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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기업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4시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충남 노사민정협의회가 아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려 유성기업 사태에 대해 집중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유성기업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4시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충남 노사민정협의회가 아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려 유성기업 사태에 대해 집중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 충남시사 이정구

"문제는 노사의 골이 너무 깊어 당장 대화조차 안되는 상황이다. 노조측은 용역을 앞세운 컨설팅업체가 노사화해를 의도적으로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사측은 노조의 뒤에 더욱 강력한 상급조직이 있어 경영에 위협을 가한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유성기업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간 불신과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27일(월) 오후 4시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충남 노사민정협의회가 아산시청 상황실에서 열렸다.

 

오후 4시에 시작된 회의는 오후 6시가 넘도록 2시간여 동안 진행됐으나 명쾌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다만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 제2, 제3의 유성기업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도지사나 노사민정협의회가 법적으로 유성기업 노사 협상에 아무런 권한도 행사할 수 없지만 좋은 친 구역할은 할 수 있다"며 "유성기업 노사간의 원만한 협의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자"고 말했다.

 

충남 노사민정협의회는 노동·시민단체, 경영인단체, 학계·전문가, 공무원 등 총 30명으로 구성됐는데 이날 회의에는 24명이 참석했다.

 

회의에 앞서 노사민정협의회는 이날 노조대표 2명과 회사대표 2명을 각각 초청해 서로의 입장을 들을 계획이었으나 노조측에서는 2명이 참석한 반면 회사측에서는 참석자가 없었다.

 

노사 양측 배후설 불신감 팽배

 

 유성기업 노조대표 2명이 참석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유성기업 노조대표 2명이 참석해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 충남시사 이정구

 유성기업 사용자 대표도 초청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유성기업 사용자 대표도 초청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 충남시사 이정구

이날 회의에서는 노사 양측의 배후세력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민주노총 충남지역본부 정원영 본부장은 회사측에 컨설팅회사의 개입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 본부장은 "변호사, 노무사, 폭력경비까지 동원해 노사대립을 조장하며 돈벌이로 이용하는 컨설팅회사가 개입했다. 전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은 이미 대구에서 100억 원 이상 빼먹고 아산에 와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또 "현장에서는 일당 18만 원에 150~300명의 용역경비를 고용했다. 기타경비를 포함해 1인당 20만원씩만 계산해도 하루에 3000만 원의 예산이 지출되는 셈이다. 컨설팅 자문료는 별개로 지급하니 경영상 손실도 막대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파업했던 근로자가 일괄복귀하겠다는데 오지 말라는 회사는 처음봤다"고 말했다.

 

현재 당초 노조측이 주장하던 주간 2교대 근로조건 개선은 더 이상 논의 대상이 아니다. 노동자들은 현장복귀를 선언하고, 현장에서 일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측은 노동자들이 현장에 복귀하면 또 다른 형태로 회사를 압박할 것으로 보고 노조의 일괄복귀 의도를 불신하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강봉준 교수는 "유성기업 노사문제는 유성기업 노조와 경영진이 대화를 통해 내부에서 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이번 회의의 핵심이다. 그런데 사측은 노조의 배후에 누군가 제3의 세력이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노조 측도 사측의 뒤에서 노조의 와해를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이같은 불신의 벽이 높아 대화의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해 공감을 얻었다.

 

편향된 언론보도 도마

 

 유성기업 근로자들이 현장 일괄복귀를 선언하고, 직장폐쇄 철회를 촉구했지만 사측은 선별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유성기업 근로자들이 현장 일괄복귀를 선언하고, 직장폐쇄 철회를 촉구했지만 사측은 선별복귀를 주장하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일부 언론은 유성기업 노조를 7000만 원대 고액연봉 근로자들의 반란으로 몰고 갔다. 또 일부 언론은 유성기업 파업이 국내 자동차 산업을 총체적 위기로 내모는 매국행위로 표사하기도 했다. 반대로 일부 언론은 회사를 악덕 기업주로 몰아 일방적으로 매도하기도 했다."

