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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법인세 추가 감세 중단, 무상급식·무상보육 수용, 정부·공기업의 비정규직 의무 감축,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 도입, 대기업의 비정규직 현황 공개 의무화. "4대강에 22조 원이나 쏟아 부으면서 복지예산은 없다는 것이 보수냐"는 강조까지.

 

한나라당 당대표 후보로 나선 유승민 의원(54. 대구 동을)의 정책행보가 선거 초반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대구에서 민정당과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인 '정통TK'인데다, 이회창 전 총재에 이어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브레인이며 이번에 '친박단일후보'로 출마했다는 점에서 더욱 '파격적'이다.

 

정몽준 전 대표가 그에 대해 "한나라당 후보인지, 야당 후보인지 구별하기 힘들다"고 정면 비판하는 등 당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유 의원은 "나는 어디서나 보수임을 자랑하는 '보수의 적자'이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보수는 이대로는 안 된다"며 "좌파흉내내기니 포퓰리즘이니 하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대표 되면 이런 분들을 설득해 당내 합의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나는 보수의 적자지만, 대한민국 보수 이대로는 안 돼"

 

당의 변화와 관련해서 유 의원은 "당과 대선후보는 이명박 정부와 다른 새 길로 가야 한다"며 "우리는 그렇게 가고, 대통령과 정부는 임기말 마무리를 잘 하고, 당과 대통령이 차별화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참고 이해하고 협력을 해주시고, 우리는 탈당요구 같은 것 안 해서 정권 재창출을 하자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차별화를 용인하면 대통령 탈당 요구를 안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만 되면 탈당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사실상 이 대통령에게 당의 차별화를 인정하라는 요구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2007년 대선공약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도 감세정책이라는 지적에 대해 "줄푸세는 2008년 세계금융위기 전에 나온 것"이라며 "박 전 대표도 소득세 감세는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세금 부분은 이미 철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세감세 문제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와 차이가 있음을 인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문.

 

- 최근 정책행보가 뜻밖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그런 반응은 이미 예상했다. 그러나 나는 어딜 가도 스스로 자랑스럽게 보수라고 명명한다. 오히려 '따뜻한 보수' '개혁적 보수' 이런 식으로 '보수' 앞에 말을 붙이는 것도 싫어한다. 나는 보수의 적자다. 대북정책이나 외교안보 문제에 대해선 엄청 보수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보수가 이래서는 안 된다. 그동안 당내 정치에 대해 입 다물고 살면서 우리 사회 문제점에 대해 생각하다가, '보수 전체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대로 좋은 건가' 스스로 반성을 많이 했다. 나뿐 아니라, 주변의 전문가, 언론인들도 '보수가 이래도 되는가'  반성과 문제제기가 많았다. 그런 반성에서 전당대회에 나온 것이다.

 

그런 대목에서 '좌파포퓰리즘이다' '야당 흉내내기다'는 말을 예상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민생에 무슨 좌·우가 있는가. 충분히 감수할 생각이고, 과연 한나라당이 이대로 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만날 G20, 4대강 사업 했으니까 잘했다고 계속 홍보만 하고 있을 건가. 국민 고통을 외면해서 민심이 떠나면 한나라당은 다음 총선·대선 뿐 아니라 5년 10년 뒤에도 집권 못한다.

 

나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무상의료는 100% 반대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먼저 주장한 것이라고 해서 좌파다 뭐다 이런 식으로 생각할 필요 없다고 본다."

 

"좌파포퓰리즘·야당흉내내기? 신경쓰지 않는다"

 

 

- 정몽준 전 대표도 비판했는데.

"대한민국 보수가 어떻게 가야 하는가에 대해 여전히 생각이 다른 사람이 당 내에 많이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당 대표가 되면 이런 분들을 설득해 당 내 합의를 만드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칭찬을 했던데.

"어제 얼핏 봤다. 4대강 사업 비판하려고 한 것 같은데…. 선거에 도움될지는 모르겠다."

 

- 선거인단 규모가 커진 게 유리한가 불리한가.

"기존 선거인단 1만 명 규모의 전당대회였다면, 노선과 정책을 들고 나가면 필패한다. 이제 21만명 규모 선거가 됐고, 당심, 표심이 1년 전하고 다르다고 믿는다. 우리 당원들도 한나라당 위기에 대해 '민심을 되찾으려면 뭘 해야 하나' '화장만 하면 되나, 속까지 바꿔야 하나' 고민을 하실 것이다."

 

-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는 꼭 인하하겠다'고 했는데.

"법인세를 올리자는 게 아니지 않은가. 법인세를 추가 감세하기로 한 것을 잠시 중단하자는 것이고 영원히 감세를 중단하자는 게 아니다. 고통 받는 국민에게 쓸 돈을 쓰기 위해 감세를 해서 몇 조가 날아가는 것, 그걸 한시적으로 중단하자는 것이다. 법인세를 올리는 것도 아닌데 그 걸 '기업을 미워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감세 중단 논의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발언이고, 우리가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조차 이해 못하는 것 아닌가.

 

나는 그동안 예결특위에서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라도 감세를 중단할 수 있다. 감세가 정권의 도그마가 돼선 안 된다고 강만수·윤증현 기재부 장관을 상대로 계속 얘길 했다. 정부는 금융위기 때 10조 원의 수정 예산을 갖고 왔고 그 다음해엔 30조 원의 추경예산을 갖고 왔다. 재정지출을 엄청나게 늘리면서 감세를 하겠다면 재정건전성을 생각 안 하는 사람이다.

