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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물주고 돌아서니 여름 더위에 온 몸이 후끈하네요. 더위로 지친 몸, 상큼한 비빔국수가 너무 당기네요. '여름엔 역시 비빔국수가 최고죠!' 인스턴트 비빔면에 상추랑 방울토마토, 채 썬 오이 듬뿍 올려서 벌겋게 양념 올려먹는 맛도 맛이지만, 오늘은 손이 좀 더 가는 베트남 비빔국수를 만들어보려고요. '분보싸오'라는 이름을 가진 이 음식은 이를테면 베트남 전채요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분보싸오 야채와 달콤한 파인애플, 땅콩이 가미된 베트남 비빔국수.
분보싸오야채와 달콤한 파인애플, 땅콩이 가미된 베트남 비빔국수. ⓒ 조을영

이제 한 10년 정도 한국에 터를 잡은 베트남 음식은 우리에게도 굉장히 친근해진 것 같아요. 베트남 사람들은 주로 아침에 국수를 먹는다고 하는데요, 그것도 집에서 먹는 게 아니라 길거리 좌판 같은 데 앉아서 사먹더군요. 베트남 쌀국수가 손이 굉장히 많이 가는 음식이라서 집에선 귀찮으니 아예 밖에서 사먹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쌀국수 하나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전부 수작업이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것 같더군요. 쌀가루를 불린 후 이것을 약하게 달궈진 판 위에 빈대떡처럼 얇게 펴 말리다가 약간 말랐을 때 떼내 굵직하게 썬 게 쌀국수 랍니다. 그리고 삶은 쌀국수 위에 숙주·칠리고추·고수·라임·양파·고기 등을 고명으로 얹어서 먹는데요, 특히 고수의 독특한 향과 맛이 특징입니다.

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 식습관에도 잘 맞고 소화가 잘 되면서 칼로리가 적은 건강식으로도 알려져 있죠. 고명을 무엇을 얹느냐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지지만 요리법이나 소스는 국수 종류별로 비슷합니다. 제가 오늘 요리할 베트남 비빔국수 분보싸오는 소고기 고명을 얹고 야채와 핫 칠리 땅콩소스로 맛을 낸 음식인데요, 여름에 딱 어울리는 상큼한 별미랍니다.

분보싸오 위의 고수 고수는 특이한 향이 있는 채소다. 일명 '빈대 냄새'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예로 부터 빈대풀이라고 불렸다. 주로 줄기에서 짙은 향이 많이 나고 조금만 음식에 첨가해도 효과를 낼 수 있는 식재료다. 베트남 음식 전반에 두루 쓰인다.
분보싸오 위의 고수고수는 특이한 향이 있는 채소다. 일명 '빈대 냄새'라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예로 부터 빈대풀이라고 불렸다. 주로 줄기에서 짙은 향이 많이 나고 조금만 음식에 첨가해도 효과를 낼 수 있는 식재료다. 베트남 음식 전반에 두루 쓰인다. ⓒ 조을영

원래 베트남에서는 소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 베트남인들이 소고기를 먹게 된 건 식민지 시절과 관련이 있다고 해요. 1880년 중반 베트남 북부 하노이를 점령한 프랑스군이 쇠고기 요리법을 전해 주었답니다.이후로 하노이를 중심으로 쇠고기 먹는 습관이 퍼지게 됐다고 해요, 그리고 민속음식인 쌀국수를 소고기와 함께 먹게 된 것이 바로 쌀국수의 시초라고 해요. 쌀국수를 의미하는 '포'라는 베트남 말도 프랑스군의 식사를 뜻하는 '포 토 푀(pot au feu:불 처럼 뜨거운 그릇)'의 푀(feu)가 그 어원이라고 해요.

이후 1950년대에 베트남이 남북으로 분단되자 남쪽으로 내려간 하노이 사람들이 옛 사이공인 호찌민에서 생계 수단으로 쌀국수에 쇠고기 요리법을 더해 팔기 시작했다는군요. 결국 이렇게 해서 소고기를 얹은 쌀국수가 베트남 전역으로 보급됐고요. 한마디로 식민지와 전쟁을 거치면서 생겨나고 덧붙여진 음식이 쌀국수죠. 한국의 부대찌개가 전쟁과 더불어 자연스레 생겨난 음식인 것 처럼요.

