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를 비롯한 테블릿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노트북에 대한 인기가 좀 시들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만, 아이패드는 컨텐츠를 소비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콘테츠를 생산하는 도구로서 익숙한 노트북을 완전히 밀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테블릿 제품을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런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역설적으로 노트북이 아직도 유용한 도구라는 뜻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봄에 출신된 아이패드2와 노트북을 두고 고민하다가 결국은 컨텐츠 생산도구라는 측면에 주목하여 노트북을 구입하였습니다. 사람마나 선호하는 사양이 다르지만 저는 가격, 성능, 무게를 기준으로 노트북을 골랐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기준에 가장 딱 어울리는 노트북이 바로 L전자의 슬림노트북이었습니다. 애플을 비롯한 타사 제품 중에서 더 좋은 제품이 있기는 하였지만 가격 대비 성능에서는 L사 제품이 딱 좋더군요.
슬림형노트북 치명적 단점, 강의장, 회의실 빔프로젝트 연결 안돼?그런데, 막상 제품을 사용하다 보니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최신형 제품에 장착된 최신 HDMI단자가 문제였습니다. 얇은 노트북의 특성 때문이겠지만, 이른바 MICRO HDMI라고 하는 크기가 가장 작은 HDMI 단자가 붙어 있습니다.
가볍고 얇은 특성 때문에 휴대성이 뛰어나고 그냥 노트북을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는데, 큰 강당이나 회의실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최신 노트북에 맞는 최신 MICRO HDMI 혹은 HDMI 단자를 연결할 수 있는 빔프로젝트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또 최신 빔프로젝트가 설치된 곳에도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RGB(VGA) 단자만 케이블을 설치해 두었기 때문에 가져간 노트북을 연결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빔프로젝트가 천정에 고정식으로 설치된 곳은 100% RGB 단자만 연결이 가능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L사 슬림 노트북뿐만 아니라 애플이나 S사, A사 등에서 나온 슬림 노트북들이 모두 MICRO HDMI 출력단자를 썼더군요. MICRO HDMI 단자를 이용하여 빔프로젝트 혹은 LCD TV 같은 영상기기에 연결하면 훨씬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만, 이미 사용 중이거나 설치된 빔프로젝트에 연결할 수 없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미 설치된 빔프로젝트 연결하려면 L사의 슬림형 노트북 MICRO HDMI 단자를 RGB(VGA)로 변환해주는 케이블이나 젠더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런 변환을 해줄 수 있는 젠더나 케이블은 없더군요.
한참을 찾아보고 고민하다가 L전자의 전문 상담원과 기술 상담을 하였습니다. 역시나 그런 케이블이 없다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MICRO HDMI 단자를 이용해서 빔프로젝트와 연결할 수 있다는 앵무새 같은 대답만 반복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좀 몰아붙였습니다.
"전문 상담원이면 정말 현장에서 사용 테스트 해 보셨나요? 노트북 들고 강의하러 가면 빔프로젝트를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고정식으로 빔프로젝트가 설치된 강의장이나 회의실에는 전부 RGB 케이블로 공사가 되어 있어요. L전자에서 노트북을 팔 때 이런 사용자의 불편을 감안하고 연결 케이블이나 젠더를 제공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아~ 예, 고객님, 디자인도 그렇고 워낙 얇고 가벼운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MICRO HDMI 단자를 채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그럼 저처럼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이 없나요?""아~ 예, 사실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어서 회사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검토 중입니다.""이건 검토만 하고 있어서 될 일이 아닙니다. 꼭 회사에 보고해주시고,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주세요."여기까지가 상담원과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이런 불편은 저뿐만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슬림형 노트북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불편입니다. 예상할 수 있었던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지 않고 일단 제품만 팔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간보는 L전자를 비롯한 노트북 회사들의 태도는 매우 불순하다고 생각됩니다.
애플 노트북은 RGB(VGA) 변환 젠더 판매하는데...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애플 제품의 경우 이미 자사 제품에 부착된 MINI HDMI 단자를 RGB(VGA)로 변환시켜주는 젠더를 따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산 제품들만 호환성이 떨어지는 MICRO HDMI 단자를 장착해놓고 불편은 그냥 소비자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적어도 애플 노트북처럼 MICRO HDMI 단자와 RGB를 연결할 수 있는 젠더나 케이블을 추가로 제공해줘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IT제품의 경우 국산품을 안 쓰는 것이 애국"이라는 말이 다시 떠오르더군요. 아무튼 슬림형 노트북을 구입한 후 몇 달 동안 이런 불편을 감수하다가 최근에 블로그를 통해 이런 어려움을 알렸더니, 많은 분들이 해결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사용자로서 슬림 노트북의 치명적인(?) 불편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사용기를 올렸더니,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 중에는 "왜 L 노트북만 문제 삼냐?", "사기 전에 잘 알아보지 뭐했냐?", "왜 노트북만 문제 삼냐? 빔프로젝트가 문제다" 등등 글 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댓글들도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중에 가장 좋은 방법은 USB2.0 to VGA 변환 장치였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는데 아무튼 USB를 통해서 RGB단자가 있는 모니터나 빔프로젝트로 연결할 수 있는 외장형 그래픽 카드 같은 장치입니다.
두 달 만에 찾아 낸 USB2.0 to VGA 변환 장치이 장치를 이용하면 가장 간단하고 쉽게 L사 노트북 같은 슬림형 노트북을 이용해서 RGB 단자를 가진 구형 빔프로젝트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이 흠이지만, 슬림 노트북을 RGB 단자를 가진 다양한 기기와 연결할 수 있는 장점으로 상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슬림형 노트북 사용자 중에서 같은 고민을 가진 분이 있으면 이 장치 이용해보시기 바랍니다.
한편,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었고, 또 다른 많은 분들이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어떤 분은 아마존을 검색하여 아래 사진으로 보시는 케이블을 추천해주시기도 하였구요. 이 분은 E-mail을 보내주시기까지 하였습니다.
다른 분들도 여러 가지 젠더와 변환장치들을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냥 댓글만 달아주신 것이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링크를 걸어주셔서 쉽게 장치들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셨지요.
문제는 비전문가인 누리꾼들이 이렇게 도움을 주는 것에 비하여 노트북을 제조한 L사의 대응은 미진하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전문 상담원과 기술 상담을 했는데도 이런 제품이 있다는 것을 먼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구입한 <USB 외장 그래픽 카드 제품>의 경우에도 L전자 상담원은 책임을 면하기 위한 답변만 하더군요.
"시중에 그런 제품이 있기는 한데, 저희 회사에서 호환성 테스트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구입 여부는 소비자가 알아서 결정해야 합니다."결국, "우리는 최신 제품을 내놨으니 불편함은 소비자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무책임한 이야기로 들리더군요. 결국 MICRO HDMI 단자가 부착된 얇고 가벼운 슬림형 노트북을 이미 구입한 소비자들은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USB 2.0을 통해 RGB 단자로 연결할 수 있는 외장형 그래픽 장치가 여러 종류 판매되고 있더군요. 저처럼 불편을 겪으면서도 이런 제품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많은 분들을 위하여 MICRO HDMI를 이용하지 않고 USB를 이용해서 RGB 케이블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