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일각에서 원내 지도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등록금 인하 대책이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소장파의 반박이 뒤따르는 등 등록금 대책에 대한 여당 내 포퓰리즘 논쟁이 불붙고 있다.
16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황영철 의원은 "등록금 인하 문제와 관련 문제는 당장 국민들이 원하는 시급한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고, 대학생들의 절절한 호소를 들으면서 이 문제만큼은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이런 국민적 요구와 몸부림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정책' '포퓰리즘, 표(票)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하면서 쇄신을 저해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이어 "우리 당이 지금까지 국민과 서민들을 위해서 한다고 했지만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얼마나 담아내고 보여줬느냐, 오히려 비판과 반감을 쌓아오지 않았느냐"며 "등록금 문제의 해결은 당 쇄신의 출발이라고 생각하고, 국민적 요구에 대한 답을 기다리는 대학생들에 부응하는 모습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준비 안 된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모습은 지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나성린 의원이 "오해가 있을까 봐 말씀드린다"며 반론을 폈다. 나 의원은 "국가재정이라는 것은 제한돼 있는데 그 재정을 어디에 써야 할지가 항상 고민"이라며 "결식아동, 보육·양육, 노인대책, 장애인 대책 재정을 써야할 데가 실제로 굉장히 많으니 신중하게 하자는 것이지, 해주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 의원의 발언 뒤 정의화 비대위원장이 "여기서 정책 논쟁을 공개적으로 할 것이 아니다"라고 논쟁을 수습하려 했지만, 이어지는 재반박을 막을 순 없었다.
황 의원과 함께 개혁소장파 '민본21' 소속인 김선동 의원은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비싸면 바로 잡고 낮추는 노력을 하듯이 지나치게 높은 등록금 문제를 시정하려는 노력을 폄하해선 안된다"며 "지난 10년 두 번의 정권 동안 등록금이 두배로 오르던 동안 우리는 야당으로서 등록금 문제를 계속 지적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많이 해오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정몽준 "무책임 공약 남발하면 망국노"...오세훈 "70년대 뻥축구냐"
이날 황영철·김선동 의원이 제기한 '등록금 인하 노력 폄하말라'는 목소리는 하루 전 열린 중진회의에서 당 중진들이 등록금 인하 노력에 포퓰리즘 우려를 나타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70년대식 뻥축구 같다"고 비판한 것에 대한 반박 성격으로 나왔다. 따라서 이 문제를 둘러싼 당 내 논쟁은 당정협의를 통해 대책이 확정되는 21일 전후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회의에서 정몽준 전 대표는 "우리는 흔히 이완용을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라고 하는데, 요즘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은 나라를 망치는 망국노라는 소리를 듣고도 남을 것"이라며 "포퓰리즘, 표(票)퓰리즘이라는 것은 국민들이 어리석어서 잘 속아 넘어 갈 수 있다는 치졸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비대위원장도 "조변석개하며, 포퓰리즘식 주장을 아무런 책임감 없이 마구 쏟아내는 야당을 마치 우리 한나라당이 마치 따라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감을 넘어서 나라 앞날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까지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15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요즘 정책을 내놓고 풀어가는 과정이 1960~1970년대 축구게임과 같은 느낌이 든다"며 "뻥 질러놓고 운이 좋아서 들어가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진행된다"고 비유했다.
오 시장은 "반값 등록금의 경우 몇 년 전 한나라당이 한다고 했을 때 열린우리당이 '정신 나간 소리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던 사안인데 여야가 바뀌면서 입장이 바뀌었다"며 "큰 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야당이 지나치게 과도한 안을 내서 실현이 불투명하게 보이는 현상이 공수교대하며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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