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이자 당면한 국내 노사 문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현대차노조가 회사측과 올해 임단협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노사는 지난 29일까지 모두 6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회사측의 타임오프 강행에 법정 전임자 지정을 거부한 노조 전임자 233명 전원이 무급 휴직 발령을 받으면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점, 7월부터 시행될 복수노조를 두고도 양측이 대립하고 있다.
여기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연일 현대차노조 전현직 간부들의 사이버 도박 적발 소식을 보도하면서 현대차노조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제2민주노조운동 등 현장조직들은 유인물을 통해 "근무시간 불법도박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회사 감사의 발표 시점 등에 문제가 많다. 노조를 죽이기 위한 것 아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여론이 워낙 악화돼 설득력을 잃고 있다.
여기다 현대차노조가 올해 임단협안에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게는 신규 채용에서 정상적인 채용규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가산점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을 넣어 보수언론은 물론 진보언론으로부터도 '세습 채용'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더욱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
과거 현대차노조를 지지했던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진영의 시선도 싸늘하다. 지난해 현대차비정규직 공장 점거 농성 때 정규직노조가 보인 소극적 태도에다, 최근 불거진 근무 중 사이버도박 등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회사측과의 임단협 협상에서 장기근속자 자녀 채용 가산점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 비정규직법안에 반대한 총파업, 2007년 한미FTA 반대 총파업,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파업에 참여하면서 보수언론과 경제단체의 뭇매를 받을 때 시민사회가 현대차노조를 적극 지지한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이같이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차노조의 활로는 과연 무엇일까?
학자금 지원 받지만 반값 등록금 촉구 동참해야
현대차노조가 그동안 국내 노동운동을 이끌어왔다는 데 누구나 동의한다. 그 동의에는 노조가 공익적 가치와 소외층을 위한 파업 등에 적극 동참해 왔다는 점이 작용한다.
하지만 현대차가 최근 2년간 무파업을 성사시키면서 과거 현대차노조가 가지고 있던 사회 참여적 노동가치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진보진영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자녀 채용 가산점안을 고수하면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이 난무한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기주의 길을 걷고 있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팽배하다.
현대차노조는 회사로부터 3명의 자녀까지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고 있다. 이는 서울 광화문에서 촉발된 반값등록금 촉구 물결과 맞물려 울산지역 서민층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SK 등 울산의 주력 대기업의 이같은 정규직 자녀 등록금 지원은 반대급부로 울산에서의 반값등록금 촉구 열기를 식게 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울산지역 유일한 4년제 종합대학교인 울산대학교의 전체 학생 1만5000여 명 중 28%가 전액 등록금 지원을 받고 있는 현실과도 맞물린다.
울산에서도 지난 6월 10일부터 '반값등록금 실현 촛불대회'가 시작됐지만 시민단체와 진보진영 외 일반시민과 대학생의 참여가 저조하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가자가 채 100명을 넘지 못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진영은 현대차노조가 상대적 약자를 위한 사회참여에 적극 나서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비록 현대차노조가 회사로부터 등록금을 지원 받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제일 먼저 앞장서서 반값등록금 촉구에 나서달라는 것.
위기를 맞은 현대차노조가 다시 회생할 길은 얼마든지 있고, 이를 현대차노조의 공익적 가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제시하고 있다. 반값등록금뿐 아니라 비정규직 철폐 등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