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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개정교육과정은 2009년 1월에 연구를 시작해 2009년 12월에 총론(인간상, 운영방법 등)을 고시하였다. 보통 교육과정연구가 3-5년 이어온 것에 비해 연구 기간이 너무 짧고, 2007개정교육과정이 초등학교에 막 시행중이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비판이 많았다. 게다가 2010년부터 학교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교과별 시수 20% 증감이나 이름만 바꾼 창의적체험활동을 조기 적용하게 하였다. 올해 초등학교 1, 2학년에서는 이름은 2009개정인데 교과서는 2007개정교육과정을 가르치고, 중학교에서는 집중이수제로 음악, 미술, 체육, 도덕 등을 학기별로 몰아 가르치는 것 때문에 학교현장에 혼란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교과교육과정개정 일정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 원래 올해 1년간 교과교육과정을 연구하고 내년에는 교과서 연구를 한다더니, 이걸 6개월씩 당겨버렸다. 안그래도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속도전으로 몰고 간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교육의 설계도인 교육과정을 짧은 시간에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공모하여 당선된 연구진들조차 이건 말이 안된다며 비판하면서도 정부의 일정에 순순히 따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그 결과 6월 말부터 7월 15일까지 교과교육과정 공청회가 집중되고 있다. <첨부파일 참조>

 

연구도 속도전이고 무리하게 일정을 맞추다 보니 공청회가 하루에 2-3개가 같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학교는 지금 한창 학기를 마무리하고 학기말 평가 작업등 업무가 집중되는 때라 시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과학은 수업이 한창인 10시부터 진행해서 아예 갈 생각 자체를 못하게 만든다. 공청회 장소도 그 동안 많이 이루어지던 대학교나 평가원을 벗어나 국사편찬위원회, 유스호스텔 등이고 지방에서까지 열리고 있다. 

 

내용 줄인다더니 결국 압축으로 나타나

 

2009개정교육과정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10년(고1까지)에서 9년으로 줄이면서 고등학교는 선택교육과정으로 개편하였다. 또 학습부담을 줄이고 창의성과 인성을 함양하기 위해 교육내용을 20% 줄인다고 하였다. 20% 감축방식은 교과별로 성취수준(성취해야 할 목표나 내용) 개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교과에서 나오는 고민은 '10학년에 있던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다. 교과 내적으로 계열성이 있고 공통으로 배워야 할 내용으로 정리해놓은 것을 단기간에 9년으로 줄인다는 것은 개별연구진만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내용 20%를 줄인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개발진조차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그 결과 실제 내용은 어떻게 개발될까? 6월 30일 역사교육과정공청회에서 나온 예를 보자.

 

'갑신정변부터 동학농민운동과 갑오개혁, 독립협회의 활동, 대한제국의 개혁에 이르는 근대국가 수립 노력과 일제에 의한 국권 상실 과정을 국내외 정세 변화와 연관지어 파악한다.'

 

위는 역사에서 제시된 성취기준이다. 제목만 보면 박사 학위 논문이나 근대 격동기 한 단원의 학습목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2시간 정도에 배워야 할 분량이라고 한다. 동학농민운동 하나만 하더라도 프로젝트학습은 못할망정 2시간동안 있었던 일을 알아보기에도 짧은 시간이다. 아마 초등조차 이런 목표들도 다 채워졌을 것이다. 대체 이런 목표로 어떻게 수업을 하란 말일까? 교과서는 또 얼마나 내용이 빡빡하게 채워져야 할까?

 

다른 교과도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교사들이 보면 한눈에 문제가 되는 줄 아는데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개발진들이 내용을 이해하고 만들어가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연구결과 공개 같은 걸 꿈도 꾸지 못하는 것 같다. 겨우 토론회나 공청회에 일부 교사들을 초청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내용을 이해해서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발제문을 보내놓고 하루 이틀에 토론문을 보내라는 식이고 발표시간도 촉박하기 때문이다.

 

초등 사회, 이름 빼고 다 바꿔야 한다

 

2009개정교육과정은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꼴이다. 2007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는 것을 보면서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해서 교육과정을 바꿔야 하는데, 시작도 하기 전에 새교육과정을 만들자니 당연히 제대로 진행되기가 어렵다. 2007개정교육과정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비판을 업고 2009개정교육과정은 내용을 쉽게 바꾸고 학습연구년제 교사를 활용해 현장성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다.

