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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미친 등록금의 나라> 표지
 책 <미친 등록금의 나라> 표지
ⓒ 개마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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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화되고, 내년 총선·대선이 성큼 다가오자 국가정보원(원장 원세훈. 국정원)이 또다시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총대를 메고 공안분위기를 조성하는 모양새입니다.

국정원은 지난 7월 4일부터 6일까지 노동조합 간부, 직장인, 야당 인사 등 11명의 자택과 직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을 구속 수감하면서 국정원이 대규모 공안사건을 기획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7월 9일(토)에도 아주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전문가 집단이자 대표적인 민간 싱크탱크인 '한국대학교육연구소(소장 : 박거용 상명대 영문과 교수)'를 국정원이 압수수색한 것입니다.

4일부터 6일 동안 진행했던 압수수색 사건, 일명 '일진회'사건 관련자들과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연관이 있다는 혐의라고 하는데, 이명박 정권과 국정원의 한심한 작태를 비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라고 말한 게 이적(利敵)인가?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7월 9일(토) 아침 7시 40분경 서울 성수동에 있는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사무실에 국가정보원 직원 20여 명이 갑자기 들이닥쳤습니다. 이들은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한국대학교육연구소 홍아무개 기획실장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혐의가 있다"며 한국대학교육연구소와 홍아무개씨가 운영하는 기획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1993년 개소 이후 한국의 고등교육과 대학의 문제점을 깊이 연구해온 곳으로, 특히 등록금 문제의 실태와 그 해법을 상세히 제시해온 대표적인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지금까지 교육 여건·재정·정책 등 다방면에서 대학교육의 실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하면서 국회의원 국정감사 지원활동을 곁들여 왔고, 50여 권에 이르는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올해 1월에는, 참여연대·등록금넷과 함께 <미친 등록금의 나라>를 발간해 올해 등록금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데 기여하고, 정치권이 앞다퉈 대책을 내놓게 하는데 크게 일조한 곳이기도 합니다.

국정원의 이번 압수수색은 등록금 투쟁 열기가 높아지자 일부 극우 성향의 단체에서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은 북에서 사주한 것이며, <미친 등록금의 나라>도 북에서 사주한 용어"라고 망국적인 색깔론을 제기한 것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국정원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연구소의 한 직원이 "북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혐의가 있다"고 적시해 놓았습니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반값 등록금 운동에 '붉은 덧칠'을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지금도 이런 시도가 통한다고 믿고 있는 이명박 정권과 국정원이 참으로 딱하기만 합니다.

이들은 2시간 동안 연구소의 방대한 자료와 컴퓨터, 개인 수첩, 명함첩을 모두 뒤지고,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한 후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서 수색한 결과 증거물이 없었음을 증명합니다"라는 '증명서'까지 발급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혐의도 없이 이러한 형태로 마구잡이 압수수색을 감행한 것은 분명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6월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학생, 시민, 야당인사들이 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촛불대회'가 열리고 있다.
 6월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학생, 시민, 야당인사들이 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촛불대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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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아무리 위기로 몰린다고 해도 이건 아닙니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라고 말한 게 이적(利敵)입니까?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간첩 조직입니까?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런 몰상식한 일을 저지르는 것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엔 번지수를 잘 못 짚어도 한참 잘 못 짚은 것입니다.

국정원의 공권력 남용 행위가 오히려 이명박 정권에 분노하고 실망한 민심을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겁니다. 이미 인터넷 포털과 트위터에는 국정원의 황당한 압수수색과 반값등록금 운동에 대한 '색깔 칠하기'를 규탄하는 글이 넘칩니다.

그동안 반값 등록금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해온 등록금넷, 참여연대 등도 이번 사태를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민변 등도 이번 압수수색과 연관이 있는, 국정원의 소위 '일진회' 사건 만들기와 먼지털이식 수사에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입니다.

혹시라도 국정원은 이명박 정권 하반기, 최대의 부담이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운동에 큰 타격을 주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히려 반값 등록금 운동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성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등록금넷은 매주 금요일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를 더욱 크게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국민 누구라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네트워크'도 결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리 국민의 살인적인 교육비 고통, 미친 등록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안진걸 기자는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면서, 등록금넷 정책 담당으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반값등록금, #대학교육연구소, #국정원, #압수수색, #등록금넷,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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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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