베트남 비빔 쌀국수 분보싸오를 만들려면 이런 재료가 필요해요. 우선 쌀국수가 있어야 하고요, 다진 소고기, 칠리소스, 레몬즙, 피시소스가 필요해요. 고명으로 얹을 재료는 상추나 오이, 당근 같이 집에 있는 걸 사용하시면 되고요. 파인애플 처럼 새콤달콤한 열대과일도 준비하면 좋고요, 그리고 땅콩이 꼭 들어가야 맛있어요.

고기와 채소류 볶은 소고기,채썬 채소,땅콩 다진것, 소스를 준비한다.땅콩은 굵게 다져야 씹는 맛이 좋다.
고기와 채소류볶은 소고기,채썬 채소,땅콩 다진것, 소스를 준비한다.땅콩은 굵게 다져야 씹는 맛이 좋다. ⓒ 조을영

우선 레몬즙, 칠리소스, 설탕, 소금을 섞어서 고기 양념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다진 소고기를 센 불에 볶으며 이 소스를 부어줍니다. 저는 마늘을 살짝 저며 넣어서 볶았어요. 비린내 제거를 위해서요. 볶은 고기가 식을 동안 쌀국수를 물에 20초간 담궈 둡니다. 물을 머금으면 좀 더 빨리 삶기니까요. 그리고 국수 삶을 물을 끓여 주세요. 물이 끓을 동안 야채를 가늘게 채썰어 주시고요, 땅콩도 믹서기에 좀 거칠게 갈아줍니다. 땅콩이 설컹하게 씹히는
느낌이 있어야 더 맛있기 때문에 대충만 갈아서 덩어리가 크게 지게 해줍니다.

쇠고기 볶기 마늘,레몬즙,핫소스,설탕, 소금으로 양념한 소고기를 센불에 볶는다.
쇠고기 볶기마늘,레몬즙,핫소스,설탕, 소금으로 양념한 소고기를 센불에 볶는다. ⓒ 조을영

이제 물이 끓고 있으니 쌀국수를 넣어주세요. 국수가 삶겨질 동안에 소스를 만드어야 해요. 고기양념 할 때 썼던 방식에다 피시소스만 첨가하고 설탕을 좀 더 많이 넣어주면 돼요. 피시소스는 우리나라 멸치액젓이나 까나리액젓 비슷한 생선 젓갈인데요, 생선에 소금·설탕을 넣고 발효시켜 윗부분의 맑은 물을 걸러낸 것이랍니다. 이 소스는 빵을 찍어 먹거나 쌈장 재료, 국의 조미료, 쌀국수나 튀김을 찍어 먹는 소스로 쓰이죠. 베트남요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식재료 랍니다.

이제 국수가 다 삶아졌으니 건져볼게요. 찬물에서 헹구고 국수의 물기를 꼭 짜냅니다. 그래야 더 맛있어져요. 이제 접시위에 국수를 담고요, 야채도 위에 얹어줍니다. .만들어놓은 소스를 뿌리고 마지막으로 땅콩가루를 뿌리고, 고수 잎으로 장식합니다.

쌀국수 위에 채소와 고기를 얹고 소스 뿌리기 삶은 쌀국수 위에다 볶은 고기와 채 썬 채소들을 얹고 준비한 소스를 뿌린다.
쌀국수 위에 채소와 고기를 얹고 소스 뿌리기삶은 쌀국수 위에다 볶은 고기와 채 썬 채소들을 얹고 준비한 소스를 뿌린다. ⓒ 조을영

흠~한 입 먹어볼까요? 새콤하고 달콤하면서 고수의 톡 쏘는 향이 특별합니다. 고수는 한국에선 '빈대풀'이고도 하는데요, 향이 빈대라는 벌레 냄새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하하, 저는 빈대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으니 두 냄새가 똑같은진 알 길이 없네요.

어떻건 여름의 상큼한 별미 분보싸오 어떠셨나요? 식민지와 전쟁을 통해 만들어진 음식. 그 맛은 너무 화려하네요. 건강에도 좋은 웰빙음식이고 세계화에도 성공한 쌀국수. 그 중 더운 여름에 너무 잘 어울리는 분보싸오. 자, 여기 한 젓가락 하실래요?

분보싸오 .
분보싸오. ⓒ 조을영

분보싸오 .
분보싸오. ⓒ 조을영


#음식문화사#식민지 음식#쌀국수#분보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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