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MBC 월화 드라마 <미스 리플리> 첫 시작은 숨이 막혔다. 첫 회에서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속도감 있게 전개했다. 고아로 지낸 미리(이다해)가 일본에 입양되어 술집을 전전하며 살다가 포주에게 벗어나 한국으로 도망간다. 한국에 머물 수 있는 비자를 얻기 위해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미리는 기업에 원서를 넣지만 떨어진다.

미리가 면접에서 낙방은 했던 이유는 학력 때문이었다. 자기소개서에 적힌 고졸 때문에 면접관들은 그녀의 말을 한 마디도 들어보지 않고 무시한다. 면접관들은 함께 면접을 보러 온 명문대 출신 지원자들에게만 질문을 던진다. 매번 낙방하다 호텔 A 면접에서 면접관이 면접이 끝난 이후 따로 남으라고 한다.

"학력이 없으면 몸으로 라도 해야지"라고 말하며 면접관은 미리를 몸을 더듬는다. 미리는 수치스러운 면접관의 그 말에 비명을 지르며 분노를 뿜어낸다. 이를 악물고 다시는 이런 면접 따위는 보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면접실을 박차고 나온다.

거짓말과 거짓말 그리고 또 거짓말이 승리한다

 미스리플리
 미스리플리
ⓒ mbc

관련사진보기


우연적 사건을 통해 미리는 거짓말의 여왕으로 등극하게 된다. 우연히 장이사(김승우)를 만나 호텔 A에 취직하게 되고 그를 유혹하여 학력 위조에 성공을 하고 정규직 직원이 된다. 학력과 인맥이 없다면 살아남기 힘든 사회를 알게 된 미리는 남자들의 유혹하며 자신의 잇속을 챙겨나간다. 장이사와 거짓 사랑을 하고 호텔에서 도망간 일본 총리 딸을 찾아 장이사의 신임을 얻기 위해 동성애자인 척 하기도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짓을 통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려는 인물이 미리의 성격이다. 미리를 통해 현 사회가 진실을 통해 인생의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학력, 돈, 권력 등을 얻기 위한 거짓 행동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악녀가 거짓을 발산해버리면 어떻해?

4회까지 잘 나가다가 이번주 방송을 통해 <미스 리플리>의 방향이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리의 학력 위조의 사실 너무 쉽게 희주(강혜정)에게 밝혀진다. 미리는 희주의 졸업증명서를 위조하여 회사에 제출하여 취직을 하게 되는데 5회 방송에서 그것이 너무 쉽게 밝혀진다.

희주가 청소를 하다 자신의 졸업증명서를 발견하게 된다. 또 미리는 너무 쉽게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한다. 고아원 동기인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며 그 당시 서로의 입양이 엇갈려 인생의 방향 또한 바뀐 것에 대해 울며 분노를 토해낸다.

하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 장면은 맛 없는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 기분이었다. 이 드라마의 학력위조의 부분이 큰 만큼 희주가 그것을 알게 되는 과정 또한 복잡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두 사람의 갈등이 긴장감 있게 그려져야 드라마의 대박 가능성이 있다.

근데 이렇게 쉽게 희주가 그 사실을 알아 버리면 더 이상 이 드라마에서 기대 할 것이 없다. 결국 희주와 미리의 관계에서 볼 만한 것은 유현(유천)과의 러브라인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을 강혜정이 맡은 것이 너무 아쉽다.

남자의 돈과 권력의 노예로 전락한 미리

학력중심적 사회에 대한 분노와 면접관에게 성추행 당한 이후 미리의 표정에서는 세상의 모든 남자를 희롱하는 희대의 팜므파탈이 되리라는 다짐이 보였다. 이후 장이사를 유혹하며 사랑을 가장한 자신의 학력 세탁을 스릴 있게 해낸다. 하지만 회가 거듭 할수록 미리는 남자들의 삶을 쥐락펴락 하지 못하고 그들의 시나리오에 끌려가는 느낌이 든다.

자신을 쫓아다니는 유현의 신분을 몰랐던 미리는 그를 무시한다. 하지만 장이사를 통해 유현이 이 호텔의 실질 경영자임을 알게 된 미리는 유현을 유혹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여기서 문제점은 장이사의 삶이 추락하기는커녕 별 변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장이사는 호텔A의 대표가 되고 자신의 친모의 건강 상태가 좋아진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로 인해 이 모든 것이 너무 쉽게 정리가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리고 이전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거짓말을 하면 들통나고 망한다'라는 계몽적인 교훈을 주는 뻔한 드라마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뻔한 드라마가 아니라면 미리를 최고의 악녀로 만들어라!

<미스 리플리>는 기로에 서있다. 현재 시청률 또한 첫 방송 보다 2~3% 소폭 하락 했다. 시청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드라마의 설정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막장 드라마의 최고봉은 <아내의 유혹>이다. 배신한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점 하나 얼굴에 찍어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남편에게 복수를 해버리는 아내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욕과 환호성을 동시에 보냈다.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법 하지 않은 사건과 주인공의 말과 행동 때문에 욕을 하지만 남편의 배신에 복수하는 아내의 무모함에 통쾌함을 느꼈다.

<미스 리플리> 또한 미리가 최고의 악녀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이 거짓을 쉽게 인정하거나 한 남자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지 못하는 어설픈 컨셉트로는 안 된다. 장이사와 송유천과 같은 권력과 돈을 가진 인물들의 삶이 파멸로 가게 만들어야 하며 거짓과 거짓의 테두리 속에 미리가 빛이 나야 한다. 방식은 <아내의 유혹>과 같은 막장의 스토리로 가도 좋다. 제발 이다해의 물오른 연기력이 빛이 날 수 있는 최고의 악녀를 이후에는 볼 수 있게 해 달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미스리플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