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활동가 최성희씨가 '업무방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강제 연행되어 제주교도소에 구속 수감 중인 가운데 최씨를 구명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서귀포 경찰서는 경찰력 100여 명을 동원하여 공사현장에서 해군기지 반대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주민과 활동가 일부를 강제 연행했다. 당시 현장에서 체포된 이들은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동대책위원장, 주민 김종환·정경보·최종대씨, 평화운동가 최성희씨, 생명평화결사 전진택 목사, 기독교 청년 아카데미 소속 김봉현씨, 민주노동당 서귀포시위원회 김혁남 부위원장 등이다.
그날 밤 경찰은 고권일 위원장을 포함한 7명은 석방했고, 최성희씨는 제주동부경찰서에 입감한 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최씨가 20여 차례 기지공사를 방해해 왔다"고 주장했다.
구속되어 제주교도소에 수감된 최성희씨는 연행된 당일부터 6월 1일까지 14일 동안 1차 단식에 들어갔다. 그는 1차 단식 도중 서귀포 경찰서의 '공권력 남용 근절', 우근민 제주지사의 '도민에 대한 사과와 절대보전지역 해제 직권취소', 김황식 총리의 '(해군기지 소송이 다 처리되었다고 했던) 사법권 독립 침해와 거짓말 사과', 국방부의 '공사 중단', 해군의 '반성과 기지 철회', 로버트 게이츠 미국방장관의 '아시아에서의 패권정책 포기' 등을 요구했다.
최씨가 1심 공판을 받던 6월 10일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1000여 명이 하루 동안 연대 단식에 동참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 평화활동가들이 지지의 뜻을 보내왔다.
6월 10일, 미국의 '무기와 핵에 반대하는 국제 네트워크', 영국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옥스퍼트 여성 네트워크', 스위스의 '평화와 자유를 위한 여성 국제연맹', 호주의 '호주 평화위원회', 필리핀의 '평화 감시 시민 기구', 일본의 '오키나와를 위한 네트워크' 등을 포함해 총 111개 단체가 함께 '강정마을 주민들을 지지하는 국제성명'을 발표한 것.
이들은 국제성명에서 "해군기지 건설 과정은 연산호, 어류, 바위, 식물, 바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에게 치유 불가능할 정도로 해로운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그럼에도 한국정부는 "미국 해군에게 더 강력한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하여 해군기지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 함정을 위한 해군기지의 건설은 제주도를 오로지 타격 목표와 군사 충돌지역으로 만들고 말 것"이기 때문에, "강정마을에 짓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할 것과 그 마을을 자연스러운 상태로 남겨둘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6월 9일에는 미국에서 평화 활동으로 이름 난 맥그래거 에디씨가 한국을 찾아왔다. 에디씨가 한국을 찾은 것은 구속된 최성희씨를 면회하고, 미국 내 평화 운동가들을 대신해 강정마을 주민들을 지지하기 위해서다. 에디씨는 현재 강정마을에 머물면서 주민들과 교류하고 있다. 채식주의자인 에디씨는 주민들이 제공하는 밥과 김으로만도 한끼 식사가 거뜬하다고 말한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과 트위터를 통해 강정마을의 소식을 전 세계로 전하고 있다.
에디씨가 최성희씨를 찾아오게 된 것은, 최씨와의 개인적인 인연이 한몫 작용했다고 한다. 지난 2008년 8월에 에디씨는 다른 평화 운동가들과 함께 매국 캘리포니아 중부 연안에 있는 밴던버그 공군 기지에서 시위를 벌이다 당국에 체포된 일이 있다. 당시 미국은 태평양 연안을 '방어'하기 위한 훈련으로 마샬군도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있었고, 에디씨 등은 이에 반대하며 기지 안에서 시위를 벌여 빚어진 일이다.
에디씨는 "당시 벌금 2500달러를 지불하고, 2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었는데,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벌금 납부를 거부한 이들은 징역형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에디씨는 "당시 최성희씨가 우리를 위해 구명운동에 동참하였는데, 그 일로 맺어진 인연 이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라고 했다.
한편, 에디씨가 한국에 도착한 것을 계기로 미국 내 평화단체들 내에서 강정마을을 후원하기 위한 지원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에디씨와 함께 미국 내에서 평화 운동을 펼쳐온 부르스 개그논씨는 6월 11일과 13일에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후원자들을 모으고 있는 중 이다.
개그논씨는 에디씨가 전해온 소식을 인용하여 "강정마을의 생활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며 "매일, 하루 24시간 동안, 주민들은 감시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주민들의 어려운 실정을 설명했다.
국제 평화활동가들이 최성희씨와의 인연을 통해 강정마을에 대한 지지를 속속 밝혀오면서, 강정마을은 세계 평화 운동가들의 주요 활동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범대위 한 관계자는 "세계 평화활동가들 사이에서 최성희씨의 인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제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최성희씨는 양윤모 전 영화평론가협회장이 병원에서 단식을 이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6월 10일 이후 2차 단식에 들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