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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이국적 외모의 저자는 먼 타국땅에서 '신토불이'를 외친다. 설득력은 그가 쌓아온 지식과 수련의 경험이 책에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점에서 나온다.
책표지. 이국적 외모의 저자는 먼 타국땅에서 '신토불이'를 외친다. 설득력은 그가 쌓아온 지식과 수련의 경험이 책에 고스란히 나타난다는 점에서 나온다. ⓒ 이미지박스

자연. 어떤 느낌인가. 파란 하늘에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세렝게티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 구불구불 굽이치며 흐르는 강줄기. 바위틈에서 머리를 내밀고 나오는 한 떨기 들꽃.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이나 오염되지 않은 몸과 마음, 그리고 내 이웃과 아이들의 맑은 웃음을 보존해 줄 대지의 신.

 

'자연스럽다'라는 말은 언제부터인가 잘 쓰이지 않는 것 같다.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경쟁사회에서 심하게 스트레스받고 사는 인간들이 많아지고 그곳에서 돈으로 잘사는 이와 못사는 이가 극명하게 삶의 형태를 달리하고 사는 오늘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자연스럽다'라고 한다면 이 얼마나 어색한 일인가.

 

애초에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그것과 함께 있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거나 갑자기 끼어들어도 마치 함께 하는 것처럼 어우러질 때 우리는 자연스럽다는 말을 꺼낼 수 있다. <문숙의 자연식>은 자연스러움이다. 사랑을 잃은 배우가 화가가 되었다가 '선'을 공부하고 하와이의 외딴 마을에서 자연과 더불어 불편한 이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 밥 벌어먹고 사는 것도 버거운 나에게는 꽤 어색하게 다가왔다. 태어날 즈음에 영화배우로서 잠깐 이름을 날리다가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버린 이에 대한 아주 작은 정보조차 없었던 나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깨닫는 것이지만 그녀는 지금 그대로가 자연스럽다. 문숙이라는 이름도, 자연치유에 이은 자연식이라는 주제의 책도 그렇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취하는 데에 있어 인간이 갖추어야 할 예의랄까 그녀가 설파하는 식품의 정의도 곱씹을 가치가 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다른 생명체의 삶을 취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소중한 마음으로 대해야 하며 꼭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책은 내 몸에 맞게, 단순하게 자연을 먹는 '자연 건강식'과 이미 이상이 생긴 몸의 치유를 돕고 활력을 재생시켜주는 '치유식', 마음을 맑게 하고 신경을 안정시켜 수행에 도움이 되는 선식, 세 가지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자연 건강식'은 국물과 있는 그대로의 '통곡물'을 활용한 레시피와 채소, 해조류의 활용과 콩과 견과류의 단백질 식단, 과일과 소스로 마무리한다. '치유식'은 음양오행을 활용한 독소제거 국물들과 죽, 셀러드 등을 소개한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접할 수 있는 새싹샐러드와 호박죽도 등장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만드느냐이다. 원재료가 가지는 저자는 '자연스러움'에 주목한다.

 

농약을 쳐서 기른 과일에 비해 무농약 과일들은 색깔이나 생김새가 온전하지 않습니다. 찌그러져 있기도 하고 울퉁불퉁하기도 하며 새나 벌레가 먼저 입을 댄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 입에 맞으니 그 녀석들에게도 맛이 있겠지요. 같은 때에 같은 곳에서 살고 있는 것도 인연인데 나누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흐뭇합니다.

 

이쯤 되면 음식은 철학이다. 내 몸을 생각하는 음식은 인위적인 강요를 배제한 것이어야 한다. 석유화학물질이 첨가된 화학비료나 농약의 투여는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매크로바이오틱'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 등장하는 '선식'으로 정신적 세계로 진입한 음식이 등장한다. 이외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본적 양념인 소금, 기름, 통곡물과 콩, 조리기구와 식기 등도 자연스러움을 음식에서 찾으려는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덧붙이는 글 | <문숙의 자연식> / 문숙 / 이미지박스 / 1만4000원


문숙의 자연식

문숙 지음, 샨티(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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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숙#문숙의자연식#자연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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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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