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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에 있는 9개 중학교 교감들은 지난 10일쯤 한 통의 개인 전자메일을 받았다. 음성교육청 한 장학사가 보낸 '2011 보충·야간·토·일 공부방 운영 현황'이란 교육청 공식 문서가 담긴 메일이었다. 교육청 문서를 공문이 아닌 메일로 보낸 것은 비밀을 유지하기 위한 것. 이 장학사는 왜 이 같은 행동을 했을까.

 

장학사는 왜 문서를 비밀스럽게 보냈을까

 

이 장학사가 보낸 메일 내용에 그 답이 있었다. 그는 메일에 다음처럼 적었다.

 

"야간, 토, 일 공부방 운영 현황을 참고로 드립니다. 다음 주부터 교육장님께서 야간 활동하시는 학교에 방문 계획이 있으십니다. … 참고하세요."

 

그런데 이 메일을 받은 한 학교 교감이 눈치없이 해당 학교 교사들에게 메신저로 전자메일 내용을 보내면서 비밀문서가 들통이 났다. '오는 7월 12일 치르는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준비에 매진하라'는 으름장용이었다고 한다.

 

해당 학교 한 교사는 "교감이 우리에게 그것을 보낸 것은 '교육장까지 야간 보충수업에 방문할 정도니 아무 소리 말고 일제고사 문제풀이 학습을 진행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교사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 장학사가 보낸 메일에 첨부된 A4 2장 분량의 문서. '음성교육지원청'이라고 작성기관을 명시한 이 문서엔 이 지역 21개 초등학교 6학년과 9개 중학교 3학년의 일제고사 준비현황이 자세히 담겨 있었다. 올해 일제고사 대상자는 초6, 중3, 고2다.

 

16일 이 문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이 지역 전체 21개 초등학교는 빠짐없이 6학년을 대상으로 오후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ㄱ, ㅎ초 등 6개초는 오후 6시 이후 야간 보충수업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은 오후 7시부터 9시까지였다. 노는 토요일 수업을 하는 곳도 5개교였다. 0초는 일요일 수업까지 강행하고 있었다.

 

 

중학교의 경우는 0교시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9개 중학교 모두 보충수업을 벌였다. 이 가운데 오후 6시 이후 야간 보충수업을 하는 곳은 6개교다. 0교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o, ㅎ중학교 등 2개교였다. 이들 학교는 오전 8시 20분쯤 기초학습 부진학생 등을 등교시켜 보충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초 6개교 야간 보충, 중2 개교는 0교시까지

 

이 문서에 대해 조종현 전교조 충북지부 정책실장은 "음성교육청 문서는 2년 연속 일제고사 전국 1등을 차지한 충북교육청의 일제고사 파행 조장 행위를 자기들의 문서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장학사와 교장들이 일제고사 대책회의를 하고 교육청 직원들이 학교를 방문해 문제풀이 학습을 독려했다는 증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교육청도 이 문서를 교육청 차원에서 작성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 교육청의 한 중견관리는 "초6, 중3을 대상으로 문서를 작성한 것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에 대비하고 있는 학교가 많으니까 그렇게 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우리교육청이 평가 대비 야간 보충수업과 0교시 등을 더 독려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고, 실제로 교육장이 야간에 학교를 방문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리는 또 "장학사가 메일에서 교육장이 야간에 학교를 방문한다고 적은 것은 아마 이 분이 미리 예상하고 그렇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일을 보낸 장학사는 전화통화에서 "보충수업 자료가 틀리면 안되기 때문에 자료의 정확성을 점검하기 위해서 교감들에게 메일을 보냈던 것이지 일제고사 대비 수업을 독려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일제고사, #음성교육지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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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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