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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지난 17일 새벽 발생한 해병대 초병의 민항기 경고 사격은 초병의 오인 사격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해명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외교안보전문지 <디앤디포커스> 김종대 편집장은 20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설령 항로를 이탈했다 하더라도 공군의 MCRC(중앙방공통제소) 체계는 이것이 적기인지, 아군기인지, 민항기인지, 군용기인지 다 구별할 수 있다"며 "24시간 상공에 공군이 대기하고 있는데 일단 사격부터 먼저 하고 봤다는 것은 항로이탈 문제와 별개로 작전절차의 위반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 편집장은 또 "이쪽 지역의 공중 방어 문제는 우선 해병대에 일차적인 판단을 하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며 "관제시스템, 공군의 어떤 즉각 대비 시스템이 다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공중방어는 얼마든지 가능한 부분임에도 해병대가 판단하고 경계병 수준에서 조치했다는 것은 뭔가 작전절차와도 상당히 위배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병대 초병들의 오인 사격이 지난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겪고 난 뒤, 최근 대북경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빚어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김 편집장은 오인사격이 있기 이틀 전 서북도서방어사령부가 창설된 점을 들어, "북한에서는 사령부의 출범이 북침의 준비라고 하면서 반박하기 시작했다"며 "사격이 있던 시점은 남북 간 굉장히 설전을 주고받는 긴장이 고조된 시점으로 해병대에 경계강화지시나 어떤 작전의 대비 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침이 있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추정했다.

 

그는 이어 "국방부장관은 '앞으로 상황이 발생하면 일단 선조치 하고 나중에 보고 하라'는 지침을 계속 내려왔던 상황이고, 이런 것들이 중첩되면서 어떤 일선의 경계병들이 중압감을 상당히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것이 어떤 우발적인 행동으로 나오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을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이 20일 오전 브리핑에서 사건 당시 최초 사격 후 20분 후에야 사격을 한 해병대 초소에 민항기라는 사실이 통보됐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도, 최전방 초소에 대한 긴급연락체계 등에 대한 비상연락망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과 근접거리의 초소와 후방지휘소 사이에는 이 같은 연락체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번 사고 직후 실무자 선에서 군 당국에 '어떤 경우에도 민항기를 향해 사격을 해선 안 된다'는 국제협약 내용을 재확인시키고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할 것을 구두로 협조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대치, 초목마저 적군으로"... 중·일 언론 비중있게 보도

 

한편 중국과 일본 언론은 이번 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신경보>는 20일 '한국군이 오인사격을 한 사병을 징벌치 않기로 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사건은 주변 노선을 통과하는 항공사들에게 비행시 안전과 협조에 더욱 유의하도록 하는 것 외에 한국 전방군대의 전투력과 반응능력, 보고체계 등에 엄중한 각성을 줬다"고 군사전문가인 중국 군사과학원 장붜(張博)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2명의 사병이 10분 동안 99발의 총탄을 발사했지만 모두 빗나갔다"면서 "병사들이 10분 안에 상황을 제때 상부에 통보했는지, 왜 10분 동안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민일보>의 국제문제전문지인 <환구시보>도 이날 '여객기 총격 사건이 한국의 체면을 떨어뜨렸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해병대 초병들의 아시아나 항공기 오인사격 경위와 국방부 대변인 발표내용 등 사건 개요를 상세히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방공 수준이 의문시되고 있다"며 "남북대치가 초목마저도 모두 적의 군대로 보이게 했다"고 주장했다.

 

<봉황망>도 만약 민항기가 총을 맞고 격추됐다면 "제2의 천안함 사건이 됐을지도 모른다"며 "(만약 비행기가 추락했다면) 누가 추락시켰나를 놓고 남북관계가 긴박해진다면 중국에도 영향을 미쳐 미국에게 아시아 회귀의 구실을 줬을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우리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일본의 <지지통신>과 <요미우리>는 오인 사격을 한 교동도가 서해북방한계선 (NLL)에서 불과 1.7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긴장지대임을 강조했다. <산케이> 역시 "사고가 발생한 서해안 일대는 NLL을 놓고 남북 양군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으로 "한국군은 지난 15일 서해5도 방어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장병 6천명으로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발족시켜 북한군이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그:#해병대 오인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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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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