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대표님, 반값 등록금을 위해서 집과 재산 팔아서 대학에 기부하실 의향 있나요?"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해 질문을 던졌다. 15일, 한나라당이 마련한 '희망 캠퍼스를 위한 국민 대토론회' 자리에서다.
"반값 등록금 논의 자체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 제기된 정치적 문제"라는 김 논설위원이 "정치인들이 자기 주머니에서 돈은 안 내놓으면서 국민에겐 여기서 빼서 저기다 주려고 한다"며 등록금 인하·완화 방안을 꺼내든 황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황 원내대표는 웃기만 할 뿐 도발적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는 그야말로 '난상 토론회'였다. 학생 대표들과 대학 총장·교수가 마주했고, 보수·진보 신문의 논설위원과 시민단체 활동가가 자리했다. 이들이 토론할 동안 황 원내대표를 비롯한 김무성·이명규·서상기 등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청중이 돼 여러 의견을 들었다. "토론회에서 많은 얘기를 듣고 정리해 6월까지 당의 입장을 종합하겠다"는 것이 황 원내대표의 입장이다.
김 논설위원은 계속해서 반값 등록금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옆집 대학생이 공부를 제대로 하든 말든 대학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세금을 더 내서 학비를 내줘야 하냐, 그게 공정한 사회냐"며 "한나라당 의원이 앞장서서 틀린 답으로 국민을 몰고 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곽병찬 <한겨레> 논설위원은 "사회적 차원에서 학생을 잘 길러야 우리의 미래가 보장되는데도 우리는 모든 부담을 가계에 지우고 있다"며 "결국 재정 문제인데, 황 원내대표가 적극적인 인식을 갖고 대처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학교와 인식 차 극명한 학생들 "고지서상의 반값 등록금 이행하라"
학교 측과 학생 대표 간에도 인식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영선 한림대 총장은 "유럽은 모든 비용을 국가가 책임졌지만 그 모델이 썩 좋지 않다고 해서 등록금을 올리고 있고, 미국 사립대는 기부금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며 "미국처럼 민간에서 기부 문화를 확산시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 주든지 재정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는 "(등록금 인상은) 대학진학률, 즉 수요가 높아 가격이 올라간 것"이라며 "대학이 자구 노력을 해야 하지만 (이번 일로) 대학의 신뢰성을 훼손시키거나 경쟁력을 낮추는 방향으로 인식이 돌아가면 사회적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금융학과 교수는 "전체 학생에게 등록금을 지원할 필요는 없고 소득이 부족한 사람에게만 지원하는 게 맞다"며 "열심히 공부한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학생들은 "소득이나 학점 등의 조건을 달지 않은, 고지서상의 반값 등록금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박은철 국립대 총학생회 집행의장은 "정부 재정에 맞춰서 학생들에게 지원 할 게 아니라 학생들의 상황에 초점으로 맞춰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며 "대학 진학률이 높은 게 문제가 아니다, 반값 등록금을 반드시 해달라"고 강조했다.
김수림 한국대학생연합 운영위원 역시 "고지서상의 반값을 원한다"며 "사학비리에 대한 처벌 없이 반값이 되면 4~5년 안에 등록금은 다시 오를 것이다, 이런 장애물을 치우고 등록금을 해결한다는 정신으로 임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 팀장은 "소득 하위 50%에 지원하는 안이나, B학점 이상에게 제공하는 안은 결국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의 연장선상일 뿐이다, 최대한 많은 대학생이 최대한 많은 지원을 받게 해야 한다"며 "출생에서 졸업까지만이라도 사회가 적극적으로 책임져 달라"고 말했다.
이처럼 각계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쏟아낸 후 황 원내대표는 "우리가 먼저 앞장서라는 말씀에 같은 심정이다, 등록금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으면 모든 문제가 옥죄여 있게 된다"면서도 "재정 부담 문제는 정부와의 교섭단계가 있으니 앞질러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투자가 어떻게 등록금 인하로 치환되는지, 취업후 학자금상환제(ICL)과 등록금 인하간 어느 정도의 균형이 있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사회가 답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주문한
그는 "2006년 지방선거 때 반값등록금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다, 우리 당에 주홍글씨처럼 낙인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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