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야!!" 밤이 되어 에펠탑에 불이 켜지자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는 세느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야경이 아름다운 에펠탑을 바라보았다.
밤에 본 에펠탑의 모습은 낮에 본 에펠탑의 것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처음에는 잔잔했던 바람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거칠어지고 기온도 내려가는지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그래도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에 2층 유람선에서 바람과 마주하면서 1층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결국 콜록 콜록~~~ 감기의 신호가 오고 있었다. 언니와 올케, 조카는 춥다면서 1층으로 내려가는데 나도 내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제해야 했다.
여행 5일째 되는 날, 스위스 벨포트로에서 유레일을 타고 4시간 정도 프랑스 파리를 향했다. 파리에 도착하자 현지 가이드가 우리를 맞이해 준다. 가이드을 만나 우린 에펠탑을 보러갔다. 파리에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를 들뜨게 하는 데 충분했다. 거기에 에펠탑을 보러 간다니. 꿈인가 생시인가 싶었다.
하늘을 찌를듯 높이 서있는 에펠탑은 웅장해 보였다. 3층으로 된 에펠탑을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 우리가 올라 갈 수 있는 곳은 2층까지다. 보통은 2~3군데에서 운행을 하지만 그날은 어쩐 일인지 한군데만 운행을 하기에 줄은 끝도 없이 늘어섰다. 그래도 누구하나 새치기를 한다거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자기 차례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한 군데 더 운행을 한다는 소리에 우리 가이드가 달려가 앞줄을 맡아놓고 우리한테 빨리 뛰어 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런 좋은 기회를 놓칠 세라 우린 힘껏 달려 앞줄에 서게 되었다. 우린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좋아라 했다. 그런 덕에 조금은 일찍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에펠탑이 보이는 광장에서는 시위, 축제, 공연 등이 자유롭게 열리고 있었다.
에펠탑은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889년 공학자인 귀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탑이다. 20년을 놔두었다가 철거하기로 했지만 운이 좋게도 살아 남게 되었다. 철거하기로 한 이유는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만약 에펠탑이 철거되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명소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이름을 따서 에펠탑이라 이름 지은 것이다.
드디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에펠탑으로 올라갔다.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파리시의 모습은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높은 건물이 그다지 많지 않아 파리시는 아주 시원해 보이기까지 했다.
파리시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는 세느 강변을 여유있게 떠가는 유람선, 푸른 녹지, 무엇하나 나무랄 데가 없어보였다. 잔디밭에서는 사람들이 마음놓고 한가한 시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는 잔디밭에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그들은 그곳에서 즐기는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에펠탑 2층에서 즐기고 있었는데 우리 일행 중 지갑을 잃어 버렸다는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어디에고 관광지에서는 분실의 우려가 많은 곳. 사전에 가이드가 가방 조심하라고, 하물며 부부도 믿지 말라고 할 정도로 신신당부를 했건만.
그것도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라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다시 한 번 가방을 잘 챙겼다. 그들의 표정이 어두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여권은 잘있고 지갑에 돈은 얼마 없었다고 한다. "휴~~ " 여권이 잘있다니 정말 다행이었다.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에펠탑의 야경을 보기 위해 유람선을 탔다. 세느강 주변이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세느강 주변에는 노틀담성당 등 명소가 많이 있어 볼거리가 풍성했다. 세느강 강변에서 춤을 배우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었고 유람선을 향해 손을 힘차게 흔들어 주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유람선 2층에서 바람을 마주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면서 바람은 세차게 불어왔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진을 찍다 말 수는 없는 일. 콜록 콜록, 콧물도 주루룩... 감기의 증세는 점점 심해졌다.
세느강변을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충 1시간 정도. 도착점까지 2층에서 버텼다. 숙소에 들어오니 온몸에서는 열도 나기 시작했다. 상비약으로 준비해 간 감기 몸살약을 먹고 잠을 청했다. 다행히 다음 날은 거뜬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아마도 긴장을 한 탓이려니. 하지만 감기는 그대로였다. 그래도 여행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