 

그럼 초등학교의 경우 올해에야 2007개정교육과정이 전학년에 실시되는데, 이 교과들의  문제는 무엇이고, 과연 어떻게 바뀌는 것이 좋을까? 교과부에서 이런 문제를 수렴하지 않았지만, 이제야 현장에서 제대로 느끼고 정리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국어는 먼저 교과서를 1개로 합쳐야 한다. 시간수가 많아 학기당 2권을 하더라도 지금처럼 듣기말하기쓰기 읽기로 분리되는 교과서는 학생들의 특성이나 통합적인 수업에 맞지 않다. 그러려면 교과내용 영역을 듣기/말하기/읽기/쓰기/문법/문학으로 나뉜 것을 학년 수준에 맞게 통합해야 한다. 지난 토론회에 가니 듣기말하기는 통합했지만 여전히 5개 나눠놓고 현장교사에게 통합하라고 강요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수학은 더 이상 창의성을 문구로 강요해서는 안된다. 뻔한 내용을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로 곤란하게 하고, 한 가지도 찾기 어려운 것을 3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라고 해서 좌절감을 안겨줘서는 안된다. 과학은 다른 교과 개발보다 3배나 돈이 더 드는데, 뻔한 답을 요구하거나 한 영역에서 너무 많은 걸 요구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사회, 전부터 초등학생을 가장 힘들게 한 교과이고 이번 2007개정에서 최악의 교과로 평가받고 있다. 3학년에게 고등학생이나 이해할만한 인문환경을 이야기하고 5학년에게 역사를 통으로 배우게 해서 학생들이 사회를 싫어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역사교과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외부의견도 듣지 않고 내용을 바꾸고 있는데, 초등역사까지 같이 연구하고 있다.

 

5학년에만 역사를 집중한 것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비판이 많았고, 현재 5학년 교실에서는 아이들과 교사의 한숨만 쌓이고 있다. 초등에서는 서로 다른 교과도 통합해서 가르쳐야 하는데, 일부러 과목을 나누는 것은 교과이기주의이이다. 초등 사회는 역사내용도 다른 영역과 통합하는 등 정말 이름 빼고 학생 수준에 맞춰 모든 걸 다 뜯어고쳐야 한다.

 

영어는 이미 공교육의 손을 떠난 교과이다. 초등에 영어가 있는 한 사교육 열풍이나 효과적인 영어수업은 불가능하다. 교과서로만 배워서는 절대 영어교육을 쫓아가지 못하게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게다가 검정교과서로 교사들의 교재연구조차 힘들게 만들어놓고 이에 대한 지원은 출판사에만 맡겨놓았다.

 

2009개정에서는 수능을 대체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만들어서 학교현장을 또 시험준비로 내몰려고 한다. 부분적인 변화를 하더라도 한국 상황에 맞는 영어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해결책이 나올리는 만무하다. 초등 영어를 폐지하거나 정 안되면 5, 6학년에서 집중하는 방안등이 나오지 않는다면 영어로 생기는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을 지경이다.

 

도덕, 체육, 음악, 미술, 실과는 중등 집중이수제부터 없애야 한다. 집중이수제가 시행되면서 이 교과들은 전인교육의 한 축을 포기하고 그저 시간을 때우는 교과로 전락할 위기이다. 초등학생들도 이런 문제는 금방 파악한다. 또 창의적 체험활동에 들어가있는 정보, 보건, 한자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

 

특히 한자는 교육과정도 없고 교사 연수도 없었기 때문에 사교육시장에서 주도권을 장학하고 있다. 학교는 교재를 사다 소비하고 한자급수시험을 대행하는 장으로 변질하였다. 2009개정교육과정으로 교과만 1개 늘어난 셈이다.

 

2009개정교육과정, 무리한 진행부터 멈춰야

 

2009개정교육과정에는 이런 문제의식들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교사들이 2007개정교육과정을 알기도 전에 방향 정해서 연구진에게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90개정교육 교과교육과정에 대한 현장교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처음부터 교육 내적인 요구나 시대적 요청이 아니라 정권의 필요로 만들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또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개정교육과정 진행 과정에 대한 학습 결과이다. 3-4개월동안 만든 교육과정이 제대로 만들어졌을리 없고 이걸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교사들에게 끔찍한 일이다.

 

다행히 새 교과서가 들어오기 전에 정권이 바뀌기 때문에 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2007개정교육과정에 의해 만든 교과서도 지금 적용도 되기 전에 새로 바뀌는 상황인 걸 보면 이런 생각도 무리가 아니다. 다만, 교과부가 검정교과서제도나 인정교과서 제도를 확대해서 그 피해가 교과서개발에 참여한 영세출판사들에게 전가되는 게 아닌가 그게 걱정이 될 뿐이다. 출판사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2009개정교육과정연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4대강 사업 밀어붙이는 것처럼 현장적용에 문제가 많고 학생들만 피해를 볼 게 뻔한데도 오로지 7월 공청회 8월 고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과연 이로 생긴 문제와 예산낭비, 사교육비 증가 등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그래서 현장교사들은 제발 2009개정교육과정 개정 작업이 여기에서 멈추기만 바라고 있다.

 

관련기사 : 사교육 받아도 어려운 수학, 공청회까지 비밀로?

덧붙이는 글 | 2009개정교육과정은 총론중심이라서 교과교육과정은 2009개정 교과교육과정 또는 2011년에 연구하기 때문에 2011개정교육과정으로도 불립니다. 교육희망에도 비슷한 기사를 보냈습니다. 


#2009개정교육과정#교과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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