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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낙동강특위)는 농경지 침수피해 면적을 보수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 그런데 한국수자원공사(수공)는 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 수공은 지역협의회 때 공동조사를 하기로 해놓고 지금 와서 발뺌하고 있다. 주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경남 합천군 덕곡면 주민인 '합천보관련덕곡피해주민대책위' 전정휘 사무국장이 9일 한 말이다. 주민대책위는 조만간 수공을 비난하는 성명서 발표에 이어 집단행동 계획도 세우고 있다.

낙동강사업 20공구 합천보로 인한 침수 피해 면적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합천군 청덕면 삼학리~창녕군 이방면 죽전리 사이 낙동강을 가로질러 짓고 있는 합천보는 높이 9m, 길이 593m 규모다. 관리수위는 10.5m. SK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는데, 현재 공정률은 90% 가량이다.

지난 2010년부터 합천보에서 2~3km 상류에 있는 합천군 덕곡면 덕곡리·율지리·학리·병배리·포두리 일대 농경지 침수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곳은 농경지리모델링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농민들은 마, 양파, 마늘 등을 재배해 오고 있다. 농경지 침수 피해가 제기되자 수공과 경남도 낙동강특위가 각각 '지하수 영향 조사'를 실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경남도 낙동강특위와 수공의 예측(지하 1m) 사이에는 17.4배 차이가 난다.

 낙동강 합천보 공사 현장.
 낙동강 합천보 공사 현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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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낙동강특위는 합천보 건설에 따른 해발고도와 지하수위 차이가 1.0m 이하인 영농피해 우려지역 면적은 0.44㎢라고 밝혔다. 1m만 땅을 파도 지하수가 차오를 수 있는 면적은 44만㎡라는 말이다. 또 낙동강특위는 50cm 땅만 파도 물이 차 있는 면적은 22만㎡라고 예측했다. 물이 차올라 농사를 짓지 못하고, 습지화될 가능성도 예측된 것이다.

이는 수공에서 의뢰해 함세영 부산대 교수가 5월 3일 내놓았던 조사 결과와 다르다. 당시 함 교수는 지표면에서 지하 1m까지 지하수가 차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면적은 2만5300㎡에 그쳤고, 지하 50㎝까지 물이 올라오는 땅은 없다고 밝혔다.

낙동강특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수공은 같은 날 자료를 통해 반박했다. 수공은 "지하수 영향을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인 농경지 표고를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실측한 결과 객토 등으로 농경지가 많이 높아져 있었다"며 "과거 수치지도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면 지하수 영향면적이 넓게 산정되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날 대부분 언론들은 "논란" 내지 "어느 기관 수치가 맞냐"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는 경남도 낙동강특위 조사 결과를 수공이 반박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수공의 주장이 신뢰성이 있는지는 지난 5월 3일 합천군 덕곡면사무소에서 열렸던 '지역협의회'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5월 3일 열렸던 지역협의회는 어땠나?

지난 5월 3일 덕곡면사무소에서 열렸던 지역협의회에는 수공과 합천군청, 합천군의회뿐만 아니라 주민대표들도 참석했다. 함 교수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것.

주민들은 함 교수에게 "수치 놀음하지 말라"거나 "엉터리 조사" "거짓말"이라는 험악한 표현을 써가며 퍼부었다. 또 주민들은 "학자의 양심을 걸고 조사했느냐" "발주처 자료를 받아서 한 것 같다", "신빈성이 아주 떨어지는 조사다", "50년 농사 지어온 사람들이 봐도 엉터리다"고 말했다.

