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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디좁은 뱁새 둥지안의 새끼 뻐꾸기
 좁디좁은 뱁새 둥지안의 새끼 뻐꾸기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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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뻐꾸기는 스스로 알을 부화하지 못하고 다른 새 집에 알을 낳아 번식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현장을 목격한 것은 처음이다.

새끼들을 지키려는 산새들의 습성은 제각각

화천군 하남면 원천리 강변에 위치한 아쿠아틱 리조트 환경 조성사업을 위해 낫을 들고 직원들과 함께 아침 일찍부터 작업에 착수했다. 비 예보 때문인지 작업시작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땀이 속옷까지 흠뻑 적신다. 잔디 깎기와 멋대로 자란 정원수 가지치기를 한참하고 있는데, 뱁새(베바리)가 소리가 요란스럽다.

나는 본래 산골에서 자란 촌놈이라 산새들의 울음소리만 들어도 상황을 쉽게 짐작하는 편이다. 할미새의 경우 누군가 자기 집 주변에 침입하면 암수가 번갈아 공중에서 큰 원을 그리며 나는 습성이 있고, 멧새는 한쪽날개가 다친 듯한 모습으로 기어가며 천적을 유인하는 습성을 지녔다.

들꿩의 경우는 어린 새끼들이 모두 낙엽 속으로 숨을 때 까지 날지 않고 천적과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천적들의 관심을 돌린다. 또한 새매나 황조롱이 같은 육식성 조류는 낮은 자세로 날아 상대방 공격에 나서는 반면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은 뱁새나 딱새, 무당새 등은 시끄러운 울음소리로 천적을 쫒아낸다.

짧은 기간 살 집인데 정성스럽게 만들면 뭐하나!

오늘도 뱁새 암수 두 마리가 요란스럽게 짖어대는 모습이 주위에 둥지가 있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혹여 나무 가지치기에 둥지가 다칠새라 낫질을 멈추고 새둥지 수색에 들어갔다. 뱁새는 나무 색과 유사한 나무껍질을 구해 나뭇가지에 작은 둥지를 옭아매는 습성이 있는 새로, 나무줄기 사이를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찾기 힘들다.

또 뱁새는 비둘기처럼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대충 알이 새지 않을 정도로 무성의하게 집을 만드는 것과는 달리 암수가 한 달여 기간 동안 사람이 손으로 만들려고 해도 불가능할 정도의 예쁜 둥지를 만들어 나무에 단단히 옭아맨다. 길어야 두 달 정도의 기간 동안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내면 버릴 집인데 왜 그렇게 정성스럽게 둥지를 만드는지 모를 일이다.

남의 집에서 집주인 행세를 하는 넌 누구냐!

새끼 뻐꾸기는 내가 접근하자 입을 벌리고 쪼아대며 강한 경계심을 보인다.
 새끼 뻐꾸기는 내가 접근하자 입을 벌리고 쪼아대며 강한 경계심을 보인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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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분 동안의 둥지를 수색하다 깜짝 놀랄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당연히 작은 뱁새둥지 안에는 어린 뱁새새끼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어야 하는데 이미 몸집이 커질 대로 커져 몸뚱아리 반이 집 밖에 걸쳐진 녀석은 뻐꾸기 새끼가 분명했다.

이미 솜털을 벗고 제 어미와 같은 색깔의 털이 덮인 녀석은 넉넉잡아 태어난 지 2주는 넘은 듯하다. 가까이 다가서 사진을 찍으려하자 입을 벌리며 까칠하게 부리로 쪼아댄다. 더 황당한 건 자신보다 5배 이상 덩치가 큰 뻐꾸기 새끼가 제 새끼라도 되는양 요란스럽게 울어대는 어미뱁새가 참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뻐꾸기가 영리한 건지, 뱁새가 멍청한 건지...

뱁새 알은 파란색을 띠며 크기는 참새 알 보다 작은 편이다. 그러나 뻐꾸기 알은 뱁새알과 같은 파란색을 지니고 있으나 멧비둘기 알 크기만 하다. 이처럼 알의 색깔이 비슷하다는 것을 이용해 뻐꾸기는 뱁새가 집을 짓기 시작할 때부터 유심히 지켜보다가 공사를 완공될 즈음 뻐꾸기 암컷은 수컷과 교미를 끝내고 뱁새가 알을 낳는 비슷한 시기에 자신이 관찰하던 뱁새 집을 찾아 알을 낳는다. 이것으로 어미 뻐꾸기의 임무는 사실상 끝나고 뱁새의 멍청한 짓이 시작된다.

도대체 자신이 없는 사이에 이렇게 커다란 알이 덩그라니 집에 놓여 있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정성을 다해 암수가 번갈아 2주간 알을 품으면 덩치가 큰 뻐꾸기 알이 먼저 부화 된다. 이때부터 이 뻐꾸기 새끼는 큰 덩치를 이용해 부화 직전 남아있는 뱁새 알을 밖으로 밀어내 떨어뜨리고 이미 부화가 된 뱁새새끼마저 남김없이 밖으로 밀어버린다.

뻐꾸기 새끼는 자신 주변의 장애물들은 모조리 둥지 밖으로 밀어버리는 타고난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뱁새 어미의 고생은 시작된다. 뻐꾸기 새끼는 덩치가 큰 만큼 먹성이 왕성해 뱁새 어미 두 마리가 계속해서 곤충을 잡아다 먹여도 부족하다고 보챈다. 도대체 이 괴상하게 커다란 아이를 키워서 어디에 쓰려고 이렇게 정성을 다하는지 모를 일이다.

까칠한 녀석은 카메라가 멀어지자 서시히 입을 다물며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까칠한 녀석은 카메라가 멀어지자 서시히 입을 다물며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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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뻐꾸기가 왜 뱁새나 개개비 같은 새의 둥지에 알을 낳을까! 이유는 알의 색깔이 비슷하다는 것과 다른 새들에 비해 모성애가 강하다는 것을 이용하는 듯하다. 크기가 비슷한 새매나 황조롱이 집에 알을 낳는 것이 편할 만도 한데, 이들은 새끼에게 곤충이 아닌 동물성 먹이를 먹인다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알을 낳다가 집주인에게 들켜 죽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 였을까!

멧비둘기 또한 뻐꾸기와 크기도 비슷할 뿐만 아니라 털 색깔도 비슷하다. 그런데 왜 멧비둘기의 집은 선택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멧비둘기의 경우 다른 새들처럼 새끼에게 곤충을 잡아다 먹이는 것이 아니라 어미 비둘기는 콩이나 식물성 먹이를 섭취하고 새끼들에게 토해서 먹이는 습성 때문에 부적격으로 판단했음직하다.

혹여 뱁새와 뻐꾸기 어미가 그들만의 언어로 어떤 약속에 의해 이와 같은 일을 진행한 것을 '뻐꾸기가 지혜롭고 뱁새는 멍청하다'고 판단하는 우리 인간들이 더 우둔한 것이 아닌지도 생각해 볼일이다.


태그:#화천군, #새끼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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