 

이날 유성기업 사태에 대해 언론이 가장 크게 도마에 올랐다. 유성기업 근로자들의 기본급은 평균 2180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야근·특근을 비롯해 피복비와 식비, 각종 복지 포함해 5700만 원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강도 높은 야근으로 최근 5년간 5명이 과로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노조 측은 임금인상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낮에 일하고 밤에 잠자는 주간2교대 근로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는 주간2교대 근로개선 요구도 자취를 감췄다.

 

한국노총 충남지역본부 정근서 의장은 "노조는 일괄복귀를, 사측은 선별복귀를 주장한다. 유성기업 사태에 대한 전문가는 유성기업의 노사 양측이다. 그런데 언론을 비롯한 외부에서 굴절된 시각으로 서로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 노조와 사측의 서운한 감정만 키우지 않았나 생각된다. 유성기업의 가장 전문가인 노사가 대화로 풀어야 한다. 도지사가 노사의 만남을 주선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협의 실마리를 만들어 주자

 

 아산시청 상황실에서 노사민정협의회가 진행되는 동안 유성기업 노동자 부인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산시청 상황실에서 노사민정협의회가 진행되는 동안 유성기업 노동자 부인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충남시사 이정구

강봉준 교수는 "양측이 대화의 접점을 찾기 위해 회사와 노조에 각각 거부감 없이 서로 의견을 듣고 전달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을 찾아 비공식 접촉을 갖도록 하자. 그리고 관계를 발전시켜 정상화 단계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충남북부상공회의소 김영길 부회장도 강봉준 교수의 의견에 동의했다. 김 부회장은 "노사의 골이 너무 깊어 누가 봐도 자체해결책은 어려워 보인다. 경영인단체나 민노총 상층부 등 유성기업 노사에 영향력이 있는 제3의 인물을 대화의 전도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자"고 말했다.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 박희원 회장은 "그동안 언론을 비롯한 막연한 정보로 민노총이 기업에 들어가면 회사 망친다는 생각이 기업인들에게 각인돼있다. 이 자리에서 느낀 것인데 민노총 회원도 똑같은 사람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업인도 민노총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버리고, 민노총도 기업인들에게 각인된 부정적인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충남신용보증재단 정철수 이사장은 "유성기업 대표는 400명의 생존권을 책임지는 애국자다. 30년간 회사를 이끌면서 IMF 외환위기를 제외하면 늘 흑자를 기록했다. 경영자나 근로자 모두 무한한 자긍심과 책임감이 주어진 자리다. 이들이 타협점을 못찾을 이유가 없다"며 "우선 사측은 일괄복귀를 받아주고, 나머지 문제는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희정 "도지사가 협상의 좋은 친구 되겠다"

 

 안희정 지사는 도지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협상을 위한 좋은 친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안희정 지사는 도지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협상을 위한 좋은 친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 충남시사 이정구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6일 "충남도청이 유성기업 문제를 지역 노사민정협의회 안건으로 상정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접근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금속노조와 유성기업지회의 불법에 대한 엄정대처를 통해 유성기업 경영정상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매진해야 할 것"이라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안 지사는 "너무 황당하고 충격적"이라며 "도지사는 절대 공정하다. 그래야 도지사다. 그리고 한국사회가 그 정도 신뢰는 가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충남도에서 노사민정협의회를 개최하는 목적도 경총에서 주장하는 '유성기업 경영정상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고, 도지사로서의 책무로 수행되는 것"이라며 "유성기업 사태가 발생한지 40여 일이 지났음에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노사의 충돌로 인적, 물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도지사가 법령에 명시된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도지사의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어 "기업주의 노조에 대한 두려움도 이해한다. 누구나 아버지가 되지만 아버지 교육을 받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받아야 한다. 기업주도 마찬가지로 기업경영에 필요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이나 노동자가 서로 없어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산업구조와 먹이사슬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쟁점을 찾아야 한다. 근로자의 노동형태도 산업전체가 합의해야 할 사안이다"라며 "유성기업 사태를 지역사회의 거버넌스가 해결할 수 있다면 한국사회가 부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기업체 대표들이 동료나 선배 입장에서 유성기업 대표를 만나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조언을 해달라"고 당부하고, "유성기업 사태가 하루 빨리 해결돼 지역안정과 노사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도민 모두의 지혜가 모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남시사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성기업#안희정#아산시#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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