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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가 묻혀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관정을 뚫어 확인하겠다고 하는데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식으로 하면 올바른 채취도 힘들다. 자료를 공개하고 파묻었다고 증언하는 곳을 파보면 될 것 아닌가?"

 

"나도 미군 헬기장 옆에서 일을 했는데 미군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 땅을 파보면 다 드러날 일인데 조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주민들을 우롱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

 

칠곡 미군기지 내 헬기장 주변에 다량의 금속성 물질이 묻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한미공동조사단의 조사가 더디고 적극적이지 않은 데다 미군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8일 저녁 왜관역 광장에서 열린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불법매립 진상규명을 촉구 주민문화제 '평화의 야단법석'을 보기 위해 나온 주민들은 "계속 거짓말을 하며 시간만 끌고 있는 미군들을 믿을 수 없다"며 "스티브 하우스씨가 자신이 직접 묻었다고 지목한 지점을 직접 파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캠프캐럴 고엽제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등 3개 단체가 주최한 주민문화제 '평화의 야단법석-썩은 오렌지 누가 묻었어?'는 지난 6월 10일과 24일에 이은 세 번째 주민문화제로 3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고엽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주민문화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문화공연과 고엽제 진상촉구 및 규탄발언 등으로 진행됐다. 장영백 민간대책위원장은 그동안의 경과를 소개하면서 "41구역 지하수에는 발암물질이 먹는물 기준 1110배가 검출되었고 D구역에서는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환경기준 4000배가 넘는 살충제가 검출되었다"며 "미군당국은 지금까지 아무런 설명과 해결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 위원장은 "미군은 우리 주민들의 건강권을 심하게 침해하면서 고의적으로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며 "고엽제 불법 매립과 각종 환경오염에 대한 실태조사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한미공동조사단에 민간단체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참여시킬 것과 주민 건강 피해에 대한 역학조사를 빠른 시일내에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것을 보니 감동의 야단법석"이라며 "적당하게 넘어가려고 하면 안되고 피해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매립장소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민련 남측본부 공동의장인 한기명씨는 "분통이 터져 말이 안나온다"며 "고엽제 문제를 반드시 밝혀서 깨끗이 처리하고 미국의 정중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합동조사단은 이날 오후 칠곡군청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조사단은 8일 오후부터 토양시료를 채취하는 작업을 시작해 8월 말에 토양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주민들은 조사단의 조사내용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미군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미공동조사단은 중간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하우스씨가 고엽제 매몰 의혹을 제기한 헬기장 1지역에 대한 지구물리탐사를 한 결과 22곳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며 "이상 징후 지역 22곳과 비투과지역 2곳, 기타 건강위해성 평가를 위해 조사가 필요한 지역 등 40곳에 대해 토양시료를 채취해 조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지난달 2일부터 지난 6일까지 헬기장 왼쪽 지역에 대해 지표투과레이더(GPR), 전기비저항탐사법(ER), 자력탐사(MS) 3가지 방법으로 고엽제 드럼통을 찾기 위한 물리탐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진보연대 백현국 상임대표는 "오늘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표탐사를 해서 이상징후가 있는 곳에 관정을 뚫어 조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헬기장 부근은 10M가 넘게 성토가 되어 있다"며 "관정 깊이가 10M밖에 안되는데 이런 식으로 조사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버치마이어 미 공병부대참모부장이 "스티브 하우시씨의 증언을 제외하고 어떠한 곳에서도 고엽제 매립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장영백 민간대책위 위원장은 "스티브 하우스씨 외에도 지게차로 직접 드럼통을 운반했다는 사람도 있고 고엽제 문제를 증언한 사람이 여러명 있는데 데려와서 증언한 자리를 파보면 될 텐데 여러가지 문제점을 들면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왜관1리에 사는 주민 김우근(65)씨는 "나도 헬기장 옆에서 일을 했다"며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만큼 파보면 나올 텐데 자꾸 거짓말을 해서 불신을 자초하고 시간만 끌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태그:#고엽제, #캠프 캐롤, #주민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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