 

법인세 감세 중단에 대해선 박근혜 전 대표와 내 입장이 다르다. 법인세는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약속이라는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라서 법인세는 약속대로 인하하고 임시투자세액공제나 비과세를 줄여서 실효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올리면 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이 그런 방향인 것 같다.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이 부분에 대해 당론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고, 정해지면 법인세도 감세를 중단하는 걸 새 지도부의 정책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는 줄푸세를 내세웠고, 감세정책 부분에서는 이명박 정부 정책 기조와 비슷했던 것 아닌가.

"그게 바로 내 포인트다. 2008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리만 브라더스 이전과 이후의 경제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미국 경제가 서브프라임과 모기지 사태가 나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건실한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사태를 보면서, '대선에서 공약했으니까 줄푸세를 계속한다'고 하는 것은 도그마다. '줄푸세'에서 세금 부분은 이미 철회를 한 것으로 봐도 좋다. 소득세 감세 중단만으로도 박 전 대표의 생각이 2007년 경선 당시의 포지션에서 바뀌었다고 봐도 된다."

 

- 트위터 이용자의 질문이다. '지금 유승민 의원의 공약들이 앞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MB와 차별화하는 전조 아니냐'고 하는데.

"다음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잘한 것은 계승하고 잘못한 것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대선 후보가 박 전 대표가 되든 누가 되든 대선 후보들도 그렇고, 당도 바꿔 나가야 한다. 당과 대선 후보는 지금부터 이명박 정부와 다른 새 길로 가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가고, 대통령과 이명박 정부는 이 정권의 임기 말을 마무리 잘하고, 당과 대통령이 차별화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참고 이해하고 협력을 해주시고, 우리는 탈당 요구 같은 것 안하고 해서, 내년 12월 대선에 보수 정당의 정권 재창출을 하자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해법이다."

 

- 차별화를 용인하면 대통령 탈당 요구는 안 하겠다는 건가?

"그렇게만 되면 탈당을 요구할 이유가 없다. 청와대와 정부는 대선 후보들과 당이 차별화 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이해·협력·인내해서 정권 재창출이라는 제일 큰 목표를 향해서 간다면 대통령 탈당 요구를 왜 하겠나. 상생하는 것이지.

 

박 전 대표의 노선과 정책의 변화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생각은 큰 방향에서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무상급식 문제도 지금의 한나라당 보다는 유연하게 갈 수 있고, 무상보육도 그렇다. 비정규직, 청년 실업, 기초 생활보호대상자, 차상위 계층 문제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부가 해왔던 것과는 다른 길로 갈 것이다."

 

-유 의원의 최근 정책 드라이브에 대한 박 전 대표 평가가 있다면.

"전혀, 아직 못 들었다. 그 분은 나 같이 친박 상징성 있는 사람이 나와서 친이-친박 구도가 과열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나오면서 '친이-친박 구도로 안 간다' '박 전 대표에게 부담주고 박 전 대표를 팔아가면서 선거운동 안 하겠다'고 했고, 여기에 대해선 박 전 대표도 공감해주시리라 생각한다."

 

"방법론 문제는 있었지만, 지역균형발전 철학은 노무현이 맞았다"

 

- 대구가 지역구인 '유승민 한나라당 대표'는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가. 다른 후보는 다 수도권인데.

"전혀 핸디캡이 아니다. 서울이 박빙이라고 하는데 전국이 다 어렵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 한나라당이 얼마나 욕을 많이 먹고 있고 민심 이반이 심각한지 서울 사람들이 모른다는 얘기다. 수도권 지지율이 10% 꺼졌다면, 영남권은 20%가 꺼졌을 것이다. 실제로 지역에서는 살벌한 얘기가 많이 나온다. 수도권에서 이기는 방법은 '저 사람이 당 대표를 하면 한나라당이 제대로 변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고 한나라당의 노선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면 수도권 20~30대에게도 통한다. 직전 지도부가 대부분 수도권 출신인데, 지금 결과가 어떤가.

 

방법론의 문제는 있었지만 지역균형발전의 철학의 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맞았다. 세종시 문제,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있어서 지역균형발전의 가치를 나만큼 몸으로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이 후보 중에 있는가."

 

- 이명박 정부는 보수정권인가.

"이 정부 스스로 보수 실용이라고 하는데, 내가 대답하기는 좀 그렇다. 이 정부에 철학과 가치가 있었는가. 미네르바 사건, 김제동 KBS 하차, 쥐벽서 사건 등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일이 많지 않았는가. 민주주의의 문제, 양극화로 고통 받는 국민들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이명박 정부는 이 시대 보수주의의 새로운 가치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고 본다."

 

- '유승민 당 대표'에 대한 친이계쪽의 거부감은 없을까.

"지금 친이-친박 경계가 굉장히 무너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된다면 그 시점에서도 친이-친박으로 갈라져 있을까."

 

- 당권경쟁에서 다크호스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1등으로 선출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목표는 당 대표이고 1등이든 꼴찌를 하든 집착없이 할 것이다. 현재 1등은 누구인지 모르겠다. 노선과 정책으로 승부를 하고 싶은데 전 지도부였던 홍준표, 나경원 전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이 누가 책임이 있니 없니 하면서 이전투구를 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만이 있다."


태그:#한나라당 전당대회,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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