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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미디어

대구경북 지역에 남아 있는 천연기념물 새들과 사라져가는 멸종 위기의 희귀 조류 70종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책이 나왔다. 기존의 조류 서적들이 그저 도감용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 책은 대구경북 지역에 서식하는 새들을 생물학적, 인문학적으로 탐구한 '이야기가 있는' 저술이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 서식하는 새들에게 이처럼 진지하게 접근한 저술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2008년 한국보도사진전 최우수상을 받은 바 있는 <영남일보> 박진관 기자의 <새는 고향이다>는 말한다.

 

"새만큼 자유로운 존재가 있을까? 새들에게는 국경도 없다. 새는 자연이고, 생명이고, 평화이다. 만약 새가 없다면 이 지구는 얼마나 삭막할까?"

 

그래서 20년 동안 그는 줄기차게 새 사진을 찍었다. 늘 조류도감을 카메라 가방에 넣고 다녔고, 무거운 망원렌즈도 자주 메고 다녔다. 새를 촬영하다가 차가 논에 빠지기도 했고, 교통사고도 겪었다. 제대로 된 새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하얗게 지샌 밤도 많았고, 며칠 내내 숲속에 잠복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내버린 낚싯줄에 걸려 오른쪽 다리를 아주 못 쓰게 되고, 부리도 반쯤 동여매어져 간신히 먹을거리를 구해야 하는 신세의 '비운의 괭이갈매기'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괭이갈매기는 무거운 납덩어리와 칭칭 감긴 낚싯줄을 평생 매단 채 살아야 하는 비운에 빠져 있었다. 어렵게 구한 먹을거리를 삼킬 때에도 입을 움직이면 낚싯줄이 부리 안쪽으로 점점 조여오는지 새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멀리서 당겨 찍은 이 사진으로 저자는 한국보도사진전 최우수상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그대에겐 비운 나에겐 행운' 앞에서 저자는 새들에게 부끄러웠다. 죽어가는 광이갈매기 사진(작품 제목 '비운의 괭이갈매기')으로 상을 탔으니 이제는 새들에게 보답을 해야 마땅하다는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저술한 것이 바로 <새는 고향이다>이란다.

 

"특히 아이들이 저의 졸저를 읽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책 출간이 새에 대한 지식을 독자들과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끊임없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새들의 터전이 점점 좁아지고 있고, 생태환경은 나날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좀 더 많은 분들이 고민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여기에 졸저 출간의 의의를 둡니다."

 

<새는 고향이다>에는 가마우지, 개똥지빠귀, 검은등할미새(백할미새 포함. 이하, 같음), 고니(흑고니), 곤줄박이, 괭이갈매기, 까마귀(떼까마귀), 까치, 꿩, 노랑부리저어새, 노랑턱멧새, 논병아리, 대백로(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흑로), 독수리, 동박새, 두루미, 딱새(부채꼬리바위딱새), 때까치, 말똥가리(털발말똥가리), 물닭, 물수리, 물총새, 박새, 방울새(검은머리방울새), 붉은머리오목눈이, 붉은부리갈매기, 비둘기(멧비둘기), 삑삑도요, 소쩍새(큰소쩍새), 쇠기러기(큰기러기), 쇠오리(청둥오리, 고방오리, 흰비오리), 수리부엉이(쇠부엉이,솔부엉이), 왜가리, 원앙, 작박구리, 재두루미, 제비, 찌르레기, 참새, 큰오색딱따구리(참딱따구리, 쇠딱따구리), 큰회색머리아비, 해오라기(검은댕기해오라기), 홍여새, 황새, 황조롱이, 후투티, 흑두루미, 흰꼬리수리, 흰목물떼새, 흰뺨검둥오리 등의 생태, 특징, 얽힌 이야기 등을 담은 글과 사진들이 실려 있다(나열한 새의 이름은 책에 수록된 순서와는 무관하다. 독자들이 찾아보기 쉽도록 하기 위해 이 기사를 쓰면서 가나다순으로 새로 정리해 보았다. 기사 첫머리의 슬라이드에 29종의 새 사진을 탑재해두었으니 독자 여러분께서는 그 이름을 한번 맞춰보시라).

   

233쪽 분량의 <새는 고향이다>에는 쪽수보다 더 많은 사진이 실려 있다. 기록문학적 저술이니 당연한 귀결이다. 내용의 전문성과 인식의 진정성에 매끄러운 문장까지 더해져 독파하기가 좋다.

 

 
'겁많은 대머리' 독수리, 주로 시체 먹고 살아
 
독수리의 독(禿)은 대머리라는 뜻글자이다. 수리 종류 중 앞머리가 반쯤 벗겨진 새라고 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 실제로 독수리는 옆에서 볼 때에야 완연한 대머리인 게 확연히 드러나지만, 정면에서 보면 이마 윗부분이 움푹 들어간 인상을 받는데, 그것은 이마 윗부분에 털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독수리는 대구시의 상징 새이다. 흔히 쓰는 말로 하면 시조(市鳥)다. 그런데 날개 2.5~3m, 몸무게 8-10kg, 시력 5.0을 자랑하는 수릿과 최대의 덩치를 지녔지만 둔하고 겁이 많아 어떨 때엔 까치나 까마귀에게도 쫓겨다니는 새가 바로 독수리이다. 시체나 뜯어먹는 새로 전락한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맹금류의 상징인 검수리가 '하늘의 호랑이'라면, 사냥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겁이 많아 주로 사체를 뜯어먹는 독수리는 '하늘의 하이에나' 격인 셈이다. 

 

대구시청 청사 앞에는 '독수리'상(像)이 서 있다. 대부분 그렇게들 알고 무심코 지나친다. 하지만 <새는 고향이다>는 그 잘못을 지적한다. 대구시청 앞의 상징물은, 시조인 독수리가 아닌 검수리의 상이다. 용감하고 날렵한 검(劍)수리가 그 자리를 꿰찬 것이다. 시조가 잘못 선정되었거나, 아니면 상징물이 잘못 조각되었다는 방증이다.

 

'독수리 5형제'에 관한 언급도 마찬가지이다. 독수리는 한 배에서 알을 1~2개만 낳는다. 5형제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저 '자매 독수리'이거나 '형제 독수리' 수준만 가능할 뿐 '독수리 5형제'는 지구상에 없다. 저자는 어른들이 새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전파하기를 바란다.

 

이렇듯, <새는 고향이다>를 읽으면 새(鳥)에 관한 새(新)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읽으면 생명에 대한 경외심, 자연을 사랑하는 착한 마음, 환경을 지키겠다는 의무감을 두루 얻을 수 있고, 대구경북 지역에 서식하는 '희귀' 조류 70종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도 습득할 수 있는 '희귀'한 책이니, <새는 고향이다>를 말 그대로 '양서'라 상찬한들 그 누가 필자를 탓하지는 않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 <새는 고향이다>(박진관 씀, 노벨미디어, 2011년, 17000원)
*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저자는 '중국 속 경상도 마을', '발해 아리랑', 'Hope for Ethiopian Children' 등 여러 차례의 사진 개인전을 연 바 있고, <신간도견문록>을 저술했으며, 현재도 중국 연변과학기술대 동북아경제공동체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있다.


새는 고향이다

박진관 지음, 노벨미디어(2011)


#박진관#새는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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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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