마디 말을 건네니 금세 친해진다. 환심을 사고 난 뒤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굿이라요" 아이 하나가 엄지를 추켜세운다.

 

햇볕에 그을린 아이들의 얼굴이 너무나 맑다. 섬을 꼭 빼닮았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겠지. 어린 시절이 무척 그리웠다.

 

아이들은 가거초등학교 1, 2학년들이라고 했다. 문득 딸애가 보고 싶어졌다. 딸애도 1학년이다.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딸아이의 촉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을 떠난 지 6일째, 이제 돌아가고 싶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김천령의 바람흔적'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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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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