"낙동강 지류인 덕곡천·회천강 수위도 조사했느냐"고 묻자 함세영 교수는 "직접 하지 않았고 SK건설에서 측량한 자료를 넣었다"고 답변했다. 이에 전정휘 합천보관련덕곡피해주민대책위 사무국장은 "직접 조사해야 하지 않느냐. SK건설 지시를 받아서 하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낙동강사업 20공구 합천보 공사장 상류에 있는 합천군 덕곡면 일대에 침수 우려를 낳고 있는 속에, 한국수자원공사와 합천군청은 5월 3일 오후 덕곡면사무소에서 "낙동강살리기 20공구 지하수 영향조사 연구 보고서" 설명회를 열었다.
 낙동강사업 20공구 합천보 공사장 상류에 있는 합천군 덕곡면 일대에 침수 우려를 낳고 있는 속에, 한국수자원공사와 합천군청은 5월 3일 오후 덕곡면사무소에서 "낙동강살리기 20공구 지하수 영향조사 연구 보고서" 설명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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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날 주민대표 최훈집씨는 "시추공 측량 기계가 고장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수공에서 예측한 피해 면적은 2만5300㎡인데, 이에 대해 주민 서병영씨는 "평수로 계산하면 8000평 정도다. 경지정리한 논의 한 구간이 3000평인데, 3개 구간 정도만 침수된다는 말이다. 포두리에서 50년 넘게 농사지어 왔는데 같은 높이에 있는 논의 면적이 3만평 정도다"고 말했다.

함 교수의 발표에 대해, 전정휘 사무국장은 "무식한 제가 봐도 말이 안되는 자료다. 한 개도 인정 못한다. 주민이 믿을 수 있도록 공동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민 김명기씨는 "학자의 양심을 걸고 조사했느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날 협의회에 참석했던 임봉택 합천군청 건설과장은 "주민 대표들이 조사에 대해 못 믿겠다고 하니까 다시 조사해야 한다"면서 "주민과 합동조사를 했으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합동조사를 해서 다시 나온 결과를 갖고 협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수공측의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자, 수공 경남2지구건설단 최재웅 단장은 "경남도(낙동강특위)에서도 조만간 조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알고 있다. 공동으로 토론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덕곡면 영농 지장 없어" 주장만 되풀이

수공은 계속해서 합천보로 인한 농경지 침수 문제는 없다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5월 3일 지역협의회가 열리고 있는 동안, 수공은 언론사에 "덕곡면 지하수 영향조사 결과 영농에 지장 없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는 하루 전날 이미 작성돼 있었던 것이다.

수공은 지역협의회에서 나왔던 주민들의 주장이라든지, 합천군청의 '공동조사 필요서 제기' 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 8일 낙동강특위의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서도, 수공은 함세영 교수의 예측이 맞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수공은 "지하수 모델링은 복잡한 지하수 수문과 지하수 유동 등을 단순화시켜 재현하는 것으로, 입력자료의 정확성과 보정절차에 따라 결과 값이 다르게 나타난다"면서 "앞으로 조사 수행자 간 '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합천군 덕곡면 '율지.학리들'에는 합천보로 인해 상당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합천군 덕곡면 '율지.학리들'에는 합천보로 인해 상당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주민들은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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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특위 박창근 교수 "수공 엉터리 조사결과 갖고 밀어붙이기"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지난 5월 3일 지역협의회 때 주민들이 여러 가지 문제제기를 했다. 그러면 수공은 주민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게 바람직한 자세이지, 엉터리라고 하는 조사결과만 내놓으면서 침수 피해가 없다고 하는 것은 공기업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낙동강특위 결과에 대해 가아부타 하는 것은 억지다"고 말했다.

낙동강특위 부위원장인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덕곡면 침수 논란은 4대강 사업을 하기 이전에 해결했어야 했다. 합천보는 내일 모레 준공이고, 그것도 수공에서 발표했던 결과를 주민들은 엉터리라며 거부했는데, 수공이 낙동강특위의 결과를 폄하하는 것은 공기업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공이 낙동강특위의 측량 결과가 잘못된 것이라고 양비론으로 가져가려는 의도를 했던 것 같다. 그런 자세는 합천보에 따른 농경지 침수 문제를 주민의 편에서 해결하려는 자세가 아니고,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덕곡면 침수 문제와 관련해 토론회를 못할 이유가 없지만, 이제와서 조사하고 토론회를 한다는 게 과연 맞는지 의문이다. 공기업이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낙동강특위는 덕곡면 농경지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천보의 관리수위를 10.5m에서 8m로 낮추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수공은 함안보(낙동강사업 18공구) 관리수위를 7.5m로 했다가 농경지 침수 문제가 제기되어 5m로 낮추었다.


#4대강사업#합천보#한국수자원공사#경상남도 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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