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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7일 오전 7시 30분 청와대에서 조찬을 함께했습니다. 약 2시간 5분가량 이어진 회담의 화두는 '민생경제'였다고 합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낯빛은 상당히 상기돼 있었고,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는 쉴 새 없이 터졌습니다.

 

손 대표가 연단에 섰을 때 시끌벅적하던 회의장은 일제히 조용해졌습니다. 그의 첫 일성이 무엇일까 학수고대했기 때문입니다. 소위 총평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그런데 손 대표는 아주 상세히도 항목별로 나눠 설명했습니다.

 

6대 민생의제는 ▲ 가계부채 ▲ 저축은행사건 ▲ 일자리 창출 ▲ 대학등록금 ▲ 추경편성 ▲ 한미FTA입니다. 손 대표는 이날 대통령과 논의한 6대 의제에 대해 조목조목 상세히도 전달했습니다.

 

MB에게 뭘 받을 생각을 말지어다?

 

손 대표가 이를 발표하고 있을 때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잠깐 회의장을 나오다 기자와 마주쳤습니다. 물었습니다.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야당 대표가 할 얘기를 다 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해야 하지 않겠어요? 할 얘기 다한 게 얼마나 성과로 나타나느냐인데. 여하간 야당 대표가 현직 대통령을 만나 현재의 민심을 전달하고, 야당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해요. MB에게 뭘 받을 생각을 말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분은 한나라당에게도 안 주시는 분 아닙니까?"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으로 최근 반값등록금과 관련해 적극 활동하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도 만났습니다. 안 의원은 좀 더 가혹한 평가를 했습니다.

 

"민주당은 그동안 반값 등록금과 대학 구조조정을 별개의 프레임으로 접근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 손 대표께서는 이 대통령과 만나 연동시켜 버리셨네요. 등록금 인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면 적어도 등록금 상한제 정도는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는데 원론만 동의하고 오신 터라 이걸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당혹스럽네요."

 

안 의원은 손 대표가 왜 이런 수준의 합의를 하고 온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값 등록금이 최대 이슈가 돼 버린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현직 대통령을 만나 성과를 못냈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당혹스럽다는 말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보좌관이 미리 준비해온 '반값 등록금 원 포인트 국회' 논평을 보고 즉석에서 발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손학규 대표 측의 정책 보좌진들은 "대통령이 성의를 보였다"는 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MB정부의 시장만능주의 국정철학을 비판한 9분간의 모두발언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는 건 향후 MB의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합의했다는 것은 참으로 성과적이라고 했습니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민생결단'을 촉구했다는 것과 등록금 관련 추가조치를 이끌어낸 것도 유의미하다고 말이지요.

 

당내에서는 어떻게 평가할까요? 민주당 전략기획의 한 관계자와 만났습니다.

 

"저는 우리 지도부가 왜 '결렬선언'을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모든 게 원론 수준의 합의 아닙니까. 3년 만에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 만났다면 최소한 합의문은 나왔어야 하는데 그것도 못 쓴 것 아닙니까. 정치적 메시지라도 분명해야 하는데 그것도 없지요? 민주당은 민생진보 입장에서 MB정부와 한나라당에 정확히 각을 세울 때 존재감이 있다고 생각해요."

 

"최고로 한심한 회담" 혹은 "뜻깊은 시간"?

 

민주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당들은 이번 회담을 어떻게 평가할까요? 쓴소리가 쏟아집니다. 최고로 한심한 회담이었다는 겁니다. 이상한 것은 한나라당의 평가입니다. "뜻깊은 시간이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 만나 이렇게 말합니다. 태산명동서일필, 예고만 떠들썩하게 해놓고 실제 결과는 보잘 것 없다는 뜻의 한자성어입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공허한 말로만 끝난 최고로 한심한 회담이었다"며 "아무런 성과도 없는 반쪽짜리 회담이었다"고 혹평했습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간 조찬회동은 국민적 실망감만 안겨준 허무한 회담이었다"며 "국민적 심판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이명박 정부로부터는 추호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게 됐다"고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은 "소문난 잔칫상에 먹을 것이라곤 아침밥밖에 없더라"는 풍자로 손학규 대표를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손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이 '대화는 하는 대통령'이라는 식으로 체면만 세워준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참여당 이백만 대변인은 아예 대놓고 묻습니다. "이러실 거면 대체 왜 만나신 건가요?"

 

어쩌면 국민들의 심정이 바로 그것일 것 같습니다. 차라리 민주당의 어느 당직자의 말대로 차라리 거적데기를 쓰고 시청 앞에 앉아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우는 편이 훨씬 더 존재감 있는 제1야당 대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태그:#손학규, #정치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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