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제주 강정마을 앞바다에서는 기지 공사를 하려는 해군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몇 차례 충돌했습니다. 기지 확장 가능성, 결정해 놓고 실시하는 여론조사, 민군복합형미항의 실체, 강정마을 보호가치 외면한 군사안보 논리, 평화의 섬 지정과 동시에 군사기지를 추진하는 모순 등 10년간 끌어온 제주 해군기지사업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의 문제점을 5회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6월 23일 야5당 진상조사단이 국회에서 주최한 제주해군기지 갈등 해결을 위한 공청회에서 해군 측 토론자로 나선 송무진 대령은 "강정마을 선정 과정은 우리나라 국방사업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서 결정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평택함장으로 있지만 제주해군기지 사업단 일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송 대령의 이러한 언급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군과 정부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국가안보를 위한 사업을 놓고 주민 의견까지 물어가며 했던 사례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냥 밀어붙여도 그만이지만, 의견을 묻는 절차를 거치는 '배려'까지 했는데 왜 절차적 정당성 따지느냐는 뉘앙스다.

 

실제로, 지난 2007년 9월 사회갈등연구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당시 국무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두고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으로는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는 된다고 자평했다.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사업'이라는 해군 측의 주장은 2007년 5월에 있었던 여론조사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당시, 제주해군기지 건설 유치 여부를 두고 제주도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제주도민이 해군기지 유치를 찬성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고, 또 지금의 강정마을을 후보지로 결정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비록,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없는 단지 '참고용'의 여론조사였지만, 사실상 해군기지 건설 추진의 가장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기지건설 전제한 양해각서 만든 뒤 여론조사... 이게 민주적이라고?

 

그러나 여론조사에 이른 과정과 여론조사의 방식은 거꾸로 더욱 큰 논란만 자극해 제주도민의 반대 목소리를 확장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여론조사에 수반된 예산, 여론조사 용역위탁 과정 등이 관련법과 조례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고, 심지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조작의혹도 강하게 제기되었다.

 

특히, 이 여론조사 결과 해군기지 건설의 최종후보지로 선택된 지금의 강정마을은, 여론조사를 앞두고 불과 17일 전에야 후보지로 거론될 정도로 상당히 기습적으로 후보지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런 탓에 정부와 해군의 사전개입 혹이 지금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당시 도의회에서 한 주민은 해군 측과 도정이 사전에 강정마을에서 찬성 주민을 사실상 '포섭'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2007년 당시 제주도 당국이 해군기지 유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실시했던 여론조사는 여전히 해군 측의 가장 큰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회 공청회에서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두고 "우리나라 국방사업 역사상 정부나 군의 요구가 아니라 주민 스스로 요구한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결정된 사업"이라고 한 정삼만 해군대학 교수 주장의 가장 큰 근거도 바로 그 여론조사였다.

 

그러나 2007년 당시 여론조사는 이런 주장과 달리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전제한 요식행위일 뿐이었다. 당시 큰 논란이 되었던 이른바 양해각서(MOU) 사건이 이를 뒷받침 한다. 제주군사기지반대도민대책위가 당시 공개한 '제주 해군기지사업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안)'은 사실상 정부와 제주도 당국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양해각서(안)에는 해군기지 건설을 전제한 지역개발지원사업과 주민지원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양해각서(안)을 둘러싸고 당시 제주도는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설령, 그대로 믿더라도 어쨌든 국방부 차원에서 여론조사 결과와 무관하게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려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 "민주적인 방법으로 결정된 사업"이라는 해군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야5당 진상조사활동, 잘못된 사업 바로잡을까?

 

최근 우근민 제주지사가 부쩍 해군기지 건설문제를 둘러싼 작금의 상황을 두고 "되돌릴 수 없다" 발언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 지사는 "절차적으로 일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도 덧붙이고 있다. 2007년 이후 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도지사가 절차의 잘못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아마 처음인 듯싶다. 제주도민의 여론도 적어도 해군기지의 찬반을 떠나 해군기지 추진과정이 잘못되었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도 해군은 여전히 '가장 민주적인 사업'임을 주장하며 해군기지 건설 강행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야5당의 진상조사단이 구성되고 진상조사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제도 정치권의 현안이 되면서,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국가안보사업의 민주성 여부를 가르는 리트머스가 된 것이다. 해군이 '역사상 가장 민주적인 사업'이라고 주장하듯, 거꾸로 국가안보사업이라 할지라도 민주성이 결여되었다면 되돌리고 바로잡아야 한다. 야5당의 진상조